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분쟁으로 번지는 ‘선거구 획정’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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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분쟁으로 번지는 ‘선거구 획정’ 지연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6.01.0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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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호남권 인구 추월 불구 선거구 5개 차이 동수 조정 요구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논의가 벼랑끝에 몰리면서 충청권과 호남권의 선거구 배분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획정위는 지난 2일 전체회의를 열어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시한 ‘지역구 246석(비례대표 54석)’을 기준으로 20대 총선 선거구를 획정안을 논의했으나 농어촌 지역 배분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획정위 관계자는 “(정 의장 제시안 중) 인구 상·하한선에 따라 선거구를 1차 조정하면 지역구 의석수가 245석(기존 246석)이 나온다. 그래서 농어촌 지역에 배분할 의석이 1석 정도 여유가 생기고, 의장의 중재안까지 더하면 총 4석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평균 인구수가 많은 순으로 의석 배분 우선순위를 정하면 ▶충북 ▶경북 ▶경남 ▶전남에 1석씩 배분하면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야당 추천 위원들이 “영남에는 2석이 느는데 호남은 1석 밖에 늘지 않는다”며 “충북 배분 의석을 호남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 이같은 소식에 충북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여야가 한 목소리로 “인구 기준에 따라 배분해야 할 농어촌 의석을 무조건 호남에 배분해야 한다는 선거구 획정위 일부 위원의 주장은 당치도 않은 얘기다. 원칙과 기준을 무시한 농어촌 의석 배분은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정치 신인 선거구 획정 지연 피해

선거구 획정 논의 과정에서 호남권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인구편차 2대 1 기준을 맞출 경우 현행 30석에서 25석으로 의석이 크게 줄어든다. 반면 충청권은 24석에서 25석으로 1석이 늘어나게 된다. <전남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2일 선거구획정위에서 야당측 위원들은 “호남에서 5석이나 줄어드는 것은 문제가 있는 만큼 3석을 줄여 27석으로 맞추고, 충청은 25석으로 하자”고 주장했다는 것. 이에대해 여당측 획정위원들은 “최소한 동수로 양측을 맞춰야 한다”고 맞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실제로 공식 인구조사 이래 계속 우위를 점해온 호남 인구가 충청권에 역전당한 것은 지난 2013년 5월이다. 당시 이시종 지사는 “이제는 ‘영호남’이 아닌 ‘영충호’ 시대가 열렸다”로 선언하기도 했다. 현재 추세라면 2017년 대선 때는 충청권 인구가 31만명 정도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충청권의 선거구를 호남권과 ‘최소한 동수’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원칙과 기준에 부합한다.

당초 오는 8일 현행 246개의 선거구대로 ‘직권상정’을 하겠다던 정의화 국회의장의 구상은 여야를 대리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합의 불발로 사실상 무산됐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1월 임시국회로 처리가 미뤄졌지만 쟁점법안 처리와 연계될 경우 현재 여야관계로 볼때 장기화의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여기에는 선거구 획정이 늦어져도 손해볼 게 없다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안이한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현역은 제약없이 선거운동이 가능하지만 총선 예비후보들이 혼선과 피해를 겪고 있다. 기존 선거구가 무효가 되면서 현역 의원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뛰어야 하는 정치 신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 예비후보 3명은 4일 서울행정법원에 국회를 상대로 부작위 위법 확인 및 선거구 획정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국회는 법적 기한 내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위법행위를 했다”며 “조속히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야당 선거연령 18세 인하 주력

새누리당 청주 청원구 권태호 예비후보는 현역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의 의정보고서 발송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권 후보는 “법적으로 선거구가 사라진 상황에서 기존 선거구민을 상대로 국회의원이 의정보고서를 배부하는 것은 사실상 불법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예비후보의 홍보물 발송은 금지하고 현역 의원의 의정보고서 발송을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은 불공정하다”고 덧붙였다.

여야의 선거구 논의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 연령 18세 인하를 요구해왔다. 이에대해 새누리당은 '획정위의 논의 대상은 지역구 재조정'이라고 금을 긋고 경제관련 쟁점법안의 연계처리에 방점을 찍었다. 여야 협상이 공전되는 가운데 5일 문재인 대표는 “야당이 제안한 ‘253석 + 선거연령 18세 인하’ 절충안을 20대 총선부터 적용하면 새누리당이 요구한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의 연계 처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선거연령 18세 인하를 이번 총선부터 보장받고 여권의 쟁점법안 통과에 협조하겠다는 의미다.

문 대표는 전날 정 의장, 김무성 대표와의 3자 회동에 대해 “김 대표는 야당이 쟁점법안 연계 처리에 동의할 경우 선거연령 18세 인하는 다음 전국 선거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합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문 대표가 재차 ‘이번 총선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못박았고 김 의장이 ‘문 대표 의견이 더 타당하지 않으냐. 그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거들었다는 것. 결국 김 대표는 ‘돌아가서 의견을 물어보겠다’고 했는데 다음 날인 5일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경선이 가능한 최소한의 획정 시점은 1월 중순”

3월말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여야의 후보 확정은 3월 중순쯤에는 마무리돼야 한다. 후보 확정 시점에서 경선에 필요한 시간을 역산하면 2월 말까지는 각 정당의 예비심사가 마무리돼야 하며 경선 실시 여부도 정해져야 한다. 여기에 각 당의 공천신청 접수, 예비심사 기간까지 고려하면 1월 안에 선거구가 획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획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여야 각 중앙당의 예비심사, 경선계획 등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전국 지역구의 당원 명부를 손에 쥔 지역구 의원들은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는 틈을 타 독점적인 선거운동 기회를 누리고 있다. 현역의원들이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려 한다면 최종적인 획정이 1월을 넘어 2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선거구획정위가 독립기구 형식을 띄고 있지만, 여야가 각각 추천한 4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사실상 ‘여야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야의 이해관계에 종속돼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여야가 ‘담판’을 지어야 획정위를 통과할 수 있고, 획정위를 통과해야 정 의장의 직권상정도 가능한 구조다. 정치권에선 선거구가 획정이 더 지연될 경우 낙선한 정치 신인들이 선거운동을 제때 못한 탓이라며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선거구 획정 지연이 사실상 국민의 참정권을 제약하는 상황이라면 법적 후유증이 만만찮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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