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침꽃’을 피우는 가침박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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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침꽃’을 피우는 가침박달나무
  • 충북인뉴스
  • 승인 2007.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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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구도자가 오랜시간 충실히 도를 닦았는데 깨우치는 시간은 단 1분이었다고 합니다. 구도자는 “스승님, 이렇게 짧은 시간에 깨우칠 것을 왜 이리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요?” 라고 질문을 하자 스승은 1분의 깨우침을 위하여 59분의 시간이 필요했노라고 했답니다.

우리가 살아 간다는 것, 아니 살아 낸다는 것은 완성을 향한 여정입니다. 매 순간 성장과정은 보여지지 않지만 1분의 순간에 의해 59분의 성장과정이 드러나게 됩니다.
우리는 과정을 통하여 열매에 도달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살아온 만큼만 그늘을 만드는 나무처럼, 그늘을 만든 만큼만 햇볕을 받는 나무처럼 그렇게. 마음이 깊어지면 삶도 깊어 집니다.

   
나무 중에는 ‘깨침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즈음해 잎과 꽃이 동시에 나와 꽃을 피우는데, 이들이 만나는 모습이 대승의 깨달음을 설한 불교의 이치와 흡사하다하여 붙여진 이름 입니다. ‘가침’은 실로 감아 꿰맨다는’감치다’에서 유래한 것이고, 박달’은 나무의 질이 단단한 박달나무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깨침꽃’을 피우는 ‘가침박달나무’는 우리 나라에는 1종 중국에서 4종 등 세계적으로 5종밖에 없는 희귀종입니다. 이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나라에서는 ‘가침박달나무’ 군락지를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는데 우리 나라 중부 이북에만 분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이 나무가 몇 년 전부터 청주 ‘화장사’ 뒷산에서 군락이 발견 되었습니다.

그 후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가침박달 보존회’를 결성하고 ‘화장사’ 뒷 산을 천연기념물로 지정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5월초, 꽃이 필 무렵이면 ‘화장사’앞 마당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깨침꽃’축제를 통해 ‘깨침’의 의미를 되세겨보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화장사 주지 무진스님은 최근 ‘깨침꽃’을 주제로 노래 가사를 썼고, 유명 작곡가인 김희갑씨가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깨침’은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일치한다는 말로 온 몸으로 아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가 오랜시간 충실히 어떤 일에 몰두하다가 웃어 보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바로 깨치는 순간이 아닐까 합니다.

살아가면서 아름답거나 간절한 것을 보면 공연히 눈물이 날 때가 있습니다. 시내버스 앞 좌석에 물기 없이 앉아있는 남자의 어깨에 얹힌 비듬 몇낱에서 먹먹하게 가슴이 아려올 때가 있습니다. 이 또한 깨침의 한 과정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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