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골, ‘예술의 거리’ 꿈꾸며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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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골, ‘예술의 거리’ 꿈꾸며 두근거린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0.06.03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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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길에 둥지 튼 젊은 작가들의 이유있는 ‘집단 질주’
퍼블릭에어 팀, 대안공간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 개관
아티스트는 오늘도 달린다. 이들은 새로운 공간을 끊임없이 탐닉하고, 예술을 통한 신 거주지를 만들려는 욕망을 꿈틀거린다. 드디어 젊은 작가들이 시내 중심부까지 달려 나왔다.

2010충북레지던시 지원사업으로 입주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는 ‘퍼블릭에어’(대표 김길은)가 이번에는 청주 성안길 딸기골 내에 대안공간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를 개관했다. 지난달 28일 전시장 앞에서 퍼블릭에어의 운영자들인 김길은, 최민건, 김은현 씨를 만났다.

   
▲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는 ‘퍼블릭에어’팀이 이번에는 청주 성안길 딸기골 내에 대안공간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를 오픈했다. 지난달 28일 전시장 앞에서 퍼블릭에어의 운영자들인 김길은, 김은현, 최민건 씨(왼쪽부터)를 만났다. /사진=육성준 기자

가게에도 작품이 걸렸다

퍼블릭에어는 현재 10명의 입주작가가 가경동에 위치한 건물 10층에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7000만원의 예산지원을 받았다. 입주작가 지원프로그램 외에도 매주 한차례 시민 동아리인 ‘드로잉코드’와 연계해 누드크로키행사를 벌이고 있다.

5월 25일 개관한 대안공간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는 성안길 중심부 딸기골을 시작으로 소속작가 및 지역의 역량 있는 작가들이 좀 더 넓은 세계를 나아갈 수 있는 스타팅 블록(starting block)을 형성하고자 마련됐다. 김길은 대표는 “레지던스 프로그램 외에 시민과 만날 수 있는 통로를 찾다가 대안공간을 오픈하게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 최부윤 작 「Two Graces」
이들이 위치한 성안길 내 딸기골은 한눈에 봐도 인사동의 ‘쌈지길’을 닮았다. 대형 딸기 조형물이 자리잡고 있으며 11개의 크고 작은 상점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퍼블릭에어는 각각 10평 규모 남짓의 2개의 상점을 대관해 전시장으로 꾸몄다. 전시장 외에 딸기골 내 가게에도 작가의 작품을 걸었다. 청바지 숍, 빈티지 숍에 어울리는 작품을 상인들과 상의해서 걸었다. 이러한 전시장은 예정에 없던 프로그램이라 작가들이 십시일반 운영비를 모아 연말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아트마켓 통해 시민과 소통

기획을 맡고 있는 최민건 작가는 “가능하면 시내에 공간을 잡고 싶었죠. 딸기골이 초창기 때처럼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어요. 작가들이 거주했을 때 공간의 변화를 주목해봐야죠. 작가들의 출구를 마련하는 동시에 시민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갈 것입니다”고 설명했다. 작가들이 순번제로 전시장을 지킬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6월부터는 매주 토요일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오픈마켓’을 연다. 이른바 홍대 앞 아트마켓처럼 지역에서도 판을 벌인다는 것이다. 딸기골 곳곳에 좌판을 펴놓으면 시민들이 참여해 물건을 팔거나 구매할 수 있다. 먼저 작가들이 나서 소장품 및 소품들을 판매할 예정이다.

   
▲ 박아람 작 「Poping Night」
김길은 대표는 “입주작가들이 벌써부터 흥분해있어요”라며 “전공 책, 그림, 악세사리 등 재밌는 물건들이 선보여 흥을 돋울 것입니다”고 설명했다. 최민건 씨는 “아트마켓이 이른바 이벤트성으로 진행되면 실패로 끝나기 쉬워요. 상설공간이 마련돼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을 갖고 시민들을 만날 수 있는 진득한 작가들이 필요해요”라고 덧붙였다. 홍대 앞에 전국의 보부상들이 모여 짐을 풀듯 딸기골 내에서도 시끌벅적한 예술장터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고. 기본적인 좌판은 주최 측에서 대여해준다는 방침이다.

대안공간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에서는 오는 12월까지 다양한 기획전이 열린다. 우선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벌이고 있는 10명의 작가 개인전과 더불어 외부기획전을 준비 중이다. 6월 9일부터 19일까지는 서울 피치갤러리에서 전시회를 벌인다.

지금은 ‘슈퍼스타’전이 열리고 있다. 참여작가는 최부윤, 박진명, 연상숙, 음영경, 박아람, 강혜원, 남윤미, 김윤섭, 한영애, 이정민, 김길은, 김은현, 최민건 씨다. 전시는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에서 40대까지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고민과 생각을 읽을 수 있도록 대표작 위주로 선보이고 있다.

자생력 있는 문화공간

전국적으로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다. 충북도에서도 작가지원의 한 방법으로 올해부터 하이브 캠프, 퍼블릭에어, 청원미술협회 등 3곳을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2007년부터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가 15여명의 작업실 및 작가지원에 나서고 있다.

최민건 씨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1년 단위이다 보니까 작가들은 늘 이동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있어요. ‘레지던스 하이에나’라는 말도 생겨나고 있죠.(웃음) 이곳저곳 떠돌아다녀도 결국 작가가 자기공간을 갖고 자생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죠”라고 말했다.

김은현 씨도 하이브 캠프-미술창작스튜디오-퍼블릭에어로 자리를 옮겼다. 김은현 씨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작가로서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선배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작업의 기반을 형성한다고 봐야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원을 받는 공간은 언제나 한계를 띤다. 그래서 작가들은 자생력 있는 공간 확보를 기대한다. 김길은 대표는 “지리하게 공간을 지키고, 기획을 지속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대안공간이 일회적인 이벤트가 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펼칠 것이에요”라고 밝혔다.

최민건 씨는 “작가들의 작업실이 모여 군락을 이룬다면 자연스럽게 ‘문화의 거리’도 조성된다고 봐요.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가 첫 실험대에요. 여기서 자생력을 갖추게 된다면 더 큰 꿈을 꿀 수 있겠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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