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CI, 진흙탕길 돌아 결국 원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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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CI, 진흙탕길 돌아 결국 원점으로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5.06.2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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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여야 ‘집행부에 재검토 권고’ 결정···집행부 새 CI 개발 착수 예정
이승훈 시장·김병국 의장 ‘핑퐁게임’ 비판 받아···이젠 상생모습 보여야
▲ 합의문을 발표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최충진 원내대표(왼쪽)와 새누리당 황영호 원내대표. 사진/육성준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청주시 새 CI가 마침내 폐기된다. 청주시의회 여야는 지난 23일 ‘집행부에 재검토를 권고하고 그 결과를 의회에 보고토록 한다. 의사진행을 하면서 의원 개개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CI 본회의 의결과정에서 있었던 미숙한 진행에 대해서는 의장이 사과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로써 씨앗모양의 CI는 사라지게 됐다. 시의회에서 집행부에 재검토를 권고했기 때문에 집행부는 곧바로 새로운 CI 개발 착수에 나선다.

청주시 상징물관리위원회가 지난 4월 17일 CI를 선정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갈등은 2개월여 기간 동안 계속됐다. 그간 시의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뿐 아니라 청주미협·민미협, 청주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충북참여연대 등은 “소로리볍씨에서 나온 씨앗모양 CI는 청주시 정체성을 담지 못했고 선정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으므로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사람들의 노고로 전면 재검토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신석규 청주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는 “CI는 공감대 형성을 위해 만드는 것인데 이번 CI는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또 정상호 서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조례가 공포됐으나 정치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 시장은 용단을 내려 이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라. 각계 인사 15인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CI를 만들자. 그 때까지 씨앗모양의 CI 사용을 보류하라”고 주장했다.

시의회에서 여야간 CI 갈등이 생긴 배경은 상임위에서 ‘청주시 상징물 등 관리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부결됐음에도 본회의에 올려 새누리당끼리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 보직사퇴 및 공식일정 거부, 시민·미술단체 CI사업 중단촉구, 이승훈 시장 CI 선포식 보류 및 여야합의하면 조례재개정 수용 발표, 문자메시지 사건 파문, 새정치민주연합 본회의장 점거 및 밤샘농성, 여야 몸싸움 등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성명서·토론회·점거농성·몸싸움 등 ‘다사다난’

CI문제가 일단락되긴 했으나 이런 사태를 겪게 된데는 이승훈 시장과 김병국 시의장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시장의 오락가락 행보는 많은 사람들을 피곤하게 했고, 야당 의원들에게 공식사과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새 CI가 청주시 정체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숱한 비판이 있었음에도 요지부동이더니 조례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되자 선포식 보류와 여야가 조례재개정을 결정하면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더니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이를 변명하기 위해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야당과 CI담당부서장을 폄훼해 논란을 일으켰고, 조례가 공포되자마자 새 CI를 사용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어 공을 의회로 돌리고 본인은 권한 밖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리고 김병국 의장은 상임위에서 부결된 CI 관련 조례안을 무리하게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다. 지난 22일 본회의장에서 새정치연합과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는 “겨우 CI 가지고 왜 그래. CI가 뭔데 그렇게 중요해. CI는 내 임기동안 어떤 일이 있어도 사과 안한다”고 말하며 고성을 질러 모두를 실망시켰다. 청주시와 시의회 대표인 두 기관장은 이렇게 서로 ‘핑퐁게임’을 하며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다. 이로 인한 비판 여론도 거셌다.

지난 22일 새정치연합의 본회의장 습격사건은 ‘빅뉴스’가 됐다. 한 시민은 “지방의회 의원들도 국회의원을 닮아가고 있다. 농성과 점거, 시위 등은 이제 없었으면 좋겠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치를 해야지 이게 무슨 행위냐”고 비난했다. 최충진 의원은 이에 대해 “우리의 요구를 의장과 새누리당이 묵살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의회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으나 비난여론은 전국으로 전파됐다.

김혜란 충북참여연대 생활자치팀장은 “통합청주시 출범 1년을 앞두고 청주시와 시의회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밀어붙이기 행정과 의회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의정활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았을 것이다. 고집과 아집은 주민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합의돼 다행이다. 청주시와 시의회는 본연의 역할을 다해 화해와 상생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그간의 고통과 갈등을 교훈으로 삼아 새로운 CI는 민주적인 절차를 밟아 모두가 공감하는 디자인으로 개발하자는 게 시민들의 뜻이다.
 

▲ 새정치민주연합은 22~23일 시의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밤샘농성까지 했다. 씨앗모양의 CI 전면 재검토를 일관되게 주장해 마침내 목적을 달성했다.사진/육성준 기자

제3당 없이 양당만으로 구성된 청주시의회
의견차 크면 두 동강···다수당은 횡포 부릴 수 있는 구조

지난해 청주·청원 통합에 따라 청주시의회와 청원군의회도 통합됐다. 그래서 이번 의회가 제1대 의회가 된다. 역사성과 상징성을 가진 만큼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하지만 개원 1주년을 앞두고 여야가 두 동강이 났다. 시의회는 새누리당 21명, 새정치민주연합 17명 등 38명으로 구성됐다. 제3당없이 양당만으로 이뤄져 서로 의견이 다를 때는 둘로 쪼개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다수당은 과반수를 차지해 자당끼리 단결하면 어떤 목적도 달성할 수 있게 돼있다. CI관련 조례를 새누리당끼리 통과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는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해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의원들은 주민대표이기 이전에 정당에 소속된 정치인이기 때문에 표결로 갈 때는 당대당 대결구도를 벗어나지 못한다. 지난해 6·4 선거 때 나왔던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청주시의회는 지난 1년 동안 집행부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 시장의 정책을 견제하고 감시하는데 소홀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 의원은 “사실이다. 1년 동안 한 게 없었다. 이제 열심히 해보자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CI 암초를 만났다. 이번 일을 계기로 본연의 임무인 견제와 감시 역할을 철저히 하고 바른 말 하는 의원으로 모두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밤샘농성까지 해가며 기어코 목적을 달성하는 저력을 보였고, 새누리당은 날치기통과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여야가 큰 공부를 한 만큼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6월 23일 여야 원내대표가 발표한 합의문
1. 의정활동을 함에 있어서 상임위 활동을 최대한 존중하고 문제부분에 대한 재발방지를 약속한다.
2. 의사진행을 함에 있어서 의원 개개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며 CI 조례의 본회의 의결과정에서 있었던 일부 미숙한 진행에 대하여는 의장이 사과한다.
3. CI와 관련해 집행부에 재검토를 권고하고, 그 결과를 의회에 보고토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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