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예술계 벌써 세 번째 충돌 ‘무슨 악연?’
상태바
청주시·예술계 벌써 세 번째 충돌 ‘무슨 악연?’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5.06.23 2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시재생사업·조직개편안 이어 시립미술관장 문제로 ‘발끈’
시 "미술계에서 관장 합의추대 한다면 받아들일 용의있어"

청주시가 감사관, 테크노폴리스 대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 이어 시립미술관 초대관장마저 시 공무원을 발령낼 계획으로 알려지자 문화예술계가 들썩이고 있다. 이승훈 시장은 감사관에 김은용 전 청원구청 총무과장, 테크노폴리스 대표에 이춘배 도시건설국장,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 한권동 전 상당구청장을 임명했다. 그동안 세 군데 모두 관행적으로 시 공무원들이 차지해왔으나 기관 성격에 맞는 외부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 낫다는 게 외부의 시각이다.

더욱이 한 이사장은 지난 3월 31일 이사장 임명을 받았으나 이 날 인사혁신처에서 시설관리공단을 공직자 취업제한 기관으로 지정하면서 충북도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까지 받았다. 심사끝에 아슬아슬하게 통과됐으나 차기 이사장은 내부 공무원 임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시는 또 8월 준공 예정인 미술관 초대 관장에 공무원을 임명하고 조직이 안정된 후 개방형 전문가를 공모한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예술분야는 공무원의 시각보다 예술적 관점이 필요한 기관인데 조직의 안정을 이유로 공무원을 임명한다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있다.

한 지역예술인은 “과거에는 공무원들이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다했으나 이제는 안된다. 전문가가 왜 있는가. 특히 문화예술분야는 안정보다 변화,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적 감각이 필요한 곳이다. 현재 지자체 산하의 박물관, 문화예술회관, 도서관도 공무원보다 기관성격에 맞는 사람으로 바꿔야 할 판에 새로 만든 미술관에 공무원을 임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충북참여연대도 “청주시는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돼 국제문화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청주시 행정은 거꾸로 가는 구태행정을 펼치고 있다. 시립미술관 초대관장을 공무원으로 발령낸다는 것은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문화마인드 부재를 증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현재 미술관장에 뜻이 있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고 들었다. 미협, 민미협 소속 미술인들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미술인들 등이 거론된다. 우리는 일부러 공무원을 관장으로 임용해 자리를 뺏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 관장 후보들이 모두 양보하지 않고 욕심을 내기 때문에 합의가 안돼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안이 공무원 임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이라도 미술계에서 적임자를 합의 추대한다면 받아들이겠다. 그렇지 않고 미협, 민미협, 그외 미술인들이 서로 욕심을 낸다면 힘들다. 합의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일단 공무원을 임용한 뒤 미술관을 개관하고, 그 다음 전문가 관장 영입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미술계 합의안 나올까?
 

여기서 미협은 예총 산하의 미술협회, 민미협은 민예총 산하의 민족민술인협회를 말한다. 현재 양 협회와 아무 협회에도 소속되지 않은 미술인까지 합쳐 10명 내외가 관장에 뜻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성격과 지향점이 판이한 미협과 민미협 소속 회원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어 미술계 분위기도 흉흉한 편이다.

 

충북도는 충북문화재단 초대 대표를 뽑을 때 충북예총과 충북민예총이 서로 양보를 하지 않자 양 단체에 속하지 않고 문화마인드가 있는 강형기 충북대 교수를 선임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양 단체는 서로 교차로 대표를 맡는 방법도 거부해 결국은 모두 못하게 됐다.

 

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미술관장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모절차를 밟을 수도 있지만, 위원회에 누구를 넣느냐는 것부터 시끄러울 것이다. 선정된 후에도 갈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중간에 누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줬으면 좋겠다. 미술계에서 토론을 거쳐 적임자를 추천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시립무용단 상임안무자 선발이 끝난지 한참 지났는데도 지역 무용계에서는 갈등과 반목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재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지역 미술계가 시립미술관장 선임에 관한 활발한 토론을 펼쳐 합의안을 도출해내는 사례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만일 초대 시립미술관장을 공무원으로 할 경우는 출발부터 삐걱거리게 된다. 시립미술관을 전국에 자랑할 수 있는 기관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차제에 미술인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올해들어 청주시 행정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얼마전에는 옛 연초제조창 도시재생 선도사업, 청주시 조직개편안 때문에 청주시와 예술계가 충돌했다. 옛 연초제조창 도시재생 선도사업은 문화를 중심에 두고 ‘재생’하겠다는 내용은 없어지고 대기업 유통시설 유치로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곳이 됐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충북민예총은 “이는 경제발전이라는 관점을 도시재생이라는 용어에 섞어놓은 졸속사업이고 청주의 역사문화가 생략된 채 대형 아웃렛과 아파트만 들어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시는 복합문화레저시설 사업비를 축소하고 국토부 사업인 행복주택을 당초 470호에서 70호로 줄이는 것으로 정리했다. 여전히 반대 의견도 있지만 어쨌든 성난 목소리는 가라 앉았다.

이후 행정조직개편안 그림을 그리면서 시는 현 복지문화국 소속인 문화예술과를 문화체육관광본부로 개편해 사업소 형태로 분리하는 안을 만들었다. 청주시 문화예술을 전담하는 부서를 사업소로 보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다시 한 번 문화예술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문화예술의도시 청주가 문화예술 부서를 홀대하는 게 아니냐는 게 이들의 말이었다. 결국 시는 문화체육관광국을 신설하고 다른 분야를 본부체제로 두는 것으로 변경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