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울리는 ‘보조금 가로채기’
상태바
농민 울리는 ‘보조금 가로채기’
  • 남기중 기자
  • 승인 2008.04.10 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찰, 담당공무원 서명없는 농업 보조금 기안서 수사
농민들은 한미 FTA체결로 혼자서는 걸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양쪽에서 부축하고 앞에서 당기고 뒤에서 밀어주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보호받을 대상이 된 것이다. 이런 농민에게 활로를 터주는 농가지원 보조금을 공무원이 가로채는 일이 생겨 농심을 울리고 있다.

음성군농업기술센터(이하 농기센터)는 농촌진흥청으로부터 2005년도 사업실적에 대한 우수 농업기술센터로 선정돼 1억5000만 원의 포상 지원금을 받았다. 농기센터는 이 지원금을 사업부서별로 쪼개 나눴는데, 이중 3000만 원이 소득기술팀에 배정된 것이다.

   
▲ 공무원이 농가에게 돌아갈 보조금을 가로 챈 일이 알려지면서 보조금 사업에 대한 음성군농업기술센터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각 부서별로 나눠준 지원금을 어디에 쓸지에 대해 기안을 올리라는 센터장의 지시가 있었다. 당시 소득기술팀장을 맡고 있었던 A팀장은 이 지원금을 과수재배 사업에 쓰겠다고 했다는 것. 그러나 이 사업비는 과수재배가 아닌 친환경 인삼재배 사업 명목으로 기안을 올려 센터장의 결재를 받았다고 한다.
정작 인삼재배 업무를 맡고 있던 B씨는 자신의 업무인 인삼재배 명목으로 사업비가 배정됐고 센터장까지 결재된 것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이렇게 담당 직원 모르게 결재된 사업비는 발주되었고, A팀장은 편법적으로 타인명의로 보조금을 받아 자신의 인삼밭 철재 해가림시설을 설치했다.
문제는 인삼재배 업무를 맡고 있던 B씨의 싸인없는 기안서가 센터장까지 결재됐고, 보조금 지급대상자를 심사하는 산학합동심의위원회를 무사통과했다는 것이다. 결국 보조금지급 대상자 선정이 올바르게 됐는지를 검증하는 산학합동심의위원회가 제 구실을 못한 것이 된다.

보조금 지급대상 심의 ‘무용론’
국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을 놓고 ‘눈 먼 돈’이라도 한다. 이는 곧 보조금을 받는 대상자에 대한 심의가 허술하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또한 정작 보조금을 받아야할 사람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철재 해가림 시설에 대한 보조금을 가로채기까지는 두 가지의 필터가 있었다. 이에 앞서 우선적으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모든 대상자에게 제대로 홍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모르는 것이 약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는 것이 힘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유독 보조금의 경우는 아는 사람이 임자일 정도로 홍보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

첫째 필터는 현장실사다. 담당자는 보조금 신청자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해야 된다.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비롯한 보조금 지급대상 자격을 갖췄는지에 대해 실사를 해야 하고, 보조금 지급 후 사용내역도 면밀히 검토해야할 것이다.

둘째 필터는 심의위원회다. 담당자가 신청자를 대상으로 현장실사한 내용을 정리해 보고하면 심의위원회는 이를 심사해 대상자를 선정한다. 공정한 보조금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음성군농업기술센터도 산학합동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발생한 공무원 ‘보조금 가로채기’는 이 두 가지 필터를 무사통과했다. 이렇게 무사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업무를 총괄하는 공무원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공무원의 개입을 방지하고, 공정한 보조금 지급대상 선정을 위한 산학합동심의위원회도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