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난’이 아동매매로 이어져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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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난’이 아동매매로 이어져 ‘충격’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4.07.0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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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끝에 낳은 아이 부모알까봐 ‘쉬쉬’···7개월 키우다 돈받고 입양
미혼모들 출생신고 못해 개인간 거래, 인터넷에 입양문의 종종 올려

60만원 아동매매 사건 다시 보기

자신의 아이를 60만원에 팔아넘긴 비정한 아빠 사연이 큰 충격을 던졌다. 더욱이 이 사건이 충북 청주에서 발생하자 지역민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국의 언론매체들이 앞다퉈 보도한 뒤 현재는 잠잠해졌지만, 젊은이들의 무책임성과 생명경시 현상이 이 정도까지 왔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이제 젊은층의 동거는 일반화됐다. 대학가 남녀학생들의 동거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7개월된 자신의 딸을 60만원에 넘긴 A씨도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동거끝에 아이를 낳았다. 부모가 알까봐 아이 출생신고도 못한 A씨는 아이를 입양보내고 싶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대학생 A모(21) 씨는 동갑인 여자친구 B모 씨와 지난해 청주시 복대동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둘 사이에 딸이 태어났다. 처음에는 여자친구와 키워보려고 막노동을 해가며 생활비를 마련했지만, 직업이 없었던 두 사람에게는 무리였다. A씨는 학교를 핑계로 집을 나왔고, B씨는 취직했다고 둘러대고 집을 나왔기 때문에 부모들은 동거 사실조차 몰랐다. 그래서 아이를 호적에 올릴 수 없었다고 한다. A씨는 서울 모 전문대생이고, B씨는 직업이 없었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청주 상당경찰서 관계자는 “형편이 어려웠던 두 사람은 아기 분유를 사면 자신들은 굶는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 끝에 원룸 계약기간이 끝났고, 두 사람 사이도 멀어졌다. 결국 B씨가 집으로 돌아가면서 A씨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는 청주시내 모텔을 전전하며 아이를 키우다 더 이상 자신이 없자 모 포털사이트에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C씨가 카톡 ID를 남기자 둘 사이 거래가 시작됐다. 아이를 입양기관에 보내지 못한 것은 출생신고가 안 돼 있었기 때문.

이후 두 사람은 여러 차례 카톡을 주고 받다 지난 4월 24일 청주시 모충동 새마을금고 주변에서 만나 아이를 교환했다. 당시 아이는 생후 7개월된 상태였다. 돈 60만원도 주고 받았다. A씨는 C씨에게 ‘아기 엄마가 아프니 사례비를 조금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110만원을 놓고 흥정을 벌였는데 나중에 60만원을 받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실제 아기엄마 B씨는 병원 치료를 받은 적 있으나 이 돈으로 병원을 간 것은 아니다. 사건이 터진 뒤 A·B의 양가 부모들은 크게 놀랐다고 한다. A로부터 ‘아기가 좋은 곳으로 입양갔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B씨도 사건 전말을 듣고 울음을 터뜨렸다는 것.

동거 커플, 친구들이 ‘신혼부부’라고 불러

시민들은 이 사건을 접하고 “20대 젊은이들의 무책임성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자신의 아이를 돈 받고 남에게 건네준 행위는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아동매매가 아니고 무엇인가. 준비없이 부모가 되고, 아무런 가책없이 아이를 버리는 세태에 할 말을 잃었다”고 분개했다. 아울러 남녀동거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젊은이들의 의식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 대학가 남녀학생들의 동거는 이제 일반화됐다. 10여년 전부터 대학가에서 원룸을 운영하는 D모 씨는 “기숙사에 들어갔던 학생들이 1학년 1학기가 끝나면 대부분 나와 원룸으로 간다. 기숙사에서는 통제가 심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원룸에 들어가면 간섭하는 사람이 없어 이성친구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눈 맞으면 동거를 한다. 처음에 혼자 들어왔던 학생이 얼마안가 동거하는 경우를 숱하게 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활비 아끼려고 동거한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모여살면 비용이 더 들어간다. 아무리 이성친구에게 끌려도 자제할 때는 자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젊은이들이 너무 많다. 방 두 칸 짜리 얻어 남녀 4명이 사는 집도 있고, 수시로 짝을 바꾸는 학생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모 씨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동거하는 친구들을 ‘신혼부부’라고 부른다. 타지에서 온 친구들은 부모 몰래 동거하는데 이런 커플들이 점점 늘어난다”고 귀띔했다.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된다고 인터넷에 ‘입양’ 의견을 올린 것도 충격적이다. 실제 네이버 ‘지식iN’에서 ‘입양’을 검색하자 입양보내고 싶다며 절차를 묻는 글이 눈에 띄었다. “애기 아빠가 연락두절이라 입양보내고 싶다”는 모 씨의 글에 개인간 거래는 사기당하기 쉬우니 입양기관에 알아보라는 댓글들이 달려 있다.

현 입양특례법은 아동의 권익을 최우선 목표로 해서 출생신고 의무화와 입양부모 자격기준을 강화했다. 그래서 미혼모 자녀들은 출생신고 의무화 조항 때문에 입양기관을 통하지 못하고 버려지거나 인터넷을 통한 불법 입양이 이뤄진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법입양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관련 법률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아동매매 사건을 수사했던 청주 상당경찰서.

인터뷰/ 청주 상당경찰서 고범식 지능범죄팀장
“아동매매 사건 접하고 경악···현재 양가부모가 아이양육 협의중”

아동매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건 A씨의 아이를 입양한 C씨의 지인이 아동보호기관에 제보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인은 갑자기 아이가 생겨 이상하게 여기고 캐물었다고 한다. 아동보호기관은 이를 다시 경찰에 알렸다. 고범식 청주 상당경찰서 지능범죄팀장은 이 사건을 접수받고 A와 C씨의 카톡내용을 분석해서 전화번호를 확보한 뒤 저간의 과정을 밝혀냈다.

고범식 팀장은 “청주아동보호기관에서 C씨를 데리고 왔다. 평범한 가정주부인데 A씨가 돈을 요구해 줬다고 했다. C씨는 자신이 낳은 아들 4명에 입양한 딸 1명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을 접한 사람들은 아이가 5명이나 있는 사람이 왜 또 아이를 입양하려고 했을까 의심했다. 때문에 인신매매범 아닐까 하는 의혹도 일었다. C씨는 현재 남편과 이혼한 상태이고, 직업도 없다.

이에 대해 고 팀장은 “우리도 이상해서 여러 차례 물었으나 ‘아이가 좋아서 입양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형편이 넉넉해 보이지는 않았으나 어떤 범죄행위를 하려고 한 특이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와 C 두 사람의 범죄행위는 향후 검찰조사에서 더 자세히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카톡으로만 연락해 A씨의 연락처를 찾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카톡은 전화번호를 알지 못해도 주고 받을 수 있기 때문. 현재 A씨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구속돼 검찰 송치를 앞두고 있고 C씨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그는 “이런 사건은 처음 봤다. 인신매매는 있었어도 아동매매는 처음 접했다. 철없는 20대 젊은이들이 부모가 알면 큰일 난다는 생각만 했지 생명의 소중함은 몰랐던 것 같다. 아이는 곧바로 아동보호기관을 통해 시설로 갔으나 양가 부모들이 아이 양육과 호적에 올리는 문제를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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