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항, 참 씁쓸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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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공항, 참 씁쓸하구만.’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9.09.0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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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사회문화부 차장

   
얼마 전 지역 여행사가 기획한 백두산 여행을 다녀온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
‘청주공항에서 캄캄한 밤에 출발해 백두산을 오른 뒤 돌아올 때에는 새벽에 도착했다’ 물론 그 사람은 9시간 넘는 백두산 트래킹의 느낌을 현장감 있게 전하느라 신이 났지만 미안하게도 귀에 박힌 것은 밤에 출발해 새벽에 도착했다는 말이었다. 24시간 공항으로서 청주공항의 장점이 단적으로 드러난 대목이다.

우리나라 공항 중에 24시간 아무 때나 여객기 이착륙이 가능한 곳은 인천과 전남 무안, 그리고 청주공항 3곳 뿐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청주와 무안공항은 항공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야간은커녕 한낮에도 여객터미널이 텅텅 비기 일쑤니 24시간 공항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이착륙할 수 있는 시간이 타 공항 보다 두 배나 더 길다는 것은 커다란 장점 중의 하나며 여행객의 경우 1박을 줄일 수 있는 경쟁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2박4일이나 3박5일 등 하룻밤 호텔 이용료를 아낄 수 있는 관광상품은 야간 비행을 통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청주공항에 패트리어트미사일 기지가 들어선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군 당국도 창설되는 부대 주둔지로 활용할 계획이 있음을 확인했다.

청주 공군부대(제17비행단) 북쪽 국방부 소유 부지라고 하며 이곳은 항공기정비센터(MRO)와 공항 북쪽 출입 연결도로가 추진되는 곳이다. 청주공항과는 인접한 화물청사 바로 옆 땅이다.

2004년 LG상사 헬기 정비공장이 청주공항에 입주할 때 군 당국은 처음엔 이를 반대했다. 나중에 경기도 모 군사시설이 청주공군부대로 이전해 오기로 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공군부대 이전 여론이 다시 재현될 분위기마저 형성됐었다.

아무튼 군 당국은 이후 청주공항의 24시간 운영에 동의하는 등 활성화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이전 여론이 폭발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심상치 않다. 최소한 청주공항 활성화 측면에서 보면 청주공항활성화대책위가 주장하는 대로 북한 스커드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패트리어트미사일 기지가 들어선다면 누가 봐도 청주공항의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내년이면 청주공항 운영권이 민간에 넘어간다. 이달 하순이면 이를 위한 구체적인 용역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민영화 찬성이든 반대든 명분은 하나다. 청주공항을 활성화 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창설되는 부대 주둔지든 공항대책위가 주장하는 패트리어트미사일 기지든 군사시설이 명실공히 국제공항 바로 옆에 위치한다면 어떨까. 지금 막바지 용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을텐데 이같은 내용이 알려졌으니 이를 반영해 급 수정해야 하는 상황은 아닐까.

이 대목에 잘 어울리는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가 떠오른다. ‘청주공항, 참 씁쓸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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