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혁상 편집국장 |
대안언론 <뉴스타파>의 박대용 기자가 실시간으로 기자의 질문 내용을 한발 앞서 트위터에 올린 것. 순서와 내용까지 맞아떨어지다보니 ‘신내림 기자’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결국 미리 각본이 유출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트위터상에선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심지어 어떤 누리꾼은 “박 기자가 질문을 다 미리 알고 있으면 박 대통령도 안다는 얘기네. 그런데 대답이 왜 저 따위야”라고 꼬집기도.
이게 도대체 무슨 영문일까, 분명 작년 기자회견과 달리 ‘각본없는 질의응답’을 하기로 했던 것인데. 작년도엔 출입기자단과 청와대가 질문내용을 사전에 ‘짬짜미’하는 바람에 회견뒤 집중비판을 받았다. 기자단 추첨으로 질문자를 정하고 질문내용을 사전조율한 뒤 청와대측에 건네주었기 때문에 ‘짬짜미’가 된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기자단 내부에서 조율한 최종 질문내용을 절대로 넘겨주지 않겠다고 공언했었다.
하지만 청와대 출입기자도 없는 <뉴스타파>가 최종 질문을 사전에 입수한 것이다. 확인결과 이미 기자회견 2시간전부터 일부 기자들 사이에 메일로 전파됐다는 것. 그렇다면 유출 용의자(?)는 청와대 출입기자거나 보고를 받은 소속 언론사 간부일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일선 평기자들 사이에 메일이 오고갔다면 청와대 내부에서 몰랐을 리가 없다. 적어도 2시간전에 질문내용을 입수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시간차만 있었을 뿐 올해도 ‘각본있는 기자회견’이 된 셈이다.
물론 이렇게 된 상황을 단순히 기자단의 보안유지 부실로 몰아세우기도 곤란하다. 한정된 질의자를 추첨으로 정할 수밖에 없고 서로간에 중복질문을 막기위해 사전조율도 불가피하다. 언론사 특성상 부서 책임자에게 보고하는 것을 탓할 수도 없다.
어찌보면, 열명이 넘는 질문기자 중에 청와대 비서실이 친소관계로 한명만 낚아도(?) 입수할 수 있는 정보다. 결국 해당 언론인들이 완벽한 공인의식을 발휘해 지켜야 할 비밀을 흘려버린 책임은 면키 힘들게 됐다.
각본 유출 여부를 떠나 질의 내용에 대해서도 뒷말이 따른다. 세월호 참사의 의혹 가운데 핵심 쟁점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해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 기조연설 이후 10여명의 기자들 질문 가운데 ‘7시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동안 청와대측 해명이 부족했던 사안임에도 출입기자들은 이를 대통령에게 묻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새해부터 우리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자주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역대 대통령 기자회견 통계를 보면 김대중·노무현 각 150회, 이명박 20회 그리고 박 대통령은 2년간 2회로 나타났다. 이대로 임기를 마친다면 총 5회가 될 것이다. 이래도 ‘불통’이 아니라시면…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