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과 권력의 단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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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과 권력의 단맛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5.08.2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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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박근혜 대통령 친인척 비리 사건의 첫 구속자가 나왔다. 지난 13일 의정부지검은 사건 무마를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박대통령의 사촌형부 윤석민(77)씨를 구속했다. 윤씨는 전직 국회의원(11대)으로 현재 재경 청주향우회장을 맡고 있는 충북의 인물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육영수 여사 언니(육인순)의 사위다. 자신의 동서로 장덕진 전 의원, 한승수 전 총리가 있었으니 그 위세는 짐작이 간다. 4공 땐 이권사업인 대한선주를 운영했고 이후 서주우유를 생산하던 서주산업을 만들었다. 또한 청주 대성고 출신으로 1981년도에 청주청원 총선에서 당선되기도 했다.

하지만 1996년 서주산업이 부도처리되면서 윤씨는 사기혐의로 구속된다. 법정관리중 3백22억원 상당의 불법 융통어음을 발행, 할인하는 수법으로 3백여억원을 사취한 혐의였다. 검찰 조사 결과 임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불법을 강행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부도를 지연시키면서 서주산업에 우유를 납품한 도내 낙농가들의 피해가 더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같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잊혀졌던 윤씨가 어떻게 재경 청주향우회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을까?

필자의 추론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되면서 윤씨의 행동반경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지지모임이었던 상록포럼회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2011년도엔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이 모임에 영상 축사를 보내주기도 했다. 대선 당시엔 대통령 후보의 외곽조직을 주도했던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2013년에는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방송통신위원장에 취임한 이경재 위원장의 축하모임을 주선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금 얻게 된 권력의 단맛은 결국 노추(老醜)를 부르고 말았다. 박대통령 취임식 한달 뒤인 2013년 3월 당시 수배 중인 황모(57·여)씨의 청탁을 받게 된다. 2008년 통영 아파트 청탁 비리사건에 연루돼 범죄 피의자로 수배됐는데 이걸 풀어달라는 것이었다. 청탁과 함께 5천만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 검찰의 수사결과다. 윤씨는 자신이 이끌던 상록포럼회 출신의 청와대 비서관 이름을 대면서 사건무마를 약속했다는 것. 심지어 통영지청에 자진출두할 때 윤씨도 같이 동행해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도 했다는 것.

하지만 황씨는 전격적으로 구속됐고 윤씨는 4차례에 걸쳐 교도소 접견을 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검찰이 황씨가 범죄 증거 인멸의 정황이 있다며 법원 제출한 접견기록을 보면 두 사람간의 청탁관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검찰은 대가성 금품수수에 대해 더이상 수사하지 않았고 사건은 2년여 묻히기 됐다.

결국 지난 7월 이런 내용을 제보받은 새정치연합 김경협 의원이 의혹을 제기하게 됐다. 또한 CBS방송의 보도가 시작되자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불과 한달만에 전격 구속하게 된 것. 이에대해 김 의원은 “대통령 친인척 관련 사건이기 때문에 2013년 당시 청와대가 내용을 인지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검찰의 수사중단 의혹을 제기했다. 정치권에 기생하며 호가호의 하는 노추한 충북의 원로가 더 이상 없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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