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공예마을 연방희씨 딸 혼인 잔치서 전통 놀이마당 재현
지난 18일 진천군 문백면 진천공예마을 염색공방 ‘고래실’이 온종일 웃음꽃으로 염색됐다. 이날 고래실 방장 연방희씨(사진·62)가 딸 결혼식을 마친뒤 혼인 잔치마당을 벌인 것.
“4년전부터 ‘자식 결혼식은 이렇게 해봐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다행히 사위와 사돈 어르신들도 흔쾌히 동의해줘서 조용한 예식과 시끌벅적한 잔치가 됐다. 잔치 때문에 돈깨나 썼겠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주변 분들이 물심양면 도와줘 힘안들이고 마칠 수 있었다”
신랑 정근일·신부 연지현씨의 결혼식은 지난 4월 논산에서 양가 가족들만의 조촐한 예식으로 치렀다. 주변에 청첩도 돌리지 않은채 혼인잔치를 강행한 연씨의 고집은 이날 하객들에게 즐거운 울림을 선사했다.
“4년전부터 ‘자식 결혼식은 이렇게 해봐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다행히 사위와 사돈 어르신들도 흔쾌히 동의해줘서 조용한 예식과 시끌벅적한 잔치가 됐다. 잔치 때문에 돈깨나 썼겠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주변 분들이 물심양면 도와줘 힘안들이고 마칠 수 있었다”
잔치의 중노동인 음식 준비와 배식은 연씨가 13년간 운영해온 염색교실 수강생 50여명이 자원봉사했다. 천막 의자 등 필요장비는 친구들이 추렴했고 음식 그릇은 면사무소의 관급 조달을 받았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지역의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이 총출동한 국악공연 두 마당. 새울예술단의 타악으로 시작해 가야금, 대금, 판소리, 마당극, 태평무, 아쟁, 탈춤, 남도민요까지 질펀하게 객석을 사로잡았다.
공연자들 또한 잔치의 의미를 감안해 모두 무료로 참여했고 이들은 엮어낸 행사 기획가는 괴산 사리면 귀농 도인(?) 정순오씨다. 사회를 맡은 김호성 아나운서는 자신과 정씨 등을 일컬어 ‘연방희와 한량들 멤버’라고 깍듯하게 소개했다. 한낮부터 한밤까지 흥겨운 한마당 놀이판은 우리네 동네잔치의 원형을 복원한 것이었다.
“아직 자식 둘이 남았으니 두번의 기회가 더 있다. 음식 제공, 하객 동선 등 이번에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 더 즐겁고 재밌게 만들고 싶다. 우리집 잔치를 음양으로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남은 두번의 잔치에는 민폐를 최소화하도록 하겠다” 십수년전 <충청리뷰> 인터뷰에서 장래희망을 ‘미친놈 조합장’이라 했던 연씨의 미친(?) 행각이 어디까지 미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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