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완창, 일생에 한번은 들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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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완창, 일생에 한번은 들어봐야죠”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3.05.22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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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꾼 서화석 씨, 2박 3일 소리풍류 ‘소풍’공연 계획
하루에 한 시간 공연, 비용은 공짜지만 후원회원 모집해
판소리 완창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춘향가는 무려 8시간. 심청가는 5시간. 판소리꾼 서화석 씨(51)는 “8시간 한자리에 듣는 건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고문이에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판소리를 2박 3일에 나눠 하루에 한 시간씩 들려주겠다는 것.

서씨는 5년 전 소리풍류 ‘소풍’공연계획을 세웠다. “불러만 준다면 사람들과 ‘소풍처럼’ 떠나 하루에 한 시간씩 흥보가를 들려주고 올 생각이에요. 일생에 한 번 판소리 완창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값진 경험일까요. 사람들은 대개 유명한 한 대목만 기억하죠.”


그렇다고 그가 2박 3일 내내 처음만난 일행들과 함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연만 하고 돌아온다고 한다. 막걸리 한잔을 받으면 더욱 좋고.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계속 판소리를 할 것인데, 무언가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고 설명했다.

일단 문학적으로 가치가 있고, 3시간 공연으로 들려줄 수 있는 흥보가를 택했다. 그간 꾸준히 연습했다. 불러주면 어디든지 가지만, 공연료는 따로 받지 않겠다고 한다. “불러주는 곳들이 공연료를 따로 줄 수 있을 만한 곳들이 못 돼요. 어르신들이 있는 복지관을 몇 번 찾아가봤는데 아무래도 농사철이라 그런지 선뜻 연락이 오지 않네요.” 다만 판소리꾼으로 살기 위해 최소한의 여비마련을 위해 후원회원을 모집하기로 했다. 마음이 내키는 분들에 한해서만.

아직까지 회원이 열손가락 남짓이지만 일정정도 회원이 모아져야 고수비를 챙겨줄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돈 안줘도 같이 다닐 수 있는 ‘공짜고수’를 쓰려고 해요. 개인적으론 빚을 지는 거죠. 그래도 언제까지 부탁만 할 수 없으니까 후원회원이 모아져야죠. 그래야 공연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요.”

20년 넘게 소리하면서 서씨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판소리에 입문한 것이 서른이었다. 20대에는 대학교 풍물패에서 하루 종일 장구를 칠 정도로 열심히 하다 4학년 때 풍물굿패 씨알누리를 창단했다.

장구를 쳤던 그는 우연히 ‘비나리’ 공연을 무대에 올려야 해서 판소리를 배우게 됐다. 당시 경기명창 권재은 선생에게 경서도 민요를 가볍게 배우다가 아예 판소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서른살에 서울로 상경, 판소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36살까지 여관방을 전전하며 결혼한 아내가 보내주는 40만원의 생활비로 살았다. 하루 한끼 먹으면서도 판소리를 배우면서 행복해했다.

서른살에 시작한 판소리

드디어 2000년 전북도립국악단에 취직해 1년 정도 활동했다. 당시 전북도에서 창극단 민영화 바람이 불어 노조를 결성하다가 끝내 복직을 택하지 않고 떠나왔다. 이후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창악부 단원으로 있다가 2005년 청주에 왔다. 안정된 직장을 떠나 다시 야생의 삶으로 돌아왔다.

이후 2007년 퓨전 판소리 마당극 ‘부부가’를 조혜란씨와 함께 만들어 히트를 쳤다. 이후 예술공장 두레 정기공연 ‘강’, 극단 놀이패 열림패 정기공연 등에 참여했다. 홍명희 문학제에서 임꺽정 전을 판소리로 만들어 올린 적도 있다.


“홍명희 문학제에 초청을 받아 ‘부부가’를 들려준 적이 있었죠. 공연을 하긴 했지만 행사 분위기와 맞지 않는거에요. 홍명희 선생의 작품을 갖고 공연을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유정환 시인이 글을 쓰고 제가 판소리로 불러서 ‘임꺽정전’을 무대에 올렸어요.”

서씨는 가경터미널 시장에서 4년 전부터 터를 잡고 시장 상인들과 호흡하면서 문화가 있는 시장 만들기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시장문화예술공동체 ‘잇소’의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한 달에 2번 정기적으로 시장에서 공연도 펼친다. 또 가경동, 중앙동 주민자치센터 풍물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서씨는 ‘소풍’이 평생사업이라고 말한다. 눈앞에서 직접 듣고 매만지는 판소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 한다. “충청도는 경기민요나 부르고, 판소리는 마치 남의 동네 음악인양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이제 판소리꾼이 충청도 방방곡곡을 돌며 판을 벌이자고 결심한 거죠.” 일생에 한번 판소리 완창을 듣고 싶다면 그에게 기꺼이 전화를 달라고 한다. (공연문의 010 9289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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