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8000억짜리 사업 과연 가능할까?
상태바
1조8000억짜리 사업 과연 가능할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7.05.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북개발연구원, 중국어마을 용역 공청회서 사업 규모 밝혀
“너무 허황되고, 교육시설도 놀이시설도 아니다” 시각도
최근 충북도내에서 중국어마을이 관심을 끌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해 10월 중국어마을 조성 방안에 대해 검토한 뒤 충북개발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다. 연구용역을 맡은 충북개발연구원은 지난달 25일 공청회를 열었다. 그리고 청원군은 이미 김재욱 군수가 중국을 방문하고 민간투자자를 만나는 등 중국어마을 조성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 인천시는 기존의 화교촌(사진)을 활용해 차이나타운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는 충북개발연구원에 중국어마을 조성 타당성 조사 용역을 의뢰했다.사진=육성준기자
충북도 관계자는 “작년 10월부터 지사님 지시로 추진해 왔다.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고 중국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 중국어마을을 만들어 보자는 의견들이 있었다. 전국적으로 영어마을은 많지만 중국어마을은 아직 없다. 그래서 충북개발연구원에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준 것이다. 우리는 용인의 삼성 에버랜드처럼 중국어마을이 충북의 랜드마크가 되길 바란다”며 “100만평 규모로 조성되면 많은 자본이 필요해 2~3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 충북개발원측이 밝힌 중국어마을은 중국어학습과 중국역사 및 문화체험이 가능하고 관광 레저·엔터테인먼트·비즈니스·문화교류·주거공간 역할을 하는 곳이다. 100만평 규모로 큰 그림을 그려 충북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제1안과 10만평 규모의 제2안, 3000평 규모의 제3안 등 3가지 방안이 제시됐으나 제1안이 가장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나머지는 오히려 사업성이 떨어져 적자가 예상된다는 것.

“자본유치 자신있다”
연구용역을 진행한 김규원 충북개발원 연구위원은 “충북에는 중고생이 10만명이고 대학생도 많은데 수도권에 비해 교육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외국어교육도 이론 위주로 돼있어 실용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또 지역에서는 통상·국제교류·관광레저·문화 등 분야별 전문가 육성 노력이 부족해 차제에 중국어마을을 만든다면 좋은 장소로 활용될 것이다. 중국은 현재 세계6위 경제대국으로 2050년에는 1위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는 중국을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검토되고 있는 중국어마을은 상당히 큰 규모며 내용도 다양한 것을 담고 있다. 다른 사업과 마찬가지로 중국어마을 조성사업도 재원 마련이 가장 큰 관건이다. 연구용역팀이 제시한 예상 재원은 1조8000억원. 재원 규모가 큰 만큼 민간자본과 외자유치를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항간에는 투자 의사가 있는 자본가들이 충북개발원측에 이 사업에 대해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규원 박사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그는 국내자본과 아울러 외자도 있어 민간자본 유치는 자신있다고 장담했다. 또 재원중 국·도비의 비중을 최소화하고 외자도입시 SOC용 펀드를 이용하며 런던·뉴욕·홍콩 금융시장 자본을 투자유치한다는 것이다.

   
▲ 충북개발연구원은 4월 25일 중국어마을 조성방안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중국어마을은 한방헬스·음식·차이나타운·역사문화관 등의 8개 테마파크로 구성되며 어학연수관·박물관·명품거리·전망대·운하·테마파크 등이 곁들여질 것으로 이 날 공청회에서 제시됐다. 원어민 교사, 중국 관광객과 상시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어학·연수기능을 특성화하고, 계절별·테마별 콘텐츠를 극대화하는 한편 중국인들이 마을에 상주 거주토록해서 중국보다 더 중국다운 마을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어학은 초급단계지만 중국대학 외국어교육원이나 분교를 유치해 단계를 다양화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충북=중국어마을을 자리매김해 이 것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게 목표다. 100만평을 개발한다고 하자 너무 크게 시작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제주도의 잉글리시타운은 127만평에 국비 1조2000억원이 투자된다. 우리도 적극적으로 국비를 따오고 규모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시설? 놀이시설?”
한편 이 날 공청회 때 참석한 도내 몇 개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은 중국어마을이 어느 지역에 입지할 것인가 관심을 보였다. 이에 대해 충북개발원측은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접근성·사업추진 용이성·친환경적 개발·기존자원 시설 활용과 연계가능성 등을 평가해서 선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100만평 규모에 1조8000억원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계획안에 의구심이 든다는 의견도 많다.

김경석 충북대 기획처장은 “이것은 교육시설도 아니고 놀이시설도 아니다. 교육시설이면 순수한 교육시설로 가고 놀이시설이면 에버랜드나 디즈니랜드처럼 가야 한다. 누가 발맛사지를 하러 가서 중국어를 배우려고 하겠는가.

내용도 어정쩡한데다 1조8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 정도 규모면 충북의 뉴딜정책이고, 충북도 1년 예산 2조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 자금을 민자로 동원할 수 있을까, 있더라도 수익날 때까지 몇 년을 기다려야 할까. 너무 황당하게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또 김 처장은 “누구를 타겟으로 이런 사업을 하는 것인가.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기타 관광지 모조품을 가져다 놓는다고 중국사람들이 와서 감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주도는 관광지이고 누구나 한 번씩 들르는 곳이어서 우리와 제주도를 비교하면 안된다. 충북은 관광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사람들을 모으기 힘든 곳이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1조2000억원을 투입한다고 우리도 그렇게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실패하면 누가 책임질 거냐”고 따져 물었다.

충북대는 중국 정부에서 10만불을 투자해 만든 공자학원을 중국연변대학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중국문화원이 확대된 개념인 이 학원은 지난해 10월 충북대 안에 설립됐다. 그래서 공자학원과 연계한 중국어마을에 관심을 가졌던 충북대측은 충북개발연구원의 용역 중간결과를 보고 크게 실망했다는 후문이다.

김 처장은 “당초 정우택 지사, 김재욱 청원군수, 임종철 충북대총장이 중국어마을에 대해 상의할 때는 순수한 교육시설로 애기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고 내용도 이 것 저 것 뒤섞여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또 지역내에는 충북이 왜 중국어마을을 운영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화교촌이 있었던 인천시에서 중국어마을을 조성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데 충북이 시도하는 것은 하나의 사업으로만 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영어마을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해볼만한 게 뭐 있을까 생각하다 중국어마을을 잡은 게 아니냐는 것. 그리고 100만평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것에 대해 위험부담을 느낀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김규원 박사는 “충남도는 안면도 115만평에 7408억원을 투입해 국제관광휴양지로 개발하고 강원도는 평창 148만평에 1조2700억원을 들여 역시 관광휴양지를 개발할 예정이다. 또 전남도는 서남해안 3000만평에 10조5000억원을 투자하여 2012년까지 관광지 조성을 추진중이다.

충북도 복합레저타운을 만들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관광산업을 한 차원 높이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소규모 개발에만 매달릴 것이냐”고 반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