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의 거꾸로 가는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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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의 거꾸로 가는 시계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5.07.0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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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이제부터 의원들은 옳고 그른 것에 따라 행동하는 게 아니라 당대 당 정치, 정쟁을 일삼게 될 것이다. 충북도민들은 최소 2년 동안 최악의 충북도의회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1년전 도의회가 원구성 과정에서 파행을 겪자 익명을 요구한 모 의원이 본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저주같은 이 말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 문제로 도의회가 다시 멈춰섰다. 새누리당이 또 차지하자 새정치연합은 또 등원거부로 맞서고 있다.

지난 9대 도의회는 다수당인 민주당을 제외하고 한나라당 4, 선진당 4, 민노당 1, 무소속인 교육의원이 4명 이었다.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였지만 부의장 1석, 상임위원장 1석을 내주며 비교적 무난하게 임기를 마쳤다. 하지만 1년전 출범한 제10대 도의회는 새누리당 21명, 새정치민주연합 10명의 양 당 체제로 구성됐다. 이른바 완충지대 없이 맞부딪치는 형국이 됐다. 도의회 운영조례를 제정해 상생의 의정활동을 펼치겠다고 했지만 역시 ‘공염불’이었다.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10자리를 독차지해 여론의 눈총을 받았던 새누리당이 1년 임기의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또 자기 몫으로 한 것이다.

“의회에 관한 문제는 의회 내에서 적극 토론하고 부딪치는 참다운 의원이 되길 바란다” 새정치연합의 보이콧 선언에 대해 새누리당 원내대표 임순묵 의원이 7일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밥상을 차려놓고 상대편 수저는 하나도 올려놓지 않은 채 함께 밥을 먹자는 얘기로 들린다. 전체 의원 31명의 1/3에 해당하는 10석을 가진 새정치연합을 아예 실체가 없는 ‘유령’으로 취급한 것일까. 출범 직후부터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2석 등 3개의 자리를 요구했지만 새정치연합은 여전히 단 한자리도 건지지 못했다. 누가 봐도 비정상인 원구성이 또한번 꼬이게 된 셈이다.

도의회 새누리당 내부 사정도 복잡다단하다. 같은 당 이언구 의장의 언행을 비판하며 원내대표와 대변인이 사퇴했다. 이 의장은 방송인터뷰를 통해 “전체 의원의 60%가 초선이다 보니, 의욕만 앞세워 세련되지 못한 돌출행동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9대에 한나라당 4석밖에 차지하지 못한 새누리당은 초선의원이 대부분이다. 결국 6명의 새누리당 재선급 의원들이 조정역할을 하지 못해 당내 갈등과 원내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본다. 특히 이 의장은 콘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지 반추할 필요가 있다.

국회법 개정을 둘러싼 새누리당-새정치연합의 갈등속에 정의화 국회의장의 처신이 어땠는지 살펴봐야 한다. 원만한 국회 운영과 입법부 역할 수행을 위해 당적을 떠나 소신을 지키려 했다. 전대미문의 일방적 원구성과 1년뒤 예산결산특위위원장마저 새누리당이 독식한 결과에 대해 가장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이같은 비정상의 행태가 일시적인 언론보도 이후 묻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금은 수년전 신문기사와 방송화면이 인터넷망을 통해 언제 든 검색가능한 시대다.

앞으로 전국의 광역의회가 원구성 갈등을 겪을 때마다 충북도의회의 사례는 자주 인용될 것이다. 그런 낯부끄런 사례의 등장인물로 여당 재선급 도의원들의 이름이 함께 거명될 것이다. 대한민국 지방자치를 다시 20년 후퇴시킨 장본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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