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昌밖의 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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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昌밖의 충북’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7.10.3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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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위기론 편승 대선 출마 요구 기지개
청주中 다녔던 경력 불구 지역에선 외면
‘7전8기’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나라 대선 역사에도 3전4기는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1년 7대 대통령 선거를 시작으로 13대, 14대, 15대 선거에 내리 출마해 1997년에야 당선된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정권이 도전자를 인정하지 않았고, 전두환 전 대통령도 체육관 선거로 권좌에 오르는 바람에 정치적 공백기를 거쳐 무려 26년만에 당선의 영광을 안을 수 있었다. ‘인동초’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그 때문이다.

   
 
  ▲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선 출마설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당 내·외 여론은 냉담한 편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도 저조한 지지율을 보였던 충북의 민심은 잠잠하기만 하다.  
 
김 전 대통령에 이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2전3기 대권 도전설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50% 수준의 지지율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BBK에 대한 실제 소유 여부 등 피해갈 수 없는 검증단계가 노정돼 있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후속 카드로 출마가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를 비롯한 여론의 반응은 냉담하다. 특히 이 후보가 한때 중학교를 다녔던 충북지역의 반응은 더 차갑다. 지역에서는 이를 추진하는 물밑 여론도 거의 감지되지 않고 있다. 돌아보니 15, 16대 대선에서 보여준 지역의 표심 또한 그러했었다.

두 번의 대선 패배 이후 정계를 떠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17대 대선 출마설이 점점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신당 경선 등으로 잠시 수그러들었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검증 공방이 국정감사를 계기로 다시 불붙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핀치히터 출마설’이 지지자 등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 전 총재의 팬클럽인 ‘창사랑’ 회원들은 출마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여는가하면 간부들이 단식농성을 벌이는 등 ‘더 이상의 침묵은 역사적 죄인’이라는 식의 다소 과격한 구호를 내걸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11월25일 대선 후보 등록을 앞둔 상황에서 이명박 후보의 낙마나 지지율 저하 등 만약의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로 당 안팎에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 초 ‘정계복귀는 절대 없다’고 밝혔던 이 전 총재도 최근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소이부답(笑而不答)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연일 출마 촉구 집회가 열리던 10월24일, 대선 패배 이후 처음으로 한 보수단체 집회에 참가해 “현실 정치에서 떠나 있었지만, 여러분과 함께 이 몸을 던져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이 전 총재의 세 번째 출마에 대한 당 내·외의 여론은 대체적으로 냉담한 편이다. 10월27일 ‘한겨레-리서치플러스’ 여론 조사(전화면접, 오차한계 95% 신뢰수준 ±3.1%포인트)의 경우 응답자의 63.0%가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된 반면 ‘찬성한다’는 응답은 24.6%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의 반응은 과히 신경질적이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 후보를 인정치 않는 당내 세력이 있다”며 이 전 총재를 부추기는 특정세력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이회창 전 총재를 다시 선거판으로 끌어내려는 노력이 다각화되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이 전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이 전 총재의 대선기획단장을 맡는 등 최측근으로 활동했던 청원 출신의 신경식 전 의원으로부터도 싸늘한 답변이 돌아왔다. 신 전 의원은 이 전 총재의 출마 가능성을 묻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관여하고 싶지도 않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관심이 없다”며 자신을 이 전 총재와 연결 짓는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측근 신경식 전 의원마저도…
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신 전 의원은 박관용,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과 함께 이명박 후보 선거대책위의 30인 상임고문단에 합류하는 등 정치적 주소지를 ‘MB의 배후’로 옮긴 상태다. 한국일보는 10월29일자 8면 보도에서 ‘최근 이 후보 측 당 상임고문이자 2002년 대선 때 대선기획단장을 했던 신경식 전 의원이 이 전 총재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며 신 전 의원이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만류하기 위해 모종의 역할에 나섰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도 했다.

사실 이회창 전 총재는 15, 16대 대선에서도 충북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충북의 전통적인 보수성향 등을 고려할 때 선전을 기대했던 지역이지만 15대의 경우 30.1%를 득표해 전국 평균 득표율 38.1%보다 8% 낮았고, 16대에서도 42.3%를 얻어 전국 평균 46.1%를 크게 밑돌았다.

양대 대선은 각각 1.5%, 2.3% 차로 승패가 엇갈렸는데, 충북에서는 당선자와 15대 6.6%, 16대 7.4%의 격차를 보일만큼 상대적으로도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법원 공무원이었던 선친의 근무지 이동에 따라 청주중학교를 1년 동안 다니는 등 나름대로 ‘청주 연고’를 주장했던 것을 고려하면 참혹한 결과다. 청주시장을 지낸 임광토건 지헌정 사장 등이 청주중 재학시절의 죽마고우.

박근혜 지지자들도 ‘글쎄요’
중앙에서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이 고개를 들면서 더불어 불거진 것이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박근혜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한 추론이었다. 실제로 박사모 정광용 대표와 창사랑 정해은 대표가 회동을 가지면서 각종 추측이 꼬리를 물었지만 상황이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섣부른 도박에 가담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충북 지역의 박 전 대표 지지자들도 이-박 연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표 충북경선캠프에서 일했던 A씨는 “MB가 완주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대피소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를 거론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전 총재가 그런 모사를 꾸미는데 앞장설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일단 이 전 총재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A씨는 또 “흘러간 물은 어차피 흘러간 물이고 물이 역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대선 후보등록일인 11월25일 이전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박 전 대표가 대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출마의 기회를 잡을 가능성도 극히 제한적이다.

현행 선거법 57조는 당내 경선에 출마했다가 패배했을 경우 무소속으로도 출마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단서조항에 따라 선출된 후보자의 사퇴나 사망, 피선거권 상실, 당직 이탈 및 변경 등의 사유가 있을 때는 후보를 교체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사유가 후보등록일인 11월25일 이전에 발생하지 않을 경우 박 전 대표는 무소속 후보로도 등록할 수 없다. 부정적 여론이 팽배함에도 불구하고 이회창 전 총재의 지지자들이 일단 이 전 총재를 무소속 후보로라도 등록시켜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도당 관계자 “모가 되든 도가 되든”
‘사랑이 깊을수록 애증이 크다…’ 이 전 총재를 앞세워 두 차례 대선을 치렀던 충북도당 관계자들은 출마를 부추기는 세력들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도당 관계자 B씨는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말도 안된다. 60%가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출마한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감정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도당 관계자의 격한 반발은 여론의 우세를 등에 업고도 지난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연패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분노로 축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B씨는 “지난 대선도 여권의 공작으로 패했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증은 이미 끝났다. 비상사태는 없다”고 단언했다.

B씨는 또 “모가 되든 도가 되든 이명박을 위해 뛰어야지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당원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찌 됐든 ‘구름이 모이면 비가 내린다고…’, ‘분열 없는 전선으로 빼앗긴 10년을 반드시 되찾겠다’는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각오와 결의와는 상관없이 이 전 총재의 후보등록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전 총재를 지지하는 세력 가운데 상당수가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한 안전판으로 이 전 총재의 후보등록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 총재가 후보군에 가세할 경우 한나라당의 대선 지형이 흔들리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체선수의 투입 조건이나 시기에 대한 기준점이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관계자 Q씨는 “설사 이 전 총재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후보등록만 해놓고 출마하지 않더라도 이 전 총재의 지지자들은 사소한 지지율 변화에도 이명박 후보를 흔들 것이 뻔하다”며 “실제 출마 가능성보다도 그 것이 더 염려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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