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퇴직 공무원, 폐기물업체 부사장으로
상태바
환경부 퇴직 공무원, 폐기물업체 부사장으로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6.08.11 0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창폐기물매립장 운영하는 ES청원, 환경부 퇴직자 지속적 채용
ES청원, ‘관피아 방지법’ 대상 기업이지만 5급 이하 문제 안 돼
▲ 오창폐기물매립장을 운영하는 ES청원에 전직 환경부 공무원들이 연이어 부사장으로 근무한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인·허가와 관리·감독 등 환경부와 밀접한 업무적 관계가 있는 폐기물처리업체에 환경부 출신 전직 공무원이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사업추진을 놓고 청주시가 참여한 (주)청주오창테크노폴리스(SPC)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ES청원이 논란의 주인공이다.

ES청원은 올 초 전직 공무원 염 모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염 씨는 충북지역 폐기물업체를 관리‧감독하는 금강환경유역청에서 일선부서 과장으로 근무했었고, 본부에서 근무하다 올 초 퇴직했다. 염 씨는 퇴직 직후 ES청원 부사장으로 재취업했다.

염 부사장뿐만 아니다. 염 부사장의 전임인 윤 모 전 부사장도 환경부 공무원 출신이다. 그 또한 금강환경유역청 등에서 근무했고, 본부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공무원이다.

2001년 퇴직해 한국환경공단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지역본부장을 역임하다 2012년 ES청원 부사장으로 취임했다. ES청원의 지속적인 환경부 출신 영입을 두고 업계에서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금강청(환경부)의 협조를 받기 위해 전략적으로 영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2012년 11월, 오창환경지킴이는 ES청원의 위법행위를 고발했다. 당시 이들은 관리감독기관인 환경부의 철저한 조사와 행정제재를 요구했지만 위법행위가 없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공직자윤리법, 허점 드러나

나아가 이들은 지난 2012년 언론과 지역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로 확인된 오창매립장의 위법행위가 유야무야 넘어간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지 않겠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ES청원에 쏟아지는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전직공무원이 업무관련성이 있는 업체에 재취업하는 것은 항상 논란이 돼왔다. 일명 관피아로 불리는 이들을 막기 위해 정부는 2014년 공직자 윤리법을 개정했다. 핵심 골자는 퇴직공무원의 취업제한 강화다. 일명 '관피아 방지법'이라고 부르는 이 법을 통해 관행이 된 공무원의 재취업이 근절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적확히 말하면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는 4급 이상의 국가직 공무원에 대해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 부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나 비영리법인 등에 대해 재취업을 제한(심사)하고 있다. 행자부는 해마다 대상 기관이나 기업을 업데이트해 발표하는데, 올해는 1만 5678개 영리·비영리기관이 퇴직공무원 재취업심사 대상 기관으로 지정됐다. 이들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거쳐야 한다.

ES청원도 심사대상업체(영리) 1만 4214개 중 하나다. 하지만 염 부사장이 취업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사무관(5급)으로 퇴직한 염 부사장은 재취업 제한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임 부사장 윤 모씨 또한 같은 이유(5급 퇴직)로 심사 대상자가 아니었다.

 

2012년 불법의혹 ‘유야무야’ 끝나

환경부 공직기강 담당자는 “5~7급 퇴직자 중에서도 관련법에 의해 조세·건축·토목 등 인허가부서 관계자는 재취업제한대상이 되지만 두 사람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자유의지에 의해 어떤 곳이나 취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은 염 부사장과 윤 전 부사장이 이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려 했지만 환경부 담당자는 “개인정보라 공개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한편 윤 전 부사장이 재직하던 2012년, 오창폐기물매립장은 불법의혹에 휩싸였다. 매립시설 1·2기를 모두 채워갈 무렵인 2012년 금강청의 허가를 받아 3기 매립시설을 건설한 ES청원이 설계와 달리 더 깊게 매립시설을 건설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지역환경단체인 오창환경지킴이(당시 오창주민모임)는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금강청)와 청원군이 특혜를 제공했다고 주장하며 수사당국의 수사를 요구했다. 깊이 판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주민들이 반발하자, ES청원은 잘못을 인정하고, 더 판 공간을 다시 메웠다. 하지만 의도한 것은 아니라는 게 ES청원의 주장이었다.

오창환경지킴이는 설계대로 매립시설을 건설하지 않고 10m가량 깊이 판 ES청원의 행위를 의도적인 불법행위로 판단하고, 환경부가 ES청원의 매립장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불법 여부를 확인하고 조치하겠다던 환경부는 수개월 동안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고, 그렇게 잊혀졌다.

최근 당시 기록을 살펴본 금강청 관계자는 “당시에는 해당 업무를 하지 않아 정확히 모른다”고 전제한 뒤 “서류상 기록에 의하면 당시 감사가 진행됐고, 어떤 위법사항도 적발되지 않았다. 당연히 이에 따른 행정처분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 번 환경부는 영원한 환경부?

퇴직공무원 모임 환경동우회, 30년째 운영…현직과 교류

 

▲ 환경동우회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환경동우회, 현직 환경부 공무원 합동산행사진.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란 말이 있다. 해병대를 대표하는 이 말은 해병대 출신의 강한 연대의식이 어디서 나오는 지 짐작케 한다. 하지만 해병대 뿐만이 아니었다.

1987년 결성한 환경동우회는 30년간 유지되면서 전‧현직 환경부 공무원을 결속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회원 가입도 반 강제적(?)이다. ‘환경부 본부나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물자원관, 국립환경인력개발원,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및 지방 환경청 등의 소속기관에서 근무한 후 퇴직한 전직 공무원은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모두가 환경동우회 회원으로 자격을 인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문제는 퇴직 공무원 교류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경동우회는 정기적으로 현직 환경부 공무원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환경부의 용역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동우회원은 물론 현직 공무원들의 경조사도 챙긴다. 환경동우회 홈페이지에는 ‘경조사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수개월간 게시물을 확인한 결과 월 평균 6건의 경조사 안내문이 게시됐다. 이중 절반 이상이 현직 환경부 공무원들의 경조사다. 홈페이지에는 경조금 전달 계좌까지 안내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산악회나 골프모임을 통해 서로 교류한다. 업체나 기관 할 것 없이 전직 환경부 공무원이 포함돼 있지 않은 곳이 없다. 법대로 일을 처리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폐기물처리업체는 물론 구체적인 설계를 해 환경부에 제출하는 환경컨설팅업체에 이르기까지 퇴직 환경부 공무원이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