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감자' 흥덕사 복원, 사찰인가, 문화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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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감자' 흥덕사 복원, 사찰인가, 문화재인가
  • 권혁상
  • 승인 2003.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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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일부 민간단체와 불교계가 추진하고 있는 흥덕사 복원사업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학계 전문가들이 원형복원의 현실적 한계를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25일 흥덕사복원추진위원회·청주불교방송·충북지역개발회가 공동개최한 학술세미나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또한 지역의 순수 시민사회단체들이 복원추진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있어 폭넓은 지역 공감대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학술세미나 발표내용을 중심으로 흥덕사 복원의 현 주소를 알아본다.

첫 발제자로 나선 문명대교수(동국대 불교미술사학과)는 ‘바람직한 흥덕사 복원방안’이란 제목으로 A4 용지 5매 분량의 발제문을 발표했다. 문교수는 흥덕사 건물이 고려시대 모습 그대로 유지됐을 리 없고 전란 등을 통해 수차례 복원을 거듭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어느 시대에 맞춰야 하는가는 영원한 미제라고 강조했다. 문교수는 “정확한 자료가 부족한 문화재 복원은 위험부담이 언제나 따르기 마련이다. 정확한 고증을 내세우다보면 복원은 일체 하지 말아야 된다. 조금 미비하더라도 최대한 고려양식에 근접하게 하면 된다. 대표적인 건축물은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문의 맺음말을 통해 ‘흥덕사 복원의 바람직한 방안은 정부에서 원 구조대로 완전복원해야 하며 관리운영은 불교종단에 용역으로 위임하는 것이다. 그러나 박물관은 예산, 인력수급 조절상 사찰에 위임하기 보다는 정부에서 직영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결론내렸다. 흥덕사를 완전복원해 승려가 운영하는 사찰기능을 부여하고 박물관은 계속 국가에서 맡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김경표 교수(충북대 건축공학과) 문교수의 ‘복원당위론’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던졌다. 김교수는 ‘고려시대 목조건축 기법에 대한 자료도 없고 기술인력마저 찾기 힘든 상황에서 완전복원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다른 장소에 중창(重創)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진솔한 학술적 해법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토론자 변영섭 교수(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도 앞선 김경표 교수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밝혔다. 변교수는 “청주시민의 열성을 이해하지만 흥덕사 복원에는 중차대한 장애가 있다. 사석화된 공간(흥덕사지)을 살아있는 문화공간으로 살려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세계적 유산 복원이 졸속으로 추진되지 않도록 너무 서둘지 말아야 하다. 복원사업에 참여한 모두가 사심을 버리고 공심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이날 토론자 가운데 문화재 복원의 전문가로는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 박상국 예능민속실장을 꼽을 수 있다. 박국장은 흥덕사 복원에 대해 ‘사찰복원이면 이는 신앙의 공간이지 관람공간이 아니다’고 단정, 세미나에 참석한 불교계 인사들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한 흥덕사의 인쇄출판 기능은 그 시대 대부분의 사찰처럼 공장형이 아닌 가내수공업 형태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따라서 청주시민들의 직지찾기운동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아울러 “청주에도 없는 직지를 내세워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을 받아낸 청주시민의 열성에 감복했다”며 “고려시대 건축물의 완전복원에 대해 학계의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따라서 목적이 건물복원인지 사찰복원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황신모 교수(청주대 경제학과)는 ‘불조직지심체요절’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황교수는 흥덕사 복원으로 민족적 역사성 고취, 지역 자긍심 고취, 교육적 효과, 지역 문화경제적 효과 등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복원 신중론’에 대해서는 ‘직지나 흥덕사는 원천적으로 상호불가결의 관계가 설정돼 있다. 종교적 편협관에서 벗어나야 하고 문화재보호법등 지나치게 법률문구에 얽매어 수동적 입장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한편 흥덕사내 산출물의 부가가치 소스로 사찰 입장·시주수입, 인쇄물·불구류 판매, 음식물 판매, 종교교육이나 인성교육 프로그램 등을 나열했다. 특히 직지 상표권에 따른 저작권료 수입도 언급해 복원추진위를 주도해온 청주시의회 김현문의원과 사전교감한 것으로 추정됐다. 김의원은 개인 자격으로 2차례에 걸쳐 직지 상표권 출원등록을 마쳐 물의를 빚었으나 아직까지 2차 등록분에 대한 기증의사는 밝히지 않고 있다. 특히 황교수는 흥덕사를 복원할 경우 인근 일정 지역을 ‘고려민속마을’로 지정, 경기도 용인 민속촉처럼 세계적인 명소로 개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남기헌교수(충청대 행정학과)는 복원추진위원회 구성에 대한 문제점을 거론했다. 남교수는 “추진위가 범시민단체의 동참을 구하지 못했고 전문가 그룹이 참여도 필요하다. 복원 후 운영주체에 대해서도 사찰기능이 앞설 경우 문화재적 가치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충분한 연구검토가 선행된 상태에서 사업추진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중부매일신문 임병무 논설위원은 흥덕사(어머니)와 직지(아들)을 모자관계로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임위원은 “어머니는 가출한 지 600년이 됐고 아들은 해외입양된 지 100년이 됐지만 아직도 모자상봉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만나야하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은 고증없는 복원에 찬동하는 입장이 아니다. 부분복원만 가능할 경우도 상정해야 할 것이다. 문화재적 가치에 우선적으로 시각을 두고 청주시와 불교계의 결합방식에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청주시는 4월초 청주대산업과학연구소와 ‘흥덕사 복원 기본계획’ 수립에 대한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4월 최종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며 용역연구가 마무리될 시점에 문화재청에 흥덕사지에 대한 현상변경허가신청을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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