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이 비슷하다고 헷갈려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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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이 비슷하다고 헷갈려서야
  • HCN충북방송
  • 승인 2010.09.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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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영 HCN충북방송 대표이사

요즘 우리 고장 언론의 기사에서 비슷한 발음 때문에 빚어진 표기 실수를 발견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교열부서가 없다 보니 그도 그럴 것 같다. 하지만 방송의 인터넷 텍스트 기사는 그렇다 치고 신문에서 자주 등장하는 실수를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우리말 맞춤법 실수도 문제지만 한자어의 오용도 여전하다.

중부매일 6일자 1면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최종보고회를 갖 계획이다.>에서는 ‘갖을’이 잘못됐다. ‘가지다, 디디다, 서투르다’ 같은 것은 준말(갖다, 딛다, 서툴다)과 같이 두루 쓰이는데, 주의할 게 있다. 준말의 어간(갖-,딛-,서툴-) 뒤에는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어,-ㄹ/을,-었다 등)를 못 쓴다. 이때는 본딧말을 활용해야 한다. ‘가, 디, 서툴렀다’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갖은 수단을 다 썼다>의 ‘갖은’은 맞는 표기다. 형태는 동사의 활용형으로 보이지만 굳어진 관형사다.

충청일보 6일자 3면의 <다행히 농작물재해보험을 가입했는데 실정에 맞는 적정한 보상이 나올런지 걱정된다.>에서 ‘나올지’는 ‘나올지’의 잘못이다.

동양일보 6일자 2면의 <정부가 4대강 살리기에 예산배정을 집중할 경우 공사가 늦쳐질 것으로 보인다.>에서 고쳐야 할 부분은 ‘늦질(→늦질)’이고 같은 신문 1면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이 1년에 한 번 치루는 조리에 관한 최상급 숙련기능을 가진 ~>의 오기는 치는(→치는)이다. ‘치루다’는 사전에 없는 말인데도 자꾸 등장하는 것은 ‘이루다’는 말과 구조가 같은 것으로 착각해서가 아닐까 싶다.

그런가 하면 의존명사 또는 조사로도 쓰이는 ‘로’를 의외로 ‘로’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충청타임즈 6일자 5면 <오송메디컬그린시티 검증위의 결과가 나오는데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에서 그런 예가 보였다. ‘대로’는 ‘그로’처럼 명사나 대명사 뒤에서는 붙여 쓰는 조사요, 동사나 형용사 뒤에선 띄어 써야 할 의존명사다. 따라서 인용된 기사문에서는 ‘나오는 로’처럼 띄어야 한다.

한자어 중에 ‘미미와 미비’, ‘결제와 결재’ 등 유음이의어(類音異意語) 혼동 사례는 매주 발견될 정도로 흔하다. <효과가 미해 드라마 촬영 기간만이라도 캐릭터 상품 판매를 허용해~>(충청투데이 8월27일자 3면)에서 갖추지 못했다는 뜻의 ‘미비’는 보잘 것 없이 작다는 뜻의 ‘미’여야 한다.

한편 낱말의 의미를 잘못 알고 쓰는 예도 줄지 않고 있다. 뉴시스 5일자 <찬·반 양쪽이 외에서 싸우질 말고 협상 테이블 안에서 의견을 도출하게 하라는 의미였다.>에서 번외는 외로 고쳐져야 한다. 충북일보와 충청타임즈도 그대로 기사를 받아 실수를 답습했다.

최근 청주시가 추경예산을 줄여 잡음으로써 올해 예산 1조원 시대 개막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CBS, MBC 등은 <사상 첫 1조원 예산이 철회됐다.>는 식으로 철회를 갖다 썼는데, 주어(예산)와 술어(철회됐다)의 조합이 영 어색하다. 지난달 30일자 충북일보 6면 <입주 예정자들과 업체 간 한발 양보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 극적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풀게 됐다.>는 문장에서 재앙이나 불행의 원인을 말하는 ‘빌미(→계기,발판)’도 용법이 잘못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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