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시공사 찾기 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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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시공사 찾기 삼만리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0.03.17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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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경기 침체·공급 과잉, 사업성 우려 시공 참여 기피
되레 도심공동화 부추길 가능성, 전면개발 한계 지적도

청주시가 도심공동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는 도시정비사업이 되레 공동화를 부추기고 주민재산권을 제한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조합 비리와 주민간의 갈등 등의 부작용은 법과 제도로 해결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거의 모든 조합이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도심공동화 해소를 위해 청주시내 곳곳에서 진행되는 주택재개발·재건축사업이 시공업체를 찾지 못해 장기화 돼 오히려 공동화를 부채질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은 개발이 중단된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 현장.
전면개발로 추진되는 주택재개발·재건축사업의 시공사는 건축공사는 물론 사실상 모든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어 이를 선정하지 못할 경우 사업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주택재개발·재건축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은 주택경기 침체와 청주도심에만 38개 사업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추진되는 등 건설사들이 사업성을 자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사업이 표류될 수밖에 없으며 도심공동화가 더욱 심화되고 해당구역 주민들의 재산권이 제한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청주시 사직동 상업지역의 경우 시행업체가 일부 주택을 매입, 철거한 뒤 사업이 중단돼 장기간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으며 우범지대로 전락할 우려마저 낳고 있다.

시공사 확보 1곳 뿐

청주 원도심에 도시정비사업이 추진되는 구역은 모두 38곳. 이중 청주시 또는 토지주택공사가 직접 시행하는 6곳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민간개발 방식이다.
모두 주민들이 조합을 설립하거나 시행업체들이 토지와 건물을 매입한 뒤 시공사를 선정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중 5개 도시환경정비사업과 아직 사업유형이 정해지지 않은 2곳을 제외한 25곳이 주택재개발과 재건축사업이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상업지역에 추진되는 사업으로 아직까지 활발히 진행되는 곳이 없지만 재개발·재건축사업중 16곳이 정비구역지정 신청 이상의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조합추진위 구성-정비구역지정 신청-도시계획심의-정비구역지정고시-조합설립-사업시행 인가-관리처분계획 인가’순으로 추진된다.

특히 13곳이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 됐으며 이중 8곳은 조합이 설립됐거나 설립인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시공사는 조합설립 다음단계인 사업시행 인가를 위해 반드시 선정해야 하며 대부분 그 이전부터 내부적으로 참여 업체를 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건설업체와 시공계약을 체결한 조합은 단 한 곳도 없으며 주택개건축이 진행되는 봉명1구역(봉명주공1단지아파트) 만이 세영건설과 협의를 진행중인 것이 전부다.
한 조합 관계자는 “2008년만 해도 도급순위 상위권 대형건설사들이 관련 정보를 수집하거나 검토하기도 했지만 시공참여가 결정된 곳은 한곳도 없다. 청주에서 분양되는 일반 아파트들도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는 등 주택경기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봉명주공1단지의 경우 공유지분이 분양면적의 2배에 육박하는 등 개발여건이 좋아 그나마 도급순위 100위권 밖의 2군 업체이기는 하지만 세영건설과 시공 참여 협의가 진행중이다. 건설사들과 접촉이 끊긴 조합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자금지원-높은 공사비, 상생구도 깨져

주택재개발이나 재건축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초기 자금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조합 사무실 운영에서부터 기본설계비, 행정절차 수행에 따른 제반 비용, 주민동의서 징구를 위한 용역비용 등 모두 조합이 마련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주민들이 기본 비용을 나눠 부담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게 사실이며 그렇다고 조합임원들이 사재를 터는 경우도 거의 없다.

시공사로부터 차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행사 성격의 도시정비관리업체가 초기 자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일도 있지만 이 또한 시공사가 선정되면 정산하는 조건을 단다.
조합원들의 이주비용과 공사비 또한 사실상 시공사가 모두 부담하는 구조다. 금융기관을 정해 조달하지만 시공사가 지급을 보증하기 때문이다. 결국 조합은 잘만 하면 돈 한 푼 안들이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공에 참여하는 건설사는 어떤 이익을 얻을까.
한마디로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높은 시공비를 받을 수 있다. 특히 금융기관에 지급을 보증하기 때문에 분양에 실패할 경우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위험도를 공사비로 보상받는 것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이용한 일반 주택건설사업과 같은 구조다.

아파트 분양만 자신 있다면 수백억원의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참여할 수 있지만 문제는 청주도심의 재개발·재건축사업에 그만한 자신이 없다는 점이다.

개발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 성공여부는 분양개시 3개월 이전에 가늠된다. 이 기간동안 최소 절반 이상은 분양해야 성공했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청주시내 신규 아파트들은 준공 이후에도 미분양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고 계약 포기도 잇따르고 있다. 어느 건설사건 청주에서 분양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개발이 공동화 발목 역풍

한 건설사 임원은 “재개발이나 재건축사업의 매리트는 최소한 전체 물량의 30%가 넘는 조합원 분양물량을 기본적으로 확보한다는 점이다. 반면 복잡한 사업구조에 따른 장기화 가능성과 도심외곽 택지에 비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개발밀도 등은 단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장점이 단점을 능가한다고 보기 힘들다. 청주지역 재개발사업 참여는 현재로선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주택재개발이나 재건축사업에 있어 시공사 선정 실패는 사업 표류를 의미한다.
어렵게 시공사를 모셔올 기회가 생겨도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와 갈등, 사업지연에 따른 경쟁력 약화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는 청주 사직2·3단지 재건축이 착공까지 10년 이상 걸린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해 공동화를 해소하려다 자칫 공동화의 발목을 잡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조합원 분양을 포기, 이주한 주민들도 증가하고 있어 빈집 발생 등 사회문제로 대두될 가능성도 낳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아파트를 짓겠다며 철거한 채 방치한 청주 사직동의 경우 폐허를 방불케 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검거된 파렴치범 김길태가 재개발 지역의 빈집을 전전했다는 것에서도 드러나듯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에 대한 다각적인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해당 주민들의 재산권 피해 등 또 다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재개발 사업구역으로 지정, 고시되면 각종 건축하가가 제한되는 등 사업이 지연되는 만큼 행당 구역 주민들은 재산권 피해가 불가피해 진다는 것이다.

건축사 A씨는 “도시정비사업이 장기화되거나 중단된다 하더라도 지자체가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특히 주민들은 신개축이나 증축은 물론 매매에 제한을 받는 등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청주도심의 재개발·재건축사업도 이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무조건 아파트 추진이 근본문제 지적

A씨는 “주택재개발·재건축사업 조합이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는 데에 주택경기 침체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 문제는 전면개발 방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사업이 기존 주택을 헐고 고층아파트를 짓는 방식으로 추진되다 보니 과잉공급으로 인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이어 “38개 사업이 완료될 경우 어림잡아도 아파트 4만여 세대가 공급되는데 이만한 수요가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인구 10만명 규모의 도시가 새롭게 생기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물론 모든 사업이 정상 추진되지는 않을 것이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처음부터 사업을 시작하지 않고 포기한다면 모를까 정상추진 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업중단에 따른 주민재산권 피해 발생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래저래 부작용 발생 우려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현재로선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예정구역에서 이미 사업이 시작됐고 이제와서 전면개발 대신 현지개량으로 전환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시공사 확보 지원 효과 있을까
청주시 건설사 초청 설명회 추진, 반응은 시큰둥

청주시가 시공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건설사 초청 설명회를 계획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는 이달 말게 전국의 대형 건설사들을 초청해 추진중인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설명하고 시공참여를 홍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각 조합에 공문을 보내 사업홍보자료를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도급순위 30위 이내 건설사들에도 설명회 참여 의향을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껏 참여를 기피해 온 건설사들이 시가 나선다고 해서 생각을 바꾸겠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며 건설사들도 그다지 내키지 않는 모습이다.
한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 확보의 어려움은 이미 사업초기 단계에서부터 제기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종 규제완화를 요청했지만 번번히 묵살해 온 청주시가 이제와서 건설사 설명회를 주선한들 과연 성과가 있겠는가. 사업홍보자료는 수십개 만들어 이미 건설사에 제출한 상태다. 오히려 6월 있을 선거를 의식한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도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한 업체 관계자는 “시공 참여는 철저한 사업성 분석에 따라 결정된다. 청주지역 재개발현장에 대한 정보는 꽤 많이 확보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자체 검토가 이뤄진 곳도 여럿이다. 시장변화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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