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자박물관 입지선정 기준 ‘이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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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자박물관 입지선정 기준 ‘이해 안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5.07.1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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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설 들어서는데 ‘경제성·개발용이성·접근성’ 등 평가···수도권만 유리
충북, 세종대왕·훈민정음·초정약수·국토중심 내세워 공모 신청했으나 좌절
▲ 충북은 청주시 청원구 초정리에 세계문자박물관 건립계획을 문체부에 신청했으나 2차 현장실사후 탈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세종대왕·훈민정음 발자취가 남아있는 초정리. 인포그래픽=서지혜.

충북 청주시가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유치경쟁에 뛰어들었으나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지난 5월 신청을 받고 6월에 심사를 해서 7월중 발표한다는 계획. 아직 최종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충북도에 따르면 당초 전국 9개 지자체가 신청해 서류심사에서 통과된 5개 지자체가 현장실사를 받았다. 한 광역지자체당 한 개 도시만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5개 도시는 충북 청주, 인천 송도, 서울 용산, 세종, 경기 여주시 등. 문체부는 여기서 다시 걸러 인천 송도, 세종, 경기 여주시를 대상으로 지난 9일 프리젠테이션을 하려고 했으나 평가항목과 배점 등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자 일정을 미뤘다는 것이다. 청주시는 현장실사후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라는 연락을 받지 못해 일단 탈락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자박물관 건립 사업은 2019년까지 전시·체험관, 수장고, 연구소, 세미나실, 자료실 등에 총 95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한글의 우수성과 역사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동시에 세계의 다양한 문자를 한 곳에서 보여준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충북도는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 585,435㎡에 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청주는 현존하는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인쇄한 흥덕사와 고인쇄박물관이 있다. 초정은 1444년 세종대왕이 행궁을 짓고 121일간 머무르며 한글창제를 마무리한 역사적인 곳이다. 청주국제인쇄출판박람회·세계문자서예대전·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를 그간 개최해 왔고, 내년에는 직지코리아를 연다. 또 문자관련 학술회의를 해왔고 세종대왕 100리길 사업을 완료했다. 심사받을 때 이 같은 문자관련 인프라에 대해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청주시는 국토의 중심에 위치해 전국 어디서나 2시간대 진입이 가능하다. 청주국제공항에서 건립예정지와 15분 거리에 있고, KTX 오송역과 30분 거리에 있다. 앞으로 청주시내~박물관, 오송역~청주국제공항~박물관 2개 노선을 신설할 계획으로 있는 등 지자체의 행·재정적 지원도 강조했다”고 밝혔다.
 

‘접근성 나빠’ 지적받은 초정리

그럼에도 청주시는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문자관련 연관성과 세종대왕·훈민정음에 얽힌 역사성, 이미 2010년부터 추진해온 준비성 등을 평가하는 항목이 없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박물관 입지를 선정하는데 경제성, 개발용이성, 접근성, 환경성, 연계성 등을 평가했다. 산업시설이 아닌데도 이런 식으로 한 게 말이 되느냐”면서 “문화시설이 수익을 창출하는 곳이 아닌데도 경제성을 따진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여기서 접근성은 수도권에서 찾아가기 편리한가, 또 도시민들이 가기 얼마나 편리한가를 따진다는 것이다. 초정리는 단지 청주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현장실사 때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지적을 여러 번 받았다는 게 충북도 설명이다. 인천시가 수도권에서 가깝고 개발용이성이 좋다는 이유로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때문에 특정 지자체를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세계문자박물관은 충북도가 지난 2010년부터 추진하던 사업이다. 도는 세계언어문자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해 정부에 국비를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다. 그러던 차 정부는 말 한마디 없이 파주시 DMZ 평화공원 근처에 세계문자박물관을 세우기로 하고 실시설계 용역비 20억원을 예산에 반영했다. 이를 알게 된 충북도는 항의했고, 이 사업은 공모로 방향을 틀었다. DMZ 평화공원과 문자박물관은 연관성이 없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한편 문체부는 이번 심사과정에서 심사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일정도 공개하지 않아 해당 지자체들로부터 불만을 샀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준비할텐데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통보하는 게 전부였다. 충북은 현장실사후 프리젠테이션 통보를 받지 못해 탈락된 것으로 알지 정확한 소식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밀실속에서 진행되다보니 심사의 공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심사결과가 나온 뒤 후폭풍도 예상된다.
 

일찌감치 나온 인천 송도 유력설···과연 결과는?
국립박물관마저 수도권으로 가면 지역은 어떻게 사나

 

경기방송은 지난 1일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송도국제도시로 지정할 것으로 알려져’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송도국제도시로 확정 파문’ 소식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현재 인터넷 상에서 검색이 되지 않는다. 제목은 떠 있으나 본 기사를 클릭하면 삭제됐다는 설명이 나온다. 아직 최종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서 나온 방송인데다 기사를 삭제해 의구심이 일고 있다.

그 이전, 6월 1일 경기방송은 ‘여주시,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유치 1차 관문 통과’라는 소식을 보도했다. 경기도는 문자박물관 공모에 서류를 제출한 여주·안산·시흥·파주시를 대상으로 심사한 결과 여주시를 경기도 후보지로 선정했다. 광역지자체 별로 한 개 도시만 신청할 수 있어 여주시는 인천 송도와도 경쟁관계에 놓인 것.

실제 인천은 ‘한국토지신탁’에서 소유한 땅을 정부에 기증할 것으로 알려져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문체부에서는 인천시가 이미 토지를 확보한 만큼 개발용이성이 좋고, 수도권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은 송도국제신도시이며 국제학교·자율형사립고 개교가 이어지면서 인천의 ‘강남’으로 불린다고 한다. 아시아 경제허브를 목표로 건설된 이 곳에는 빌딩과 아파트 천국. 개발 13년만에 인구 약 9만명이 상주하는 거대도시가 됐다는 것.

하지만 이런 곳에 세계문자박물관까지 들어선다면 수도권 집중현상만 심화시키고 말 것이라는 여론이다. 안 그래도 참여정부 때 시행했던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 가면서 유명무실해졌고 이와 더불어 수도권개발 규제 정책 나사도 풀려 지역민들은 불만이 많다. 현재 최종 후보지인 인천, 세종, 여주시는 모두 수도권이다. “세계문자박물관 같은 시설마저 수도권으로 간다면 지역은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는 게 도민들의 항의섞인 말이다. 모 씨는 “차제에 비수도권이 똘똘뭉쳐 결집된 힘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마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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