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는 나의 삶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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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는 나의 삶 그 자체”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4.06.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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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광섭씨, 이번엔 북한 다리 답사기 준비
도내 최초 건설의 날 정부포상 영광 “직접 북한 답사길 열렸으면...”
유홍준교수는 <나의 문하유산 답사기>를 펴내고도 못내 끝말을 맺지 못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나의 북한 문화유산 답사기>이다. 여전히 통제된 사회 때문에 주로 평양과 금강산을 중심으로 한 문화유적 답사에 그쳤지만 이 책을 넘기는 독자들은 호기심과 긴장감으로 외경(畏敬)의 감회를 느끼다가도 한편으론 그야말로 가슴 떨리는 민족적 동질감을 경험했다. 지금 충북에도 유홍준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똑같은 설레임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 손광섭씨(62·청주 광진건설 회장))다.

평범한 건설업자이던 그는 얼마전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평생의 역작인 <천년후 다시 다리를 건너다>가 발간된 후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건설업 관계로 전국을 누비며 다리에 관한 자료를 챙겨오다가 주변의 권유로 책을 낸 것이 그만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들에게도 쇼크(?)를 안긴 것이다. 방대한 자료와 전문가적인 식견에 놀란 것이다. 책이 알려지면서 여기저기서 주문과 기증요구가 쇄도했다. 자료적 가치 때문인데 이미 전국의 도서관 등에선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요즘 건설전문지인 ‘건설저널’에 <옛다리를 찾아서>를 다시 연재하고 있다.

손회장은 지금 북한에 푹 빠졌다. 남쪽 다리를 섭렵하고도 항상 마음속에 남았던 공허감, 북쪽(북한)의 다리를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켜켜이 쌓아 오다가 얼마전부터 기회를 얻은 것이다. 물론 유홍준교수처럼 북한에 직접 들어가 답사는 못하지만 손회장은 지금 북쪽 다리의 세세한 것까지 알아내기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손회장이 북한 다리에 대한 답사를 위해 북한과 접촉하는 방법은 분단국가의 비애를 그대로 드러낸다. 그의 북한루트는 북한과 인접한 중국 심양이다. 심양엔 북한이 직영하는 칠보산 호텔이 있다. 무역관 등 북한과 관련된 여러 기관이 입주해 있기 때문에 이곳 종사자들과 여행사 직원을 통해 북한 다리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다. 과거같으면 금기사항이겠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후사정을 얘기하면 대부분 호의적이라는 것이다. 북한 종사들한테 이해를 구하고, 북한 출입이 자유로운 조선족 여행사 관계자에게 일정액의 경비를 주어 북한으로 들어 가게 해 사진과 자료를 구하도록 하는, 이른바 대리 답사를 계속 하고 있다.

기초 자료 수집을 위해 손회장은 이미 서울 청계천 등의 고서점을 샅샅이 뒤졌다. 자료수집의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심양을 세 번이나 방문했고, 앞으로도 여러 일정이 더 잡혀 있다. 자료가 수집되는 대로 <천년후 다시 다리를 건너다> 북한편을 낼 계획인데, 바람이 있다면 책을 내기 전에 자료가 수집된 다리에 대해 본인이 직접 답사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외교통상부 등 여러 채널을 통해 간절히 이를 타진하고 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그가 구상하는 <천년후 다시 다리를 건너다> 북한편의 첫 글은 정몽주의 비사가 배인 개성 선죽교다. 손회장은 “다리에 관한한 끝장을 보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이를 기원하기라도 하듯 손회장에게 요즘 경사가 닥쳤다. 2004 건설의 날(6월 18일) 대통령 표창인 정부포상을 받은 것이다. 충북 건설인 중에선 유사 이래(?) 처음이다. 이날 세종종합건설 남진희사장도 건설교통부장관상을 받았다. 손회장이 정부포상을 받게 된 공적은 크게 4가지. 탁월한 경영능력과 부채없는 회사경영, 청남교 확장 특수공법 시공, 건설박물관 운영 및 도서발간(천년후 다시 다리를 건너다) 등이다.

광진건설은 지난해에도 도내 유일하게 공정거래위 평가 하도급 현금결재 우수업체로 선정돼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업적중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국내 최초로 사설 건설박물관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다리에 대한 답사로 책을 내듯 그는 평생 건설업을 하면서 건설 관련 수많은 자료를 수집해 오다 2002년 청주시 흥덕구 수곡동 사옥의 3, 4층에 건설박물관을 개설, 일반인들에게 무료 공개하고 있다. 손회장의 뜻은 청주에 이어 도내 남부와 북부 등 3곳에 지역 특성에 맞는 사설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으로, 이미 북부는 부지를 확보하고 구체적 사업계획에 나선 상태다.

손회장은 3대 건설가문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부친으로부터 물려 받은 건설업을 아들(손인석 청주JC회장)에게까지 물리며 성공적인 사업을 일궈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현재 한국복지재단 충북지부 후원회장과 한국청소년 화랑육성연맹 상임부회장, 청주문화원 이사를 맡아 사회환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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