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총학선거 부정선거 의혹 놓고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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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총학선거 부정선거 의혹 놓고 갈등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12.24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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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 “개인 사인 대신에 V자 표기만 했을 뿐”발표
학생들 “선거인 명부 공개해 의혹 제대로 밝혀라” 촉구
대학생 총학선거가 정치권을 빰친다. 이미 세종대, 조선대, 우석대에선 대리투표및 고소고발 사건으로 선거판이 ‘난장판’으로 전락해버렸다. 학생들이 외면하는 가운데 총학선거는 재단의 이권 악용에 쓰이거나 각종 부정선거로 얼룩지고 있는 것이다.

충북권의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충북대학교는 지난달 26일 총학선거를 치뤘지만, 이를 두고 부정선거의혹이 일고 있다. 이미 충북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 이러한 의혹이 일파만파 커졌다.

총학선거가 치러진 다음날 학생 B씨는 “농대 후배가 투표율이 낮다며 과 학생회에서 두 번 투표하기를 종용했다고 한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문제가 된 농대회장 P씨는 인터넷상에서 “허위사실 유포로 인해 B씨를 명예훼손으로 인한 형사고발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후 학생 B씨는 12월 3일 중복투표의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선거인 명부를 공개하라는 ‘유권자 요구서’를 총학생회 측에 전달했다. 12월 4일 총학생회는 선거관련에 진상조사를 벌이겠다고 했지만 답변을 차일피일 미루다 12월 19일에야 공식입장을 밝혔다.

총학생회장 K씨는 “지난 2주간의 선거인 명부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부정에 대한 뚜렷한 증거를 잡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의심이 갈만한 지적사항이 나왔는데 그건 선거인 명부에 개인 사인이 아닌 체크(V표)를 한 것이다. 농대 학회장들은 자신의 과 학생임을 확인한 후 문제가 없다는 표시로 체크를 하고 투표용지를 배분했을 뿐 이중투표에 대한 다른 문제는 찾지 못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에 학우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 학우는 온라인상에 “선거인 명부에 V표 해 놓은 거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거다. 이중 투표나 대리 투표에 대한 실질적 증거 자체가 말살되는 상황에서 그냥 넘어갈 사항이라는 말이 되냐”며 “증언한 학생의 말은 증언이 될 수 없는데 학회장의 말은 확언이 될 수 있는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정확한 수사를 촉구했다.

   
▲ 충북대학교는 지난달 26일 총학선거를 치뤘지만, 부정선거의혹이 일고 있다. 이미 충북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 이러한 의혹이 일파만파 커졌다. 지난 18일 충북대 부정선거 진상조사 촉구 대책위원회는 신학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임명부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역시 선거인 명부 공개여부다. 최근 부정의혹이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대학들도 모두 선거인 명부 공개를 통해 진위여부를 밝혔다. 지난 12월 18일 충북대 부정선거 진상조사 촉구 대책위원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학생 K씨는 “제보자들의 증언은 확보했지만 신변상의 이유로 밖으로 나오기를 꺼리고 있다”며 “하루빨리 선거인 명부를 공개해 의혹을 해소하고 부정선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명하지 못한 선거관리위원회 구조
현 총학선거는 2008년 총학생회장이 자동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구조다. 게다가 선거관리위원은 각 단대 회장이 당연직으로 맡는 구조라서 상식적으로 납득이 잘 안된다. 따라서 선거관리위원은 총학생회의 대의원이나 별도의 학생들을 뽑아서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한 예로 지난 2004년 개정된 충북대학교총학생회선거규정을 살펴보면 제24조에 기입의 표식이 불분명하거나 규정이외의 표식이 있는 것을 ‘무효표’로 처리하지만 이에 대한 모든 이의 판정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하도록 돼 있다. 이처럼 충북대 선거가 앞으로 부정선거가 이뤄진다해도 구조적인 모순 때문에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충북대 부정선거 진상조사 촉구 대책위 K씨는 “학교 측에 CCTV를 공개를 요구했지만 공개를 거부당했고, 선거인 명부는 선관위 측에서만 공개할 수 있어서 답답한 실정이다”며 “최종방법으로 정보공개청구를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학 측은 “CCTV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에 관한 법률문제로 공개가 안 되고 총학선거는 학생 자치 선거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불거져도 어떠한 조치를 내릴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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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 우석대, 조선대에서는 어떤 일이…
대리투표 발견→개표 중단→당선 무효

조선대는 지난달 20일 총학생회 선거 당선자를 발표했다가, 대리투표 논란이 일어 당선이 취소됐다. 선관위가 대리투표로 의심되는 1180여표를 무효처리하면서, 당선자였던 선거운동본부(선본) 의 유효 투표율이 과반에 못 미쳐 선거 자체가 무효가 된 것이다. 조선대는 지난 11일부터 재선거에 들어갔다.

11월 28일 총학생회 선거를 끝낸 세종대에서는 개표 때 한 투표함에 대리투표 용지 100여장이 한꺼번에 발견돼 개표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세종대선거관리위원회는 곧바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고, 예체대 선관위원장이자 학생회장인 신아무개씨와 예체대의 한 선본 운동원인 김아무개씨가 부정투표를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

경북대도 투표선거인명부의 대리서명 등 대리투표 의혹이 불거지자 개표과정에서 708표를 무효처리했다.
우석대에서는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시비로 경찰 고발까지 되는 상황이 빚어졌다. 지난달 27일 한 선본이 개표 과정에서 “선관위원장이 경쟁 선본 운동원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다”며 공정성 의혹을 제기하며 개표 중단을 요구하다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학교 선관위원장 임 아무개씨는 특정 후보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전북 완주경찰서에 고발장을 냈고, 보다 못한 대학 학생처가 이달 초 선관위원들과 중재회의를 열었다. 강원대에서는 한 단과대 학생회장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며 투표소까지 따라 들어갔다는 주장이 학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총학생회 선거는 한국사회의 민주화 운동과 이념이 맞물린 치열한 전장이었지만 최근에는 각종 부정비리로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서 대리투표 용지가 발견되고, 재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총학생회 선출 등 정치판의 선거비리가 그대로 캠퍼스에 옮겨지는 안타까운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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