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염소누출 사고 은폐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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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염소누출 사고 은폐 의혹
  • 김남균 기자
  • 승인 2013.03.27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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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미한 사고…정리 끝내고 신고하려 했다' 궁생한 변명
‘사고발생 1시간 만에 수습 끝내고 대책회의 진행했다’ 확인

▲ (주)SK하이닉스 김종태 총무팀장이 회사 정문에 운집한 취재진들에게 사고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 육성준기자


22일 (주)SK하이닉스에서 발생한 염소 누출사고에 대한 은폐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사고발생 1시간 만에 사고현장 수습을 끝내고 바로 1시간여의 대책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은폐 의혹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 염소 누출 사고를 신고하지 않은 것은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불수 있어 경찰의 수사 또한 이점에 방향이 맞춰질 전망이다.

사고가 발생한 22일 오후 4시 30분 (주)SK하이닉스 김종태 총무팀장은 정문에 자리 잡은 수십명의 취재진에게 사고 개요를 설명했다. 김 팀장은 M8생산라인의 배관 보강 작업 도중에 0.17g의 염소가 10초가량 누출됐으며 4명의 작업자는 공장안에 있는 병원에서 진료한 결과 아무런 이상증세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고 사실을 관계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김 팀장은 워낙 경미한 사고여서 정리를 끝내고 신고하려고 했다며 은폐 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과는 부합하지 않는 정황이 포착됐다. 취재 결과 SK 하이닉스는 사고가 발생한 10시 10분에서 한 시간이 이내에 파손된 밸브와 시설에 대한 정비를 모두 마치고 11시 경 부터는 내부 대책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의는 한 시간 가량 진행 됐으며 SK 하이닉스환경안전팀 및 시공업체 관계자, 노동조합 산업안전 담당자까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회의에서 사고의 경위 및 수습상황, 유해가스 잔류량 보고 및 작업재개 시점 등을 논의했다.

회사관계자와 노동조합 관계자도 이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노조 김준수 위원장은 대책회의를 통해 회사로부터 사고와 관련된 상세한 보고를 받았으며 염소 잔류농도가 ‘0’일 경우에 작업을 재개하는 것을 동의할수 있다는 노조의 입장을 회사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으로 보아 ‘정리를 끝내고 신고하려 했다’는 SK하이닉스의 말과는 달리 사고발생 한시간만에 신속하게 사고 정리가 끝난 것을 짐작 할 수 있는 대목이다.

SK하이닉스가 염소누출 사실을  함구하고 있는 동안 한 주부의 제보로 사고 발생 4시간 만에 외부로 알려졌다. 대피명령을 받은 SK하이닉스 노동자가 자신의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연락을 받은 이 주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인터넷 게시판에 같은 내용을 게재했다. 이 게시물을 읽은 또 다른 주부가 한 언론사에 제보했고  언론사가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소방당국이 출동하게 돼 사고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것이다.

명백한 실정법 위반

SK하이닉스에서 염소 누출 사고를 가스안전공사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법 제26조는 △ 사람이 사망한 사고 △ 사람이 부상당하거나 중독된 사고 △ 가스누출에 의한 폭발 또는 화재사고 △ 가스시설이 손괴되거나 가스누출로 인하여 인명대피나 공급중단이 발생한 사고는 한국가스안전공사에 통보하도록 규정하는 있다. 이법 시행규칙의 별표 ‘사고의 종류별 통보 방법 및 기한’은 ‘가스시설이 손괴되거나 가스누출로 인하여 인명대피나 공급중단이 발생한 사고’ 일 경우 속보로 즉시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청주 흥덕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25일 국과수 직원들이 현장검식을 진행했다며  사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한 뒤 안전관리 수칙 이행여부와 고압가스안전관리법등 법령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폐의혹 처음 아니다.
2011년 이천공장, 암모니아 가스 누출
출동한 소방서대원 진입 막아 은폐의혹

SK하이닉스 청주공장의 염소누출 사고 은폐 의혹과 더불어 2011년 5월 19일 이천 공장에서 발생한 가스누출사고에 대한 이 회사의 대응 태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천공장에서는 당시 시설 정비업체 직원들이 반도체 원판에 막을 덧씌우는 증착 장비를 수리하던 연결부분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암모니아 가스와 지르코늄 등 피부질환과 호흡기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화학물질이 밤새 유출됐다.


공장안에 있던 노동자들은 메스꺼움, 울렁임 등의 증상을 호소했고 일부 직원들이 119에 신고했다.  그러나 하이닉스 측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서 구급대를 정문에서 돌려보냈다.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이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서 대원은 "여기 출동했는데  현장에  못 들어갔어요. 회사가에서 들어오지못하게 해서요"라며 회사의 제지가 있던 것을 시인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SK하이닉스가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그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당시에도 제기됐다. 가스 누출 사고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서 대원의 출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트위터리안이 “하이닉스 반도체에서 오늘 가스 누출 사고 있었죠. 직원들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직원들이 119에 신고했겠죠. 근데 하이닉스는 구급차를 돌려보냈습니다. 사람 목숨보다 영업기밀을 우선시했나 봅니다.” 라는 트윗을 올렸고 다시 수백건 리트윗 되면서 SNS 공간에서도 비난 여론이 쇄도 했다.

SK 잇단 사고… 사회적 책임 소홀 '눈총'
이노베이션, 디클로메탄 유출사고… 2010년 600톤 대기방출
하이닉스,  불산등 유해물질 배출…사고 때마다 은폐의혹

LG와 더불어 지역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는 SK그룹이 지역과 공생하는 사회적 책무에 대해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청주에 입주하고 있는 SK계열사가 최근에만 크고 작은 문제를 연이어 터뜨리고 있기 때문에다.
청주산단에 입주하고 있는   (주)SK이노베이션에서 지난 2월 디클로메탄이라는 2급 발암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와 더불어 이회사 청주공장의 생산 분야 전부가 도급으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도 새로 파악됐다. 이 회사는 2010년에 이 물질을 청주공장과 증평공장에서 연간 600톤이나 대기중으로 방출했다. 전국에서 배출되는 발암물질의 9%에 해당하는 수량이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국립환경과학원 화학물질정보시스템에 의하면 불산등을 포함해 연간 41톤의 유해화학물질을 대기중으로 배출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염소 누출사고가 발생했고 더구나 은폐의혹에 휩쌓였다.

복대동에 거주하는 주부 신모씨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사고소식을 들을때마다 불안하다’며 ‘대기업이면 대기업 답게 책임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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