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대신 ‘어르신’으로
상태바
노인 대신 ‘어르신’으로
  • 충북인뉴스
  • 승인 2015.04.15 23: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혼예찬/ 김춘길 충북사회복지신문 주필
▲ 김춘길 충북사회복지신문 주필

나이 들어, 첫 손자가 “할버지(할아버지)!“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의 감회는 ‘나도 자손을 두고 있다’는 현실감과 말문이 열리기 시작한 손자의 귀여움 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나도 드디어 고령층 반열에 들게 됐구나’하는 인식을 새삼스레 갖게 됐다. 이같은 소회는 다른 고령층 인사들도 비슷하게 가졌었다고 주위는 동감을 표시한다.

그런데 우리의 전통사회는 공자의 영향을 받아 나이에 따른 명칭을 달리했다. 10세 충년(沖年), 15세 지학(志學), 16세 과년(瓜年), 20세 약관(弱冠), 30세 이립(而立), 40세 불혹(不惑), 50세 지천명(知天命), 60세 이순(耳順), 61세 환갑(還甲),62세 진갑(進甲), 70세 고희(古稀), 77세 희수(喜壽), 80세 산수(傘壽), 88세 미수(米壽),91세 망백(望百), 99세 백수(白壽), 100세 상수(上壽), 108세 다수(茶壽)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고령층, 즉 나이든 사람 (법적으론 65세 이상)을 통틀어 노인이라고 호칭해 오고 있다. 외국의 경우, 중국은 60대를 장년(長年), 70대는 존년(尊年)이라고 하고, 일본은 노인과 함께 노년(老年)과 실버(Silver)란 용어를 사용해 왔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늙은 사람(Older Person), 나이든 사람(Aged), 연장자(Elderly), 선배시민(Senior Citizen), 황금연령(Golden age) 등으로 호칭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인 남녀의 평균 기대수명이 80세에 접근하고, 100세 시대를 향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제는 노인이란 호칭을 다른 용어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폭넓게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우리 전통문화 속에서 각인된 전형적인 노인(老人)의 개념은 존경의 의미보다 부정적인 모습이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허리와 등은 굽고,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얼굴과 손등에는 주름이 넘쳐나고, 융통성이 옹색한 채 동작은 굼뜬 죽음 앞의 사람들이란 의미를 내포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다 일부 노인들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로 인해 노구(老軀),노둔(老鈍), 노망(老妄), 노쇠(老衰) ,노회(老獪), 노욕(老慾), 노추(老醜) 등의 말을 들어야 했다.

60대는 장년이지 노인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노인의 개념이 변경돼야 한다. 1950년대에는 60대를 당연히 노인으로 취급했지만 현재의 60대는 장년이지 과거의 노인이 아니다. 일부 언론은 60~75세 까지를 신중연(新中年)이라고 부르고, 학자들은 신노인(新老人)의 출현과 그 문화의 창달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건강하고 연금 등의 경제력도 있으며 사회참여도 활발한 채 자식들로부터 독립적인 생활 자세를 지향하고 있다. ‘한국 골든에이지 포럼’은 지난 2010년 6월30일 노인 호칭 변경을 공식 제안했다. 서울시 역시 노인이란 호칭을 버리고 ‘어르신’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노인 대신 어떤 호칭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어르신’이란 호칭을 선호한다. ‘어르신’이란 말은 ‘얼이 완숙하여 얼이 신과 같은 사람’ 또는 ‘지혜를 갖추어 존경받을 만한 사람’을 뜻한다. 그러나 어르신은 고령자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서의 일상적인 사용은 적합할지 모르나 가치중립적인 법률 용어로까지 선택돼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지 않다. 따라서 국가적으로 중지를 모아 노인 대체 용어를 채택할 때까지는 고령자나 어르신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