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官)이 만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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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官)이 만능은 아니다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5.04.0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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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청주시 휴암동 광역쓰레기 소각장 인근 주민들이 쓰레기 반입을 지연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소각장 주변 영향권 주민지원협의체 소속 주민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6시부터 소각장에 반입되는 생활쓰레기의 성상검사를 실시한 것. 주민지원협의체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반입 쓰레기 검사 등 소각장 운영 감시활동을 할 수 있다. 환경오염시설 유치에 동의하는 대신 적절한 보상과 자체 감시권한을 준 것이다. 장기간 피해 주민들에게 마땅히 제공해야 할 사회적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민 감시원들이 반입 쓰레기를 일일이 성상검사하면서 쓰레기 처리에 차질이 빚어졌다. 소각 마감 시각인 오후 3시까지 20여대의 쓰레기 수거차량이 하차작업을 하지 못했다. 결국 쓰레기를 싣고 대기하다 다시 차고지로 돌아가야만 했다. 성상검사란 쓰레기 봉투 안에 있는 ‘불량’ 쓰레기를 걸러내는 작업이다. 최소한의 감시방법이긴 하지만 주민협의체가 청주시를 압박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준법 투쟁’ 방식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날 성상검사는 ‘준법투쟁’ 의도가 다분했다. 현장에 온 주민들은 소각시설 1호기 영향권 지역(휴암동 3,4반) 거주민이었다. 이들은 오는 7월 소각시설 2호기 준공으로 영향권에 새로 편입될 휴암동 1,2반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영향권 피해주민들에게 제공할 보상방안을 놓고 서로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3,4반은 기존 소각시설 1호기에 이어 소각시설 2호기의 영향권에도 들기 때문에 1,2반보다 인센티브를 가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합의가 어려워지자 아예 협의체를 1,2반과 3,4반이 따로 구성하자는 얘기도 나온다고 한다. 기존 1호기 영향권 주민은 지난해 1억5000만원의 난방비와 전년도 쓰레기봉투 판매액의 5%를 합쳐 총 5억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았다. 1가구에 평균 800만원 정도 분배된 셈이다. 청주시는 2호기 증설협약을 하면서 쓰레기 봉투 판매 인센티브를 5%에서 10%로 올리는 것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뒤늦게 주민들간에 인센티브 분배비율을 놓고 내부갈등이 빚어졌다. 자체적으로 해결점을 못찾자 기존 3,4반 주민들이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민관갈등이 아닌 민민갈등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그럼에도 쓰레기 처리를 지연시키는 것은 전체 시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설사 민관갈등이라 하더라도 공공시설의 기능을 막는 것은 마지막 수단이 되야한다.

지난 2008년 청주 학천 광역쓰레기매립장에서도 똑같은 민원분쟁이 벌어졌다. 주변 7개 마을 주민지원협의체 주민들이 3일간 매립장 출입구를 봉쇄해 쓰레기수거가 중단됐다. 그때도 지원마을이 4곳 늘어나면서 기존 지원금 15억원의 증액여부를 놓고 시와 주민협의체가 갈등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여론이 악화되고 경찰력 투입이 임박하자 주민협의체가 봉쇄를 풀었다. 휴암동 쓰레기 소각장은 이미 피해주민 보상규모가 정해진 상태다. 주민간 합의가 지연된다고 해서 소각시설 운영을 막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을 수 있다. 관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아직도 4~5공화국을 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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