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공안(公安)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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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공안(公安) 시계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9.05.13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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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통일청년회 전현직 간부 3명 국보법 위반 혐의 구속
‘시대착오적 색깔 시비’ 시민사회단체 대책위 구성 반발

충북지역에 20여년 만에 공안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 7일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지역 통일단체인 청주통일청년회 전현진 간부 3명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이들을 연행, 9일 모두 구속했다.

   
▲ 40여개 진보·시민사회단체들이 대액위를 구성해 11일 청주지법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안당국은 7일 충북지역 뿐 아니라 서울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실, 경기 안산, 광주 등 범민련 지역 사무실, 청주와 원주, 춘천 등 청년 통일단체 까지 대대적으로 압수수색 했다.

이를 통해 범민련 간부 3명과 함께 청주통일청년회와 관련된 윤주형 전농충북도연맹 조직국장(42), 장민경 6.15충북본부 집행위원장(39)·오순완 사무처장(37)을 구속한 것이다.

이들은 2003년 2월 청주통일청년회를 정식 출범시킨 뒤 미군기지에 난입해 철조망을 훼손하는 등 반미시위 등을 주도하고 2005년 북한 김일성 동상 및 만수대를 참관한 뒤 이를 미화한 문건을 작성하는 등 통일운동을 가장해 친북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당국은 범민련이 북한을 고무 찬양하고 이적표현물을 게시하는 등 국가보안법을 위반했고 청주통일청년회도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세력 탄압 중단하라’ 강력 반발

이에 대해 40여개 도내 진보·시민사회단체들은 ‘민주주의 압살, 공안탄압 분쇄를 위한 범시민대책위’를 구성해 국정원 충북지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여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1일 오후에도 청주시 산남동 청주지법 앞에서 입장 발표 및 발족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세력에 대한 탄압 중단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날 “구속자들은 충북지역 농민운동과 민간 통일운동을 활발하게 진행해 온 대중활동가들로 10여년 이상 지역에서 활동해 온 일꾼들이다. 이명박 정부와 국가정보원, 경찰은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평화세력에 대한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며 구속자 석방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오순완 씨 아버지 오장근 씨는 “아침에 개가 짖어 나가보니 여자 한사람이 서 있길래 마을 통장인줄 알고 문을 열어줬다. 그랬더니 건장한 남성 10여명이 다짜고짜 밀고 들어와 압수수색과 함께 딸아이를 체포해 갔다. 마치 살인자 같은 강력범죄자 취급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또한 “우리 사회가 잘못된 장애물을 여러 가지 만들어 놨는데 이 장애물을 치우려는 젊은이들을 격려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이들을 나무라고 있다”며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했다.

대책위는 참가단체별로 국정원 앞 1인 시위와 릴레이 성명 발표 등을 통해 규탄을 이어갈 계획이며 전국적인 차원의 대책위 조직과 법률자문단 구성, 종교단체 시국 기도회 등도 조직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14일 저녁 국정원 충북지부 앞에서 대중적인 촛불문화제를 개최하는 등 대응 수위도 점차 높이기로 했다.

통일청년회 친북단체 끼워 맞추기

이번 사건에 대해 공안당국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대책위 측이 확보한 구속영장 등을 통해 대체적인 사건의 윤곽이 확인되고 있다.

대책위가 공개한 영장에 따르면 당국은 구속된 윤 씨 등이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내용을 USB에 저장해 휴대하고 다녔다고 전제한 뒤 ‘이는 청주통일청년회 조직원들이 파병반대, FTA 체결 반대, 미군기지 확장 반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등 반미·반정부 불법·폭력 시위는 극렬히 전개하면서도 북한 김정일 독재체제와 북한 인권문제 등에 대해서는 일체 비판을 하지 않은 사실을 통해서도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통일청년회에 대해 ▲최고 의결기구인 총회를 비롯해 회장과 간부로 구성된 조직체계 ▲매년 정기총회를 통해 활동을 평가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정기모임을 갖는 등 계속성 ▲회칙에 따라 회장이 집행간부를 우선지명하고 주요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등 지휘통솔체계 ▲신입회원의 경우 일정한 교육을 이수함으로써 회원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등 조직원에 대해서도 강력한 결속력 등을 갖춘 조직이라고 적시했다.

이를 통해 통일청년회는 북한의 로동신문을 통해 발표하는 신년 공동사설 등을 조직원 의식화 및 사상교육 자료로 활용해 북한을 선전, 옹호 하고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당국은 그 근거로 연방제통일론, 광주 패트리어트 미군기지 폐쇄 시위, 평택미군기지 반대 시위, 범민련 행사 참가 등을 제시했다.

통일청년회는 통일운동을 빌미로 북한을 고무 찬양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며 범민련 등과 연계해 조직적인 활동을 펼쳐 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책위 등 시민사회 진영은 매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조직체계나 통솔체계 결속력 등은 취미 동호회도 갖추고 있는 모임의 기본적인 사안이다. 특히 각종 활동을 북한의 지령을 받아 전개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그동안 벌어진 자발적인 집회와 시위 등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폄하하고 매도하는 것에 지나지 않다”고 주장했다.

통일청년회는 어떤 단체?
2003년 발족, 범민련 가입은 안 해

공안당국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친북활동을 해 왔다고 주장하는 청주통일청년회는 2003년 2월 발족했다.

2000년 6월 15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공동성명 발표 이후 지역 통일운동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고 준비위를 거쳐 결성됐다는 게 통일청년회 측 설명이다.

1997년 법원이 이적단체로 규정한 ‘범민련’에는 가입하지 않았으며 한국청년단체협의회가 KYC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탄생한 ‘한청’에는 2003년 가입해 활동했다.

하지만 한청이 이적단체로 규정된 것은 지난해의 일로 그 뒤 조직이 해산 됐다.

통일청년회는 통일운동 단체를 표방하면서도 정회원 40여명, 후원회원까지 해도 150명이 넘지 않을 정도로 대중성 확보에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6.15충북본부 출범 이후 청년회 활동이 침체돼 현재는 이렇다할 대외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과거 학생운동 전력이 있는 구속자들이 통일청년회 결성을 주도했지만 이렇다할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공안당국의 표적이 된 것 같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국가보안법의 위력이 20여년 만에 발휘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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