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하고 합의됐다고? 난 먼 내용인지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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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하고 합의됐다고? 난 먼 내용인지 모르는데…”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6.01.0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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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유일한 위안부 생존자 이옥선 할머니 보은 병원서 새해 첫날 맞아
사진=뉴시스 제공

지난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은 20여년을 끌어온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방안에 합의했다. 일본 정부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는 모호한 문구로 사과했다. 또한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위안부 지원 재단’에 10억엔(100억원 상당)을 제공하기로 했다. 일본은 법적 배상 책임은 회피한 채 재단 출연금 형태로 돈을 내기로 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한일간 합의문이 발표되는 동안 충북도내 유일한 위안부 생존자인 이옥선 할머니(90)는 병실에 있었다. 감기 증세가 심해져 보은읍내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뉴시스> 기자가 지난 2일 병실을 방문해 한일 정부간 합의에 대한 소감을 물었지만 할머니의 답은 허탈했다. 당사자인 이 할머니에게 아무도 합의 내용을 설명해 주지않아 내용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

1943년 이 할머니는 16살의 꽃다운 나이에 일제에 끌려가 중국에서 위안부로 고초를 겪었다. 해방 직전 중국 현지인의 도움으로 피신을 했다가 유엔(UN)군 덕분에 신의주를 거쳐 2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같이 끌려간 동네 친구의 생사를 알 수 없었던 이 할머니는 혼자만 살아 돌아왔다는 죄책감에 고향 대구에 정착하지 못하고 19세부터 전국을 떠돌았다. 이곳저곳에서 음식점 허드렛일과 날품을 팔며 혼자 살다 마침내 보은군에 둥지를 마련했다.

▲ 2011년 네팔지진 피해자 성금 500만원을 전달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이옥선 할머니(오른쪽 끝)./사진=뉴시스 제공

이 할머니는 20여년 전 한 방송국의 위안부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부터 위안부 사실을 감추지 않고 적극적으로 피해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민간단체와 함께 일본만 일곱 번을 방문했고 미국과 독일 등을 거치는 ‘증언 대장정’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외 증언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퇴행성 관절염과 골다공증이 심해져 성인용 보행기와 휠체어에 의지해 지내고 있다. 한때 위안부 할머니 보호시설인 경기 광주 나눔의집에 입소했다가 다시 보은으로 돌아왔다.

지난 2006년에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생활하면서도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2천만원을 보은군민장학회에 기부하기도 했다. 당시 이 할머니는 “나 같은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젊은 인재를 만들어 국력을 키워 달라”고 당부했다. 이같은 선행으로 그 해 행정안전부의 국민추천포상심사위원회로부터 국민포장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할머니는 2013년 조윤선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이 위로차 자신의 집을 찾아왔을 때 “피해 보상금을 개인적으로 받고 싶은 생각이 없다. 피해 보상금을 받더라도 독도가 한국의 땅임을 알리는 데 썼으면 좋겠다”고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정부에서 파악한 245명의 위안부 가운데 생존자는 4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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