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 간 노인? 우리는 젊어도 너무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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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 간 노인? 우리는 젊어도 너무 젊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3.04.2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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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나이는 40대…경주-포항, 1박2일 강행군에도 끄떡없어
자녀 결혼문제, 가장 큰 고민…“일하고 싶다” 노후설계 후회

회갑수학여행 첫날, 술자리가 무르익자 진풍경이 벌어졌다. 친구들 사이에서 체력이 좋기로 정평이 난 오병구 씨가 힘자랑에 나선 것이다. 그는 “젊은 사람들도 나처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엎드려 손바닥만 바닥에 댄 채 몸을 띄웠다. 보통 근력으로는 할 수 없는 동작이다. 오 씨가 시범을 보이자 함께 자리하던 동창생들도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오 씨는 이어서 보란 듯이 물구나무까지 선보였다.

권혁만 씨는 “환갑이라는 말이 와 닿지 않는다. 이렇게 건강하고 활기찬데 우리를 한물 간 노인으로 분류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 수학여행 첫날 오병구 씨가 물구나무를 선보이며 녹슬지 않은 체력을 과시했다.
10년 전 일본의 방송작가 이에 코쿠스케는 자신이 펴낸 수필집 ‘대왕생’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물학·정신적 나이는 실제나이에 곱하기 0.7을 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계산법이라면 60세는 42세가 되는 것이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단순히 노년기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성장기, 장년기도 함께 늘어났다는 것이다.

지금나이 곱하기 0.7이 신체나이

회갑수학여행 기간 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고등학생의 체력과 비교해도 크게 모자라지 않았다. 경주에 도착해 첨성대와 최부잣집, 안압지 등을 도보로 둘러보고 불국사와 석굴암도 거뜬히 돌았다. 여기에 저녁식사부터 시작된 술자리는 옛친구를 만난 즐거움에 새벽까지 이어졌지만 다음날 아침 7시에 집결해 포항 내연산 등산도 차질없이 진행했다. 청주에 도착해서도 아쉬움을 늦은 밤까지 뒤풀이가 이어졌다.

이들의 고민은 크게 경제활동의 지속여부와 자녀의 결혼, 건강 등 3개의 키워드로 정리된다. 이들의 생각하는 건강은 지금의 건강함을 유지하고 오랫동안 삶을 영위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이전 세대에서 걱정했던 건강과는 차이가 있다.

수학여행 중간 중간 이어진 진지한 대화 속에서 나온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녀들의 결혼이었다.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 자신의 삶보다는 자녀의 삶이 우선인 것이다. 신언재 씨는 “서른이 넘은 딸이 결혼할 생각은 안하고 자기계발에만 몰두하고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고학력에 따른 취업연령이 높아지면서 결혼연령도 높아졌다. 예전 61세 같으면 손주가 있고, 할아버지란 호칭이 자연스럽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김광수 씨도 “갈 나이가 됐는데 유행을 따르는 것인지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한편으로는 열심히 활동하는 자녀에 대한 자랑이기도 하겠지만 걱정스런 마음도 크다.

자녀의 결혼은 또래의 아버지들이 느끼는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하다. 송귀성 씨는 “자녀가 좋은 배필을 만나 안정된 가정을 꾸리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라며 “최근에도 이문제로 아들과 갈등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자녀의 결혼 문제의 배경에는 경제력이 작용한다. 자녀의 결혼을 현직에 있을 때 맞는 것과 퇴직 후 맞는 것은 부담의 크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경제력은 건강과 노후설계 모두를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찰공무원 출신인 이승희 씨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는데 현실이 녹록치 않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자영업을 하는 신경우 씨도 “취미활동은 많은데 시간과 돈이 따라주지 않는다. 경제적인 노력을 좀 더 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에서 30년간 근무하고 정년퇴직한 이만근 씨도 “퇴직하고 하릴없이 시간 보내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일 좀 했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퇴직 후 노후설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아마도 대다수의 뉴시니어 세대가 고민하는 문제일 것이다. 반면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처럼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문상욱 씨는 퇴직 후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 새로운 직업이 된 것이다. 그는 “올해 사진영상 전공 대학원에 진학했다. 2014년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서 열리는 사진전 큐레이터를 맡아서 준비 중”이라고 말해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농협에서 근무했던 민병진 씨는 청주평생학습관 뉴스타트 열린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또한 지역 내 사회활동으로 퇴직 후 무료함을 없애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명퇴를 했다는 신언재 씨는 백수(?)지만 여전히 바쁘다. “오전에 매일같이 체육관에 나가 배드민턴을 친다. 오후에는 수년째 해오고 있는 서각을 공동작업실에서 하고, 때론 여행을 다니면서 즐겁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60대는 무척 건강하다. 일선을 떠난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런 것이 부족하다보니 건강한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건전한 놀이문화 등 사회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학여행참가자 31명에게 물었다
충북출신 61세 남성의 현주소는?

설문조사는 일반적으로 1000명을 표본으로 했을 때 설문조사의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3.1 수준이 된다. 이런 점에서 회갑수학여행 참가자 31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은 어떤 통계적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31명 가운데 5명은 설문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준비했다. 충북에 거주하는 61세 남성의 현주소는 어떨까?

지난 22일 60세 정년을 의무화하는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이 국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현재는 57세다. 26명 가운데 무직자는 9명(35%)이었다. 전문직을 포함한 자영업자 비율은 42%(11명)이고, 직장인은 6명(23%)이 고작이었다.

현재 가장 큰 고민은 자녀 결혼에 대한 고민인 것으로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 건강과 경제력, 자기성취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의 수는 평균적으로 2자녀가 가장 많았고, 26명의 응답자 가운데 21명이 미혼의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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