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비리 온상 족벌경영 막을 길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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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비리 온상 족벌경영 막을 길 없나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11.0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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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법 이사회 3분의 2 찬성이면 직계존비속 경영 인정
주성대·충청대 등 대표적…법인·학원 운영분리 제도화 필요

▲ 주성대 박재국 전이사장-동생 박재택 신임이사장-아들 박용석 신임총장-박 전이사장의 매부 정상길 전 총장(신임총장의 고모부)
최근 감사원의 대학 재정운영 실태 감사결과 중간보고회에서 전국 113개 대학 중 50여개 사립대학에서 횡령·배임 등이 적발돼 충격을 준 가운데 도내 사립대학들의 족벌 경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7일 교과부가 폐쇄명령을 내린 성화대의 경우 교수 월급으로 13만원을 지급하면서도 설립자가 교비를 빼돌려 회사운영자금으로 사용해 물의를 일으켰다. 바로 이 성화대가 대표적인 족벌경영의 표본으로 지적된 바 있다. 성화대는 장녀(31)를 총장 직무대행, 차녀(27)를 회계팀장으로 지명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건설사 직원을 대학 사무처장으로 임명해 물의를 일으켰다.

도내 주성대의 경우 지난 달 정부 재정지원 대학에 포함된 책임을 지고 정상길(65) 총장이 물러났지만 조카인 박용석(43·경찰행정학과) 교수가 신임 총장에 올랐고 박재택(64·원성화학 대표이사) 이사가 신임 이사장에 올랐다. 박 이사는 박재국 전 이사장의 동생이자 신임 총장의 작은아버지(숙부)에 해당한다. 사실상 대표적인 족벌경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정 지원 제한대학에 선정된 주성대학은 변함없는 장학금 혜택 지원 등을 약속하고 위기모면을 위한 돌파구 마련에 부심했지만 사학비리의 연결고리인 학원과 법인 운영을 분리하는 데는 실패했다.

신임 박 총장이 신입생과 재학생의 충원율과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입학홍보처를 홍보실과 입학과로 분리하고 홍보실을 언론 지원과와 대외협력과로 나눠 대외적 홍보역량을 강화했지만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하다. 충청대학도 오경호(57) 전 이사장이 학교 법인 소유의 토지를 담보로 수십억 원을 대출받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어 재판을 받자 지난해 말 누이동생인 오경나(59) 이사장이 제3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오 이사장은 설립자인 故오범수 선생의 장녀이다. 충청대학에서는 지난 96년 4월부터 2년여 간 사무자동화 교수와 기획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또 99년 9월부터는 충청학원의 이사로 활동해 왔다.

불명예 퇴진한 선친 띄우기 여전

▲ 충청대 오경호 전 이사장-누이동생 오경나 신임이사장

그나마 충청대학은 법인과 학원 운영을 분리해 비슷한 시기 사의를 표명한 정종택 총장의 후임으로 유선규(62) 전 부산외대총장을 신임 총장으로 맞이했다는 점이 주성대와는 다른 모습이다.

도내에서 족벌경영의 대표적인 곳이 바로 청주대다. 청주대는 지난 8월2일 김윤배 총장이 부친의 미수연(米壽宴)을 맞아 미수문집 '100인이 본 김준철 박사' 출판기념회를 청주 라마다 호텔에서 가지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선친 띄우기 행적의 구설수는 사전에 지역방송사에 홍보기사를 부탁했다는 지적이 있은 데다 한 달 앞선 5일에는 대학본관에서 부친의 명예총장 추대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명예총장의 경우 청주대가 종합대학으로 승격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선친의 학교 출연재산 처분 과정에서 도덕성 시비가 일어 지난 1989년 제3대 총장으로 취임한지 1년도 안되어 불명예 퇴진한 바 있다. 또 학내 분규를 자초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지난 2001년 6월27일부터 7월10일까지 청석학원과 청주대학교에 대한 특별감사 당시 법인관리 7건, 입시·학사관리 7건, 인사관리 6건, 예산회계 관리 13건, 시설관리 5건 등 모두 38건의 비리를 적발해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항간에서는 사학의 경우 선친의 재산 출연으로 후학양성에 기여한 바가 큰 상황에서 총장이나 이사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 하는 동정론도 적지 않다. 다만 이들이 현직을 이용해 온갖 비리를 저지른다면 그것이 문제가 될 뿐 현직을 유지하는 것만을 놓고 싸잡아 비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에프엑시스라는 새로운 재단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학원 정상화를 꾀하고 있는 서원학원의 경우처럼 오랜 학내 분규의 시초가 바로 개인이 학원 경영을 도맡아 오면서 발생해 왔다는 지적이다.

"느슨한 사립학교법 개정 시급"
서원학원 최완배(59) 전 이사장은 학교 돈을 담보로 수십억 원을 대출을 받는가 하면 학교 본관과 도서관 증축과정에서 건설업체로부터 사례비를 받은 사실로 고발당하자 해외도피생활 끝에 지난 2008년 9월 인도네시아에서 입국하다 공항에서 붙잡혀 구속 수감됐다. 

이 같은 혼란 중에 서원학원을 인수한 박인목(64) 전 이사장은 서원학원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현금 53억여원을 예치하겠다는 협약을 체결했으나 차용금 등으로 20억 원 만 예치하고 이를 담보로 55억원을 대출받아 예치하는 수법으로 이사들과 교육부를 속여 취임한 (업무방해 등)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이후 2009년 11월에는 박 전 이사장이 학교의 교육용 재산인 상가 건물의 입주자들로부터 임대료 명목으로 1억여 원을 받아 횡령 한 사실을 확인해 추가 기소되기도 했다. 서원학원은 새로운 재단 영입을 하는 과정 속에서도 학내 분규는 물론 채권을 인수받은 에프엑시스와 박 전 이사장과의 법정소송이 계속 진행 중에 있다. 이처럼 사학비리의 시초는 학원과 법인 운영이 어느 개인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데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행 사립학교법이 설립자의 직계존비속의 총장이나 이사장직을 제한하고 있으나 이사회 3분의 2가 찬성할 경우 예외를 인정하고 있어 사실상 이를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 후손이 전 재산을 출연해 후학양성에 매진하려 했던 설립자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내 사학재단 관계자들은 "도내에서 부산정보대나 성화대 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마라는 법은 없다"며 "사학 비리의 온상을 차단할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는 사립학교법 개정이 시작이 될 것이다"고 꼬집었다.

한편 부산정보대 사건은 설립자인 강 모씨가 지난 2001년부터 2008년 9월까지 총장, 아내 이 모씨는 2001년 8월부터 현재까지 이사장을 맡아 보면서 노인요양병원사업을 위해 학교 수익용기본재산 예금 8억여 원을 멋대로 처분한 (횡령)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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