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 구조조정, 선택·집중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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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통대 구조조정, 선택·집중 필요하다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5.12.2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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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평캠퍼스 7개 학과 - 충북대 통합 논의 감정대응 우려
학생 학습권 보장 위한 대승적 지역 토론회로 결론 내야
▲ 1962년 설립된 청주간호학교(사진 위)는 청주과학대학으로 확대된 후 충주대와 통합했고, 다시 철도대와 통합해 현재 증평캠퍼스가 됐다.

한국교통대와 충북대가 증평캠퍼스의 통합논의를 둘러싸고 최악의 갈등상황을 맞고 있다. 보건생명대학으로 분류된 교통대 증평캠퍼스 일부 학과 교수들이 충북대 보직교수들과 비공식적(?)으로 통합을 논의한 것이 화근이 됐다. 철도교통 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는 한국교통대에서 증평캠퍼스는 ‘변방’이란 피해의식이 컸다.

한국교통대 증평캠퍼스(보건생명대학, 국제사회대학)의 연혁은 1914년 청주 자혜의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혜의원에서 간호사 양성을 위해 간호부양성소를 운영하다 1962년 청주 개신동 충북대 옆에 청주간호학교를 설립했다. 74년 간호전문대학을 거쳐 98년 청주과학대학으로 확대됐고 2000년 증평읍 용강리 현 부지로 학교이전했다. 2006년 국립대간 통합으로 충주대와 합쳐졌고 2012년 한국교통대와 충주대 통합으로 현재의 증평캠퍼스가 됐다.

충북대와는 오랜 기간 인접한 위치에서 학교를 운영한 지연(?)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청주를 떠나 증평으로 이전하면서 학생들의 통학불편이 컸고 인근 대학촌 형성도 여의치 않았다. 이런 와중에 충주대 통합, 한국교통대 통합이 연거푸 이뤄진 것이다. 2차례 통합을 거치면서 고유의 보건·생명·유아교육 분야에 새로운 학과가 접목됐다.

단과대학인 국제사회대학 속에 국제통상학과, IT응융융합학과가 생겼다. 대학 홍페이지를 살펴보면 IT응용융합학과는 ‘중소기업의 비즈니스 및 업무수행 관련분야 전문지식과 현장 실무교육’으로 소개하고 있다. 학과 교수는 1명밖에 없었다. 이밖에 유아교육·사회복지학과가 포함됐다. 아무래도 한 단과대학으로 묶기엔 ‘억지춘양’이란 감을 떨칠 수 없다.

대학 이기주의 관점 실익없어

한국교통대는 충주대 통합 과정에서 대학을 교통·철도분야로 특성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증평캠퍼스의 보건의료복지 분야 학과는 ‘비주류’가 되는 셈이다. 최근에는 현재 52개 학과를 23개로 줄이려는 학사 구조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비주류’ 학과의 교수, 학생들은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시점에 충북대측에서 부분통합 논의를 제안한 것이다.

논의 당사자로 꼽히는 두 대학 관계자들은 확인요청을 거부하고 있지만 충북대측에서 적극적인 유치 조건을 내건 것은 사실로 보인다. 교통대측은 “충북대 교수회장과 일부 보직 교수들이 내년 2월까지 증평캠퍼스 구성원의 청주 이전, 충북대 농대 실습장 이전, 충북대 흡수 교수들의 10년 인사상 우대 등 선동적 조건을 내걸었다”고 비난했다.

충북도 부지사 출시인 김영호 총장은 “충북대가 교육부의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프라임 사업)의 재정을 확보하려는 욕심으로 교무처장, 대학원장, 교수회장 등을 총동원해 일을 꾸미고 있다”며 ‘양아치짓’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증평캠퍼스 물리치료학과·응급구조학과·식품공학과·생명공학과·식품영양학과·유아교육과·유아특수교육학과 등 7개 학과 교수와 학생 대표 등 20여명이 충북대측과 공식 접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교수들은 성명서에서 “대학본부에 (증평캠퍼스)활성화 방안을 줄기차게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최소한의 요건도 못 갖춘 부실 캠퍼스가 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충북대 통합 논의는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을 위한 교수들의 ‘마지막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대학 구조조정과 관련, 향후 2년간 증평캠퍼스의 모든 학사 조직을 충주캠퍼스로 일괄 이전해 달라고 요구에 대해 불만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론화 계기 삼아 대토론회 기대

교통대 김 총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충북대의 선동사실이 드러나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관계자들 고소할 예정”이고 일갈했다. 또한 통합 찬성 성명을 발표한 교수들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학업을 방해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고소와 징계라는 고강도 대응책을 통해 통합 논의의 불씨를 아예 제거해 버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대학 간 통합을 논의하려면 지역사회의 합의가 먼저 선행되야 한다. 이번 통합 시도는 증평군 주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캠퍼스 통합 논란에 증평주민의 지역 정서를 끌어들이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증평군민들의 반응은 무덤덤한 편이다. 10년전 청주과학대가 이전했지만 기대했던 대학촌도 개점휴업 상태에 머물러 있다. 기대했던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다보니 대학가 주민들은 서운한 심정을 깔고 있다. “대학 본교가 없다보니 지역대학으로 역할이 별로 없다. 그냥 미니대학, 임대대학인 셈이다.” 충북대와 부분 통합 논의에 대해서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학교가 옮겨가는 게 아니고 소속만 바뀌는 건데 무슨 영향이 있겠는가. 우리 주민들은 별 관심없다.”

대학 통합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학생이다. 학생의 학습권이 보장되야 하고 그것이 고등교육 체계를 흔들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교통대와 충북대 통합 논의 과정에서 학생들의 판단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이미 상당수 학생들은 통합 찬성 서명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학교와 교수들 눈치 때문에 공식적인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통대가 추진하는 구조조정도 결국 학과를 통폐합하는 것이 골자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승적 차원에서 통합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입학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학의 존립은 선택과 집중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도내 대학간 미래지향적 통합논의 ‘시기 적절’
세명대+대원대, 극동대+강동대, 한국교원대+교육대 논의 대상

지방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번 기회에 지역 대학간 폭넓은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공립대학간 또는 사립대학간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대학이 있다는 것.

특히 사립대의 경우 동일재단이 2개 이상의 대학을 운영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제천 세명대와 대원대, 음성 극동대와 강동대가 여기에 해당된다. 현재 세명대는 학생 확보를 위해 수도권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주한미군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경기도 하남시와 협의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제천시는 이 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마지막까지 이전 저지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부에선 세명대가 대원대와 통합을 통해 1개 대학으로 몸집을 줄일 경우 경쟁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연속 선정된 극동대도 강동대와의 통합이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통합 시너지를 발휘할 경우 경기도 남부지역의 학생들을 흡수해 존립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 국립대에선 한국교원대와 청주교대와의 통합도 실효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제주도의 경우 국립 제주대와 교육대가 통합을 성사시켜 안착하기도 했다. 교원대의 경우 교원 임용고시제 이후 특수목적대 존립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청주교육대 통합으로 논란을 피하고 오히려 특성화 대학의 존재 가치를 부각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

충북도립대도 충북대와의 통합을 통해 재정난을 극복하고 부족한 부분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충북도의 결정여부가 관건이 되고 있다. 도립대는 지난 1997년 남부 3군에 대학이 없다는 민원에 따라 옥천전문대학으로 설립인가 받았다. 2000년 충북과학대학으로 명칭을 바꿨다가 2008년 지금의 충북도립대학이 됐다. 충북도 고위관료 출신이 학장을 맡아 전관예우 자리로 인식됐으나 현 함승덕 총장은 도립대 출신 최초로 선임됐다.

남부 3군에 영동대학교가 들어선 상황에서 도립대의 명분은 그만큼 약해졌다. 따라서 국립 충북대와 발전적인 공동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을 통해 효과분석이 긍정적이라면 충북도가 적극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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