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측선’ 인가, ‘호남선 분기시설’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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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측선’ 인가, ‘호남선 분기시설’ 인가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3.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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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아산역 선로 6선 설계 ‘의문’… 신설 중간역은 4선

청사모측의 제보에 따라 지난 9월 중순 본보 취재진과 청사모 이욱 사무국장(49)은 천안아산역 선로시설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현장취재에 나섰다. 제보내용은 천안아산역에 호남선 분기를 염두에 둔 선로 교환시설이 이미 갖춰진 상태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건설교통부의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용역결과가 천안노선으로 진행된 것은 ‘사전각본에 따른 짜맞추기’라는 주장이었다.

천안아산 역사는 이미 90%이상 공정을 맞추고 마감공사가 한창인 상태였다. 지상 15m 높이의 역사시설 아래부분은 다릿발 사이로 가로 지지대를 많이 설치한 것이 눈에 띄었다. 천안아산역은 장항선이 교차하기 때문에 향후 역세권 개발을 염두에 두고 상가조성이 가능토록 시공됐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호남고속철 분기역까지 포함한 예비시설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지상 3층의 역사 플랫폼에 올라서자 시험운행을 위해 전자신호 계기판에 가동되고 있었다. 선로상태는 상하행 통과선 2선이 한 가운데를 달리고 플랫폼쪽으로 정차선 상하행 2선이 갈라진 모습이었다. 여기에 플랫폼 바깥쪽으로 문제의 예비선 2선이 깔려있었고 예비선을 따라 50m가량 걷자 교환시설을 갖추고 갈라진 길이 10m내외의 선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의 선로 앞쪽에는 모래를 쌓은 방호벽이 있었고 선로진행 공사가 가능하도록 역사 양쪽을 확장 시공한 상태였다.

선로형태로 보아 새로운 노선을 연결시키기 위한 교환시설로 판단하기 십상이었고 취재중에 만난 공사현장 인부들도 “그거 나중에 호남선 갈라질 꺼 대비해서 만든거 아니냐”하고 반문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찾아간 고속철도공단 중부사업소 관계자는 ‘안전측선’이라고 잘라말했다. 2개의 열차가 동시에 진입할 경우 비상사태로 인한 충돌 등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문제 열차를 다른 노선으로 회피시킬 목적으로 설치한 것이 ‘안전측선’이라는 설명이었다.

과연 첨단 고속철도망에 유사시를 대비한 안전측선이 필수불가결한 시설일까, 궁금증이 가시지 않았다. 취재진은 10월초 서울 고속철도건설공단 궤도팀 사무실을 찾아갔다. 최초 설계도면에 안전측선 개념이 포함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확인결과 문제의 선로는 안전측선으로 표기돼 있었고, 광명역의 경우에는 호남고속철도 시발역이기 때문에 안전측선 도입 필요성이 없어 설치하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건교부가 9월말 배포한 경부고속철도 중간역 신설검토에 대한 보도자료 내용 가운데 또다시 의문점이 제기됐다. 문제의 대목은 “…고양, 평택, 김천, 오송, 울산, 부산 부전에서 요구하여 검토중인 중간역은 간이역(2홈4선)으로 약1,200억원 내외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천안아산역 2홈6선은 약2,400억원) 10월초에 기본계획변경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천안역도 똑같은 경부고속철도의 중간역이기 때문에 ‘2홈6선’으로 설계한 이유가 궁금했다.

건설교통부 고속철도과 담당자는 “예산문제 때문이다. 신설 중간역에도 예비선을 설치해 6선을 확보하면 좋겠지만 당초 계획에 없던 추가 중간역이기 때문에 간이역 개념으로 4선 설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지난 96년 12월 <한국일보> 보도기사가 새로운 의문점을 더하고 있다. 기사내용은 “건설중인 경부고속철도와 별도로 서울 강남에서 천안까지 고속철도 노선이 신설(복복선)돼 경부·호남 고속철도와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하고 “신설노선은 기존 노선과 마찬가지로 천안에서 부산·광주방면으로 연결돼 승객들은 강남에서도 부산·광주방향으로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은 이미 이같은 X자형태 노선망을 고속철도 천안역사 설계에 반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미 96년에 천안을 중심으로 X자 형태의 노선망을 구축한다면 결국 호남고속철 분기역으로 내부결론을 내리고 용역의뢰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천안오송역사 설계시점이 94년인 점을 감안하면 당시 인구 20만도 안되는 천안지역의 중간역을 선로 6선의 대규모로 건설키로 한 것 또한 ‘미스테리’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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