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계 뺨치는 충북 교육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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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계 뺨치는 충북 교육계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4.05.0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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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6월 지방선거가 20여일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정치권의 단체장, 지방의원 이외에 충북 교육의 수장인 교육감도 뽑게 된다. 이기용 전 교육감이 진작에 지사 출마로 선회하면서 보수성향의 후보들이 난립했다.

4년전34.2%를 득표해 차점 낙선한 김병우 예비후보가 진보의 절대강자로 버티고 선 가운데 보수 후보들은 자체 교통정리를 하지 못했다. 지역 보수층에서 ‘난립=필패’라는 여론이 나돌았고 우여곡절 끝에 단일화 추진모임이 결성된다. 지난 4월초 지역 교육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비전교조 출신 충북교육감 단일화 추진위원회(이하 단일화 추진위)’가 구성된 것.

하지만 모임의 명칭부터 추진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교육감 선거를 이념 대결구도로 끌고 가기 위해 언론이 사용해온 ‘보수후보 단일화’ 용어를 폐기시켰다. ‘비전교조 출신 단일화’라는 저급한 프레임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5명의 보수후보는 단일화 추진위의 여론조사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서약서까지 작성했다. 마침내 지난 4월말 여론조사 결과 홍순규·장병학 예비후보가 상위 2명으로 선정됐다. 탈락자 가운데 강상무 홍득표 예비후보는 결과에 승복하고 후보 사퇴했다.

하지만 문제는 상위 2명 중 최종 후보를 가리는 데서 먼저 불거졌다. 여론조사 1위였던 홍 후보가 탈락하고 장 후보가 최종 낙점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 단일화 추진위는 구체적인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만장일치로 장 후보 선정사실을 발표했다. 두 후보는 단일화 추진위의 최종심사 전 ‘어떠한 결과에도 승복한다’고 호언했었다.

하지만 보수 후보 단일화 작업은 마지막까지 지리멸렬을 피할 수 없었다. 홍순규 예비후보가 전격적으로 독자출마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한발 더 나가 지난 7일 단일화 추진위를 상대로 경찰에 수사의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선수가 심판을 고발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마치 ‘개그콘서트’에서 시청률에 목을 매는 한 장면를 보는 것처럼 관객들은 씁쓸하기만 하다.

일부에선 홍-장 후보간 단일화 실패의 가장 큰 배경으로 중등-초등간 대결구도를 꼽고 있다.
초등 출신의 장 후보가 최종 선정되자 중등 단일후보가 된 홍 후보는 주변의 압력(?) 때문에 출마포기가 여의치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선거전을 치른 홍득표 전 예비후보는 후보사퇴 선언을 하면서 충북교육의 문제점을 이렇게 정리했다.

첫째, 초등·중등, 보수·진보, 학연·지연·직연(職緣)중심으로 편이 나뉘어져 있다는 것이다. 둘째, 충북 교육계의 정치화가 타 지역에 비하여 심각하기 때문에 교육자의 자존심을 살려 줄 서는 행태를 스스로 자제하자고 당부했다. 셋째, 글로벌 시대에 충북지역 중심의 연고주의와 배타주의가 심각해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태도를 주문했다.

혹자는 이번 교육감 선거의 마이너리티 후보가 겪은 자격지심(?)이라고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홍 전 후보의 지적은 정문일침(頂門一鍼)이었고 특히 충북교육계의 지나친 정치화는 다시금 꼽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민선 교육감 시대의 그늘로 치부하기엔 그 적폐가 심각하다.

최우선적인 책임은 이기용 전 교육감이 져야할 몫이다. 지사 출마를 굳힌 상태에서 2월말 교원인사를 단행했고 직전에 벌인 출판기념회의 수익금이 10억원대를 넘는다는 소문이다. 일선 교장 교감 교육단체장이 낸 축하금은 다름아닌 선거자금용으로 쓰여질 돈이었다. 이런 줄서기가 계속되는 한 충북교육은 우물 안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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