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 된장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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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 된장이 되기까지
  • 신용철 기자
  • 승인 2013.01.0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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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 투고 - 최종예 피자집 라피자 오가니카 대표

토요일 오후에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제 힘에 부쳐서 메주 쑤는 것도 힘이 드니 시간이 되면 와서 같이 하자고. 일요일 아침, 아침을 일찍 해 먹고 친정집으로 향했다. 엄마는 벌써 콩을 가마솥에 두 시간째  끓이고 계셨다.

뭘 이렇게 일찍 왔느냐고 하시면서 아직 두 시간은 더 끓여야 푹 익어서 찧기도 좋고 맛도 좋다고 그동안 방에 들어가 쉬었다 하자고 하셨다. 방안에 들어가 엄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콩이 된장이 되기까지 얼마만한 시간이 걸리는지 궁금해져 엄마에게 물어 보았다.

우선 콩을 잘 씻어 하룻밤 정도 불린다. 가마솥에 넣고 은근한 불로 푹 무를 때까지 4시간 정도 삶아준다. 오랜 시간 뭉근히 끓으면 콩이 누렇다 못해 약간 붉은 빛이 되는데 이때가 가장 맛이 좋다.

큰 통에 콩을 쏟아 붇고 절구공이로 열심히 찧는다. 뜨거울 때 찧어야 잘 찧어지기 때문에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된다. 처음 찧기 시작할 때는 콩 알갱이가 살아 있어 힘이 안 들지만 콩이 거의 찧어지면 절구공이가 쩍쩍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아 힘이 많이 들어간다. 손아귀와 팔 어깨가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하고, 땀이 나기 시작한다.

웬만큼 찧어지면 어느 정도 식도록 내버려 둔다. 너무 뜨거우면 메주를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찧은 콩이 식는 동안 콩을 삶은 솥이며, 그릇들을 정리한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메주를 만들기 시작한다.
사각의 메주 틀에 깨끗한 보자기를 덮고 그 위에 찧어놓은 콩을 꾹꾹 눌러 담아, 보자기로 잘 감싼 후 메주 틀 위에 올라가 자분자분 밟아 준다. 그래야 메주 조직이 단단하고 촘촘해진다. 벽돌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잘 다져진 메주를 메주 틀에서 빼내 따뜻한 방에 깨끗한 천을 깔고 널어놓는다. 약 이틀 정도 사방이 잘 마르도록 돌려가며 말리고 겉 표면이 꾸득꾸득 해지면 양파망이나 볏짚으로 잘 묶어 선반에 매달아 놓는다.

이때부터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메주를 위해 보일러를 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속 까지 다 말랐다 싶을 때 선반에서 내려 하나하나 종이로 싼 후 박스에 넣고 담요를 푹 덮어  곰팡이가 예쁘게 필 때까지 따뜻한 곳에 방치하는데 엄마는 설날까지 라고 하셨다.

나는 그동안 엄마가 만들어 주신 메주를 가지고 된장을 담가 먹었다. 그리고는 주위에 된장을 직접 담가서 먹는다고 자랑질을 늘어 놨는데 오늘 메주를 만들어 보니 내가 했던 것은 된장 만들기 중 아주 사소한 일부분에 불과했다. 여러분들도 기회가 되면 한번 해 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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