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 같은 법에도 인정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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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 같은 법에도 인정은 있다.
  • 이승동 기자
  • 승인 2009.04.01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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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배고파 저지른 범죄 처벌 감경
서민 울리는 생계 침해 범죄는 중점단속

  ‘사흘을 굶으면 남의 집 담을 넘지 않을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담을 넘는 절도, 강도 등 생계형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다.

   

일반범죄와는 다르게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간혹 동정의 대상이 된다. 생계형범죄는 지능형의 범죄는 찾아볼 수 없으며 저소득층이 대부분이다.

또 절도의 경우 배고픔으로 인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법집행에 있어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3~4개월 사이 한 끼니를 때우기 위해 몇 만원도 되지 않는 식품이나 물품을 훔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최근 진열대에 놓인 식료품 절도가 1~2건씩 적발되고 있다”며 “대부분이 식료품으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돌려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31일에는 사귀던 여자친구의 집에 침입해 수표를 훔친 A(22)씨가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사귀던 여자친구인 B(25)씨의 집에 침입해 50만원권 수표 1매를 훔쳐 사용한 혐의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병원에 입원한 다섯 살 박이 딸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 C(49)씨는 한 공업사에서 라면과 커피, 담배 등을 훔치다 붙잡혔다. C씨는 “버려진 차량에서 생활하며, 배가 고파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렇듯 생계가 어려운 서민들이 범죄자로 추락하고 있다. 경미한 범죄에 대한 법적 관용이나 형벌체계의 정비가 불가피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검찰, 생계형 범죄 ‘벌금 경감’
기초생활수급자 이모(31·여)씨는 대부분 사기에 이용되는 일명 ‘대포통장’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최고7만원을 주고 넘겼다.

이씨에게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300만원이 부과됐지만, 이씨는 납부하지 못했다. 결국 노역장에 유치돼야 했지만, 검찰은 이씨가 기초생활수급자에 아이까지 있다는 점을 고려 30만원을 납부하고 나머지는 5개월에 걸쳐 분납하도록 한 뒤 석방했다.

검찰은 생계형 범죄에 한해 벌금을 깎아주고 분납 또는 납부연기를 할 수 있는 ‘탄력적 양형기준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 생계가 어려워 벌금을 내지 못하면, 노역장 유치로도 대신 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벌금 분납 및 연기 대상자를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가족을 부양할 수 없는 자뿐만 아니라 병자 등으로 정하고 있다.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도  벌금미납 수배자가 자진신고 한 이후 일부만 납부하면 수배를 해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지검에 따르면 충북지역의 경우 벌금형을 노역장 유치로 대신한 경우가 2007년 1155건에서 지난해에는 1224건으로 5.97% 증가했고, 벌금 분납도 261건에서 312건으로 19.54% 늘어났다.

이는 벌금 납부 대상자 가운데 기초생활 수급권자 등 생계가 어려운 빈곤층이 증가한데다 경기침체 여파로 벌금을 내기보다 노역장에 유치돼 일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피고인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범죄시 상황과 생활수준 등을 파악하기 위해 경찰에 지침을 내려 보내고, 사건기록에 ‘정상관계 진술서’를 첨부하도록 해 정상을 참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서민을 노리는 사행성 오락실과 불법다단계 등 서민경제 침해 사범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벌 할 계획이다.

생계형 범죄 처벌 우려
하지만 생계형 범죄대책이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 되고 있다.
우선 생계형범죄의 판단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일반범죄와 생계형범죄의 구분, 서민의 적용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애매하기 때문에 불명확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규 적용 때 가장 고려돼야 할 형평성은 사라지고 법 집행자의 재량권만 과도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민 울리는 사기도 늘어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서민들이 힘들어진다. 덩달아 서민들의 어려움을 악용하는 범죄도 함께 늘어난다. 이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이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고, 경제적 어려움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인터넷 사이트에 5일동안 의류 등을 시중가보다 40%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쇼핑몰 사이트 2개를 개설해 이모(18)양등 890여명으로부터 10~15만원씩 1억30여만원을 가로챈 윤모(39)씨 등 7명에 대해 구속 또는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중국에 쇼핑몰 서버를 두고 상담원을 고용하는 등 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과 대포통장 50여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관계자는 “서민생계를 위협하는 범죄인만큼 2개월여에 걸쳐 추적해 이들을 검거했다”며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며 시가보다 싸게 물건을 판다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생계형 침해범죄에 대해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 생계침해범죄 근절 대책 추진단 운영
충북지방경찰청은 올해 1월 생계침해범죄 근절 대책 추진단 발대식을 갖고 운영 중이다.
늘어나는 생계형 침해 범죄에 대해 예방·중점단속을 위해서다. 우선 1년간 운영할 계획이지만, 요즘 같은 경기 침체에서는 아무도 예측 할 수 없는 일이다.

충북청 생계침해범죄 근절 추진단 관계자는“97년 IMF전후 및 최근 범죄추세 등을 분석해 보면, 금융·환율 불안 등, 경제불황이 장기화 될 경우 생계형 범죄 등 각종 범죄가 증가 할 것을 예상 한다”며 추진단의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또, 서민생활을 위협하는 불법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본청주관·단일과제 중심의 기획수사로는 한계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추진단은 경미사건의 경우, 수사대상자의 신속한 경제활동 복귀를 지원하고 우편 출장 조사를 하고 있다. 또 범죄취약지역에 경찰관 기동대 등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또한 서민들을 위협하는 불법사금융(대부업·유사수신·다단계), 전화금융사기, 조직·사채폭력, 강·절도 등 중점단속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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