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충북을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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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충북을 아느냐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7.11.0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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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표 정치부 부장
   
   
차마 기사로는 쓰지 못했지만 도내 브랜드 가치에 대해 취재를 시도하면서 충북에 거주한 적인 없는 타 시·도의 신문기자들과 지인 등 스무 명에게 전화를 걸어 ‘충북하면 떠오르는 시·군이 어디인지 5개씩만 말해보라’고 질문을 던졌다.

결과를 말하자면 대부분 청주와 충주를 제외한 나머지 시·군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 듯 곤혹스러워 했다는 것이다. 또 천안이나 청양 등 충남에 있는 시·군을 언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응답자 모두가 5개를 예로 들었다면 총 답변이 정확히 100개가 돼야 하겠지만 답변 수는 79개에 그쳤다.

신문에 싣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샘플이기에 순위를 거론하지는 않겠지만 민망할 정도로 거의 언급되지 않은 시·군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응답자들도 인정했지만 유명한 정치인이나 관광지, 대표할만한 특산품이 있는 지자체가 먼저 떠오른다는 것이다.

기자 그룹에서는 최근 화제가 된 지방의원들의 의정비 인상률에 있어서 전국 1위(98.1%)를 기록한 증평군을 떠올린 사람이 눈에 띄게 많았다. 그러고 보면 깊은 인상을 남기는 요인도 가지각색이다.

어찌됐든 인지도는 곧 브랜드 가치와 직결된다. 아무리 외국산 먹을거리가 범람하는 세상이라지만 평소 귀에 설었던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아프리카 수단산 참깨로 만든 참기름을 중국산으로 속여 판 사업자가 종종 적발되는 것을 봐도 그렇다.

물론 수단산 원료가 중국산보다 더 헐값에 들어오는 까닭도 있겠지만 가격 때문에 국산을 고르지 못한다면 그래도 지구의 반대편보다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중국산을 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스포츠용품 다국적 기업이 생산한 운동복을 샀는데 생산국은 ‘made in honduras’였다. 짧은 영어실력으로 읽으니 영락없이 들어본 적도 없는 ‘혼두라스’라는 낯선 나라의 제품인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에스파냐어 발음으로 읽어야하는 중앙아메리카의 작은 나라 온두라스다. 북미에서 팔리는 의류는 대부분 중남미에서 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생산된 제품들이라는데, 중국산에 익숙한 우리에겐 낯설 수밖에 없다.

국내 제품끼리 경쟁할 때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같은 기준을 적용하리라 생각된다. 지명조차 생소한 지역보다는 귀에 익숙한 지역의 생산품을 선호할 것이고, 농산품이라면 평소 청정지역의 이미지로 다가왔던 지역의 제품에 손이 먼저 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설픈 내 앙케트도 분석기법에 따라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조사에서 의외로 선전한 지역은 전통적으로 특산품이 명성을 떨쳐온 곳이다. 예를 들자면 감, 대추와 같은 농산물이 유명한 지역이다.

상대적으로 열세인 곳은 분명히 이도저도 특색이 없는 곳이다. 지방자치시대 들어 단체장들이 자신이 등장하는 광고를 내보내느라 열성이지만 이런 광고로 지자체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투자대비 출력이 미약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정치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특산품의 품질은 내가 보장한다’는 식의 광고 카피는 사실 감동스럽지도 안고 신뢰도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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