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마을과 사랑에 빠진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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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마을과 사랑에 빠진 딸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6.10.12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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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한씨 어머니 그리워 청주 찾아오는 다티아나 씨

다티아나 안드레예바(44) 씨가 처음 청주를 방문한 것은 2015년 봄이다. 그가 살고 있는 러시아연방 사하공화국보다 의료기술이 발달한 한국에서 검진을 받겠다는 것이 방문 목적이었다. 특별한 의미없이 끝날 줄 알았던 그의 의료관광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대사건’을 접했다.

다티아나 씨에게는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 그의 어머니는 흔히 말하는 고려인 3세다. 한민족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사는 곳은 고려인이란 사실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사회였고, 그런 이유로 그도 사실을 외면한 채 살아왔다. 그렇게 그는 결혼을 했고,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렸다. 그리고 몇 해 전 그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2015년 봄, 청주에서 검진을 받던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한 씨라는 사실을 통역을 통해 말했다. 그때까지도 한 씨의 본관이 하나이고, 그 곳이 청주라는 사실을 몰랐다. 다티아나 씨는 “의료관광 관계자들에게서 그 같은 이야기를 전해 듣고, 무언가 당기는 느낌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리고 그는 그해 여름 다시 청주를 방문했다. 집에는 치과치료를 핑계 삼았지만 청주 한씨 집성촌인 방서동(옛 이름 대머리)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그를 청주로 인도한 환자유치업체 솔트메디스의 주선으로 방서동에서 청주 한씨 종친회장을 만난 그는 한동안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당시 상황에 대해 “왜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그냥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설명했다.

▲ 지난해 여름 청주 한 씨 집성촌을 방문한 다티아나 씨.

종친회장으로부터 청주 한씨 역사를 전해 듣고,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본 다티아나는 흙 한줌을 주어 담았다. 그는 “어머니 기일 때 흙을 놓고 추모했다. 돌아가신 어머니께도 작은 효도를 한 느낌이고, 한국과 훨씬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다티아나 씨는 이달 말 다시 청주에 올 예정이다. 일 년 새 벌써 일곱 번째다. 지난달 취재 차 사하공화국을 방문한 취재진에게 그는 “청주를 다녀온 후 한국 사람들을 보면 부쩍 친근하게 느껴진다. 청주에서 왔다니 오랫동안 알고지낸 사람 같다”고 호의를 표했다. 또 “이번에는 청주의 가을을 느끼고 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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