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더블린의 기억 작품 속에 녹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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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더블린의 기억 작품 속에 녹여내
  • 충북인뉴스
  • 승인 2015.03.2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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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인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영화를 통해 문학 읽기(32)
윤정용 평론가

20세기 영미 소설사, 더 나아가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혁명적인 작가로 평가받는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1882-1941)는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출생했다. 조이스는 생전 많은 작품을 남겼고, 그에 대한 연구는 그가 활동하던 20세기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여전히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어 ‘조이스 산업’이라고 불릴 정도이다. 조이스에 대한 관심은 학문적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예컨대, 더블린에서 6월 16일은 ‘블룸스데이’(Bloom's Day)라고 불린다. 블룸은 조이스의 대표작 『율리시즈』(Ulysses, 1922)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이고, 6월 16일은 『율리시즈』의 시간적 배경이 되는 날이다. 『율리시즈』는 블룸이 하루 동안 더블린 시내를 거닐면서 보고 듣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야기, 즉 ‘블룸의 이야기’(Bloom's Story)다. 더블린에서는 조이스와 『율리시즈』를 기념하기 위해 6월 16일 하루 종일 라디오에서 『율리시즈』가 낭송된다고 한다. 이처럼 조이스와 그의 작품은 학문의 영역을 넘어서 더블린의 일상을 차지하고 있다.

조이스는 예수파의 학교에서 가톨릭교의 사제 교육을 받고 성직에 종사할 생각까지 할 정도로 종교에 심취했으나 결국 그는 성직자의 길을 포기하고 예술가의 길을 택하게 된다. 그는 버나드 쇼(Bernard Shaw)와 예이츠(W. B. Yeats)와 마찬가지로 아일랜드이었지만 그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그는 예이츠처럼 ‘아일랜드 문예 부흥운동’(Irish Literary Renaissance)에 참가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는 고향 더블린을 떠나 37년간이나 ‘망명객’(exile)으로서 국외를 방랑하였다. 그는 빈곤과 고독 속에서 눈병에 시달리면서도 전인미답의 문학작품을 계속 집필하였는데, 작품의 대부분은 아일랜드, 더블린, 더블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조이스는 평생 동안 그의 고향 더블린을 떠나 있었지만 그의 의식 속에는 항상 그가 자라온 더블린의 비참한 빈민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즉, 아일랜드의 종교와 전통은 그의 소설의 주된 배경이 되었고 그의 개인적인 경험과 고뇌는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조이스는 그의 자전적 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 1916)에서 종래의 사실주의 기법에서 벗어나 인상주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또한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젊은 날의 자전적 요소를 반영하고 있고 따라서 작가의 예술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즉,『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주인공 스티븐 디덜러스(Stephen Dedalus)가 겪는 정신적 혼란과 성장을 그리고 있다. 결국 스티븐은 자신의 저항과 비판적인 태도로 여러 가지의 외부적 압력으로부터 벗어나 마침내 자기 해방의 길, 즉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되는데, 이는 또한 예술가로서 조이스 자신의 정신적 편력과도 일치한다.

모더니즘의 결정판

조이스의 개인적 예술관은『율리시즈』에서 정점을 이룬다. 이 작품은 조이스의 문학적 노력의 집대성의 결과이며, 현대 소설계를 경탄하게 만든 모더니즘의 결정판이기도 하다. 작품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율리시즈』는 호머(Homer)의 장편 서사시『오디세이』(Odyssey)와 대위법적 구성을 취하고 있다. 즉, 『오디세이』가 비범한 영웅 오디세우스의 20년에 걸친 모험적인 귀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율리시즈』는 평범한 유대인 레오폴드 블룸(Leopold Bloom)의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하루 일과를 다루고 있다. 블룸은 하루 종일 더블린 일대의 술집, 화장실, 목욕탕, 산부인과 병원, 매음굴 등을 돌아다닌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더블린 사람들의 추악한 면을 솔직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이 작품은 너무나 과감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인해 외설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때문에 조이스는 당시 영국인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동포인 아일랜드 사람들에게조차도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조이스는 자신을 둘러싼 주위의 모든 대상에 대한 강렬하고도 독특한 애정을 지닌 작가이다. 특히 그는 자신의 조국 아일랜드가 처한 현실에 대한 관심을 자신의 문학 세계의 주요한 주제로 택하여 조국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을 보인 ‘낭만적 애정’과 ‘고전적 지성’을 겸비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독창적인 실험성 돋보여

『율리시즈』에서 조이스가 보여주는 탁월한 다양한 기법은 오직 조이스의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독창적인 면이다. 조이스는 20세기 전반기에 걸쳐 서구를 풍미하였던 모더니즘 문학을 주도한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는 ‘현현’(顯現, epiphany), ‘의식의 흐름’ 등의 용어를 문학 용어 사전에 처음 편입시키며 현대 문학에 커다란 변혁을 초래했으며, 그의 작품은 현실과 환상, 추억과 욕망이 서로 뒤엉킨 현대인의 정신적 갈등과 방황을 다루고 있다.

조이스 문학의 특성은 무엇보다 그의 독창적인 실험성에 있다. 첫 작품에서부터 마지막 작품에 이르기까지 구사된 신화적 상징, 몽타주와 패러디, 시간의 현대적 개념구사, 환상과 무의식의 세계, 다양한 문체, 다원적 세계관, 서술 기법의 끊임없는 변화, 독창적인 어휘 창조 등은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실험 정신을 잘 반영한다. 그것은 단순히 일시적인 전위적 유행을 반영하기보다는 삶과 그 삶에서 추출되는 문학 세계의 본질을 밑바닥까지 헤쳐 보려는 작가의 투철한 장인정신에서 비롯된다. 조이스는『더블린 사람들』(Dubliners, 1914)의 각 단편을 통해 고착되어 있는 마비된 현대인의 모습을 작가는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이는 안주하지 않는 영원한 모색이 삶에 대한 조이스의 전반적인 관점이며, 그의 형식상에 있어서의 무한한 실험성을 뒷받침해 주는 기본 정신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 제임스 조이스의 삶과 사랑을 다룬 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팻 머피가 감독하고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한 <노라>(2000)라는 영화다. 궁금하지만 이 영화는 일단 숙제로 남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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