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오늘을 보다
상태바
영화에서 오늘을 보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11.08.31 1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진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풀꿈도서관장

지난 주 친구들과 인도영화를 봤다. 원제가 ‘3 idiots’인 ‘세 얼간이들’이다. 재미난 장면과 에피소드가 있다고 소문난 이 영화는 기대한대로 상영시간 내내 유쾌한 웃음을 주었다.

이 작품은 2009년 인도의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의 영화로서 ICE라는 인도의 일류 명문 공과대학에 입학한 세 명의 천재 학생들의 우정과 사랑, 좌절, 꿈을 향한 유쾌한 반란, 획일화된 교육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 얼간이로 통하는 주인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접어두고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공과대학에 입학한 파파보이 파르한, 가난한 집안을 책임지기 위해 무조건 일류 대기업에 취업해야 하는 마음 여린 라주, 부잣집 정원사의 아들로 태어나 주인집 아들대신 공과대학에 대리 입학한 매우 똑똑한 란초다.

주인공 란초가 일등, 일류만 기억하는 공과대학의 교육방침과 비루교수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인도영화 특유의 뮤지컬과 함께 유쾌하게 전개 된다. 영화 속에서 어려운 일이 생기거나 좌절할 만한 상황일 때마다 란초가 외치는 “알 이즈 웰”이라는 말은 “All is well"의 인도식 발음인데, 영화 속 주인공들은 물론 나에게도 뭉클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공과대학 교수로서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는 1등 지상주의를 고집하며 경쟁을 부추기는 인물, 비루교수는 우리의 교육현실을 비춰보게 한다. 비루교수에게 비난받고 좌절하여 자살에 이른 한 학생의 처지는 몇 달 전 자살한 카이스트 공과대학 학생들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지난 8월 중순경 카이스트에서는 이 영화를 ‘교수들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로 선정하여 교내에서 상영하기도 했다고 한다.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은 미래가 없다”고 누군가가 말할 때마다 우리들은 ‘선의의 경쟁은 필요하다’며 맞선다. 과연 선의의 경쟁이란 말이 맞는 말일까. 자신이 책을 읽거나 공부를 열심히 하여 성적을 올리고자 하는 것을 선의의 경쟁이라고 하더라도 그 말은 옳지 않다고 여겨진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을 하지는 않는다. 경쟁은 교육받는 과정에서 부추겨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우리의 구석구석 자리 잡아 떨쳐내기 힘들뿐이다.

원시시대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해서도 유인원과 인간의 차이점은 협동심이라고 밝혀지고 있다. 현재도 수렵과 채집생활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부족들인 콩고의 피그미, 칼라하리의 부시맨들은 경쟁보다는 협동을 통해 사회와 삶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농경사회였던 우리의 역사에서도 두레, 계와 같은 협동의 생활방식이 전해오고 있다.

급속한 산업화와 인구증가로 인해 경쟁이 자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산업사회, 사회경제구조의 필요성에 의해 경쟁이 부추겨져왔고, 교육을 통해 심화되고, 교육자체도 경쟁적인 양상을 띠게 된 것 같아 안타깝다. 남과 비교당하고 경쟁에 내몰리기보다 친구들과 협동하며 자신의 재능을 찾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교육의 미래가 보고 싶다.

영화 속에서 란초가 외치는 “알 이즈 웰”은 경쟁으로 암울해지고 있는 교육현실에서도 좌절하지 말고 새롭게 교육을 살려내자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 것 같다. 영화의 결말에서 파르한은 재능을 살려 사진작가가 되었고, 라주는 원하던 대로 대기업에 취업해 단란한 가정도 꾸렸다.

그리고 란초는 졸업 후 친구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북인도의 아름다운 호수 판공초라는 곳에서 행복해 보이는 아이들이 있는 멋진 학교를 세우고 성공한 과학자로 살아간다. 모두들 좌절을 딛고 자신의 재능을 살려, 원하던 바를 이뤄낸 것이다.

인도 북부 라다크에 속한 도시 레에서 400km를 더 가야하는 호수 판공초는 해발 4350m에 위치했는데 중국과 인도의 경계를 이루며, 오염되지 않은 파란 하늘빛의 바다같이 드넓은 호수에는 아름다운 모래사구가 발달해 있다. 판공초같은 환경에서 마음껏 자신의 재능을 펼치며 행복하게 공부하는 우리 아이들을 그려보며, 란초가 영화에서 했던 매력적인 대사를 전하고 싶다. “재능을 따라가다 보면, 성공이 뒤따라 올 거야. 알 이즈 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