4만명 한솥밭, 기네스 벽앞에 좌절
상태바
4만명 한솥밭, 기네스 벽앞에 좌절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7.02.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괴산 ‘가마솥’, 호주 ‘질그릇’에 막혀 기록등재 포기
괴산군은 지난 2004년 ‘괴산군민 가마솥’ 제작사업을 발표했다. 앞서 음성군이 98년 군민대종을 만든 방식대로 민간 성금모금에 군예산을 보태기로 했다. 군은 화합 풍요 번영의 상징물로 지름 5.5m, 무게 15t 규모의 세계 최대 규모의 가마솥을 제작해 기네스북에 등재하려 했다. 현지 주민과 출향인사들을 통해 성금모금 및 고철수집 운동을 벌여 1억4000여만원의 성금과 190t의 고철을 모았다.

높이 2m의 가마솥으로 밥짓기를 한다는 것에 의문이 제기됐지만 괴산군은 4만명 주민이 ‘한솥밥’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무게 5t의 솥뚜껑을 기중기로 들어올리고 주걱 대신 굴삭기를 사용한다며 관심을 극대화시켰다.

   
▲ 5억여원을 들여 만든 괴산 군민 가마솥이 호주 질그릇의 크기에 밀려 기네스 기록등재를 포기했다.
하지만 군민 가마솥 제작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여t에 이르는 대형 가마솥 주물생산 과정에서 잦은 결로현상이 생겼다. 가마솥 뚜껑을 들어올리기 위해 특별제작한 호이스트(hoist:기중기)는 제한하중이 7.5t에 불과해 무게 12.5t에 달하는 솥뚜껑을 들어올릴 수 없어 재시공하기도 했다.

마침내 2005년 7월 군예산과 주민성금 5억여원을 들인 군민 가마솥이 완성됐다. 둘레 17.85m, 지름 5.68m, 높이 1.67m, 두께가 7㎝인 국내 최대 가마솥이었다. 하지만 4만 군민이 한솥밥을 먹겠다는 거창한 목표는 무산됐다. 쌀 50가마를 넣어 밥을 지을 경우 밑부분은 타고 윗부분은 익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밥을 짓지도 못하는 것이 무슨 솥이냐”는 등의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군민 가마솥은 찰옥수수 1만개를 찌는데 성공해 체면을 유지했다. 이후 동지와 단오에 팥죽, 창포물 끓이기 등의 행사를 갖는 등 관광상품 활용에 힘을 쏟았다. 아울러 영국 기네스협회에 세계 최대 솥으로 공식등록을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기네스협회는 ‘호주에 있는 질그릇이 괴산 가마솥보다 규모보다 크다’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했다.

또한 5월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김문배 군수의 라이벌이었던 임각수 후보가 ‘전형적인 전시성 행정’이라고 질타했다. 괴산군은 올초 ‘말많고 탈많은’ 군민 가마솥 기네스북 등재 추진을 포기했다. 임각수 군수는 군의회 답변을 통해 “기네스북 등재가 가져올 의미가 크지 않아 더 이상의 예산은 투입하지 않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동양권의 일부 국가를 제외한 모든 국가들이 가마솥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 같다”며 등재포기 의사를 내비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