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실핏줄, 그때 그 개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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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 실핏줄, 그때 그 개울의 추억
  • 윤석위 본사대표
  • 승인 2013.04.10 2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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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로 덮인 동네 실개천 숨쉴 수 있어야 사람 살만한 세상
요즘 시대는 어제까지 있었던 것들이 아침이면 사라지고 없거나 먼 곳을 돌아보고 돌아오면 없었던 것들이 눈앞에 우뚝 서 있기도 하는 변화무쌍한 시대이다. 사람들은 늘 경이로움을 찾아다니고 스스로 놀라운 일을 만들어낸다.

TV에서는 놀라운 것들을 찾아내어 보여주려 하고 새로움을 찾아 멀고 먼 나라까지 카메라를 보내 생경한 풍물을 전하지 못해 안달이다. 카메라가 집안의 큰 재산이던 시절이 40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요즘엔 누구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전송하는 세월이 되었다. 어렵게 찍은 흑백사진 한 장 한 장이 소중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얼마전 청주대학교 건축학과 김태영교수 연구실 벽면에 붙혀진 1968년 찍은 청주항공사진을 보았다. 그는 그 사진을 강의실 바닥에 입체축소복원 중이었는데, 나는 그 축소복원된 건물들 사이로 흐르던 내 마음속의 오래된 개울을 보았다.

▲ 우암산에서 흘러 내려온 상작골 개울의 복개도로.

우암산 골짜기서 가재잡던 1960년대

그 무렵인 1966부터 1969년사이, 교동초등학교 동쪽 성공회 아래에 있던 중고교 시절의 옛집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집을 나서 도지사관사로 올라가던 작은 다리가 있었고 그 다리아래 흐르던 개울을 따라 한참 올라가면 KBS송신탑을 볼 수 있었다.

그 골짜기 샘에서 가재를 잡았던 기억도 살아있다. 맑은 개울은 이곳으로부터 흘러 판자울타리 담장이 이어진 도지사 관사아래 상작골을 거치면서 우리집 근처에 이르면 물이 제법 많아져 소리내며 흘렀다.

어느핸지 한 여름 큰물이 나서 크고 작은 돌들이 길을 덮고 물살이 세차게 흐르던 기억도 새롭다. 이 개울은 도청과 상당공원사이를 지나 현재 도민탑이 있는 동아극장과 금수장여관앞을 거쳐 오래된 태권도장인 청도관과 수양버들이 늘어섰던 방아다리를 굽어돌며 무심천으로 흘러갔다. 지금은 이 개울이 복개도로 아래 악취를 풍기며 숨어 흐른다.

1970년대를 지나면서 도시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생활하수의 처리가 도시마다 큰 골칫거리가 되었다. 큰 비가 오면 개울이 넘치고 이때를 놓치지 않고 집안의 생활하수를 개울에 버리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했다. 개울마다 코를 막고 다녀야할 정도로 오염되어 복개라는 이름으로 덮어버린 곳은 상작골만이 아니었다.

▲ 우암산 3·1공원에서 내려온 23육군병원 개울 복개도로.

청주 최초 우암산 도시계획주택단지

중학교시절, 주성중학교남쪽은 23육군병원이 있었다. 6·25전쟁무렵 야전병원으로 세워졌던 이 육군병원은 조치원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있었는데 이전 후 이 터에 청주 최초의 도시계획주택단지가 조성되어 고급주택이 들어서게 되었다. 청주시장 관사도 그때 지어진 것이다.

23육군병원의 남쪽 철조망과 성공회와 불교수련원으로 올라가는 길 사이에도 작은 개울이 있었다. 그 개울은 한국은행충북지점 뒤편에 있었던 화교학교와 산림조합 사무실사이를 지나 중앙시장 쪽으로 흘렀다. 개울에는 집으로 통하는 작은 나무쪽다리가 하나씩 놓여져 있었는데 지금은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그 당시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사직동에 있던 남한제사 공장앞을 지나 내수동고개(시계탑)를 오르면 보이던 원통학교였는데 늘 교복을 입고 상당공원앞의 여학교 교문앞을 지나야했던 곤혹스럽던 기억과 함께 무심천다리를 건너 사직동 내수동고개를 따라 흐르던 작은 개울을 잊지 못한다.

▲ 청주 무심천으로 흘러내린 사직동 개울을 복개한 사직대로.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음주 자전거 사고 위험지역 ‘개천’

체육관부터 무심천까지 이어져있던 개울은 규모가 제법 커서 키를 넘게 쌓은 석축아래 흘렀고 집앞마다 작은 다리가 놓여 있었다. 요즘같이 가드레일도 없던 시절이라서 가끔 자전거나 술취한 행인이 처박히기도 했던 큰 개울이었다.

그러고보니 그 항공사진에 있던 거의 모든 청주의 개울이 사라졌다. 영운천 석남천 율량천… 앞으로 무심천도 콘크리트로 덮일까 걱정이다. 물은 흘러가는 대로 두면 물가에 풀과 나무들이 자라고 스스로를 정화시킨다.

이러한 자정작용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물고기들을 품어 기르게 하며 새들을 모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자연의 치유력을 믿고 살면 사람들도 더불어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이 더럽히고 더럽다며 덮어버렸던 개울. 소득이 높아지면서 환경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이때 햇볕아래 다시 꺼내놓고 함께 살려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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