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투자하겠다던 이란 ‘등 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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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투자하겠다던 이란 ‘등 돌리나’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6.11.0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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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이란 투자 의지 재확인…2조원 투자는 불확실” 변화 인정
이란, 연말까지 12억원 입금 약속…불이행 시 투자 사실상 ‘무산’

민선 5기 충북과 최대 투자유치협약을 맺은 이란의 오송 투자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초기 투자금액이 축소된 것은 물론 대규모 투자 이행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란의 입장변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충북도의 안이한 대응이 초래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사진설명-지난 4월, 20억달러 투자 MOU를 체결한 이란이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투자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무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우러 27일 MOU체결 당시 모습.

지난해 4월 27일 충북도청 소회의실, 투자협약을 맺기 위해 이시종 지사와 전상헌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 마모우드 코다두스투 이란 복지부 차관, 호세인 아야티 투바전통의학기업 대표, 박홍철 시그마 알드리치 한국지사장, 이봉희 시그마 알드리치·가천대 공동재생의학연구소장이 한 자리에 모였다.

협약의 주체는 이란 정부의 지원기관인 오리엔탈 메디신 컨소시엄과 미국기업인 시그마 알드리치·충북도로, 오송에 2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우선 지난해 10월 1일까지 900만달러를 투입해 오송 신약개발지원센터에 전통의학 공동연구소를 설립하고, 후속으로 신약개발을 위한 시설투자를 비롯해 향후 10년간 의약품 제조와 품질관리 기준(GMP) 생산시설 및 임상병원, 제약공장 등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전통의학 공동연구소가 완성되면 신약개발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고, 신약이 개발되면 이를 생산하고 임상실험 할 인프라를 순차적으로 갖추겠다는 구상이었다.

 

‘글로벌 바이오 허브’ 꿈 사라지나

원화로 환산하면 2조 2000억원 이상 규모이며, 이란의 전통의약 선점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 허브’라는 거창한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까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협약을 체결한 지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어떤 투자도 이뤄지지 않았다. 급기야 이란 투자 예정부지를 다른 업체에 분양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일고 있고, 오송 투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투바코리아(대표 이봉희)는 임대료도 내지 못하는 처지라고 알려지면서 ‘사기 협약’이라는 극단적 비판이 쏟아졌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지난 5월에는 이시종 지사가 20여명의 방문단을 이끌고 이란과 터키를 순방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이 지사는 이란기업 투바와 접촉해 이전에 체결했던 양해각서(MOU)를 합의각서(MOA)로 구체화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귀국 후 자평했다. 7~8월 경에 첫 투자금 40억원을 보내면 충북이 국비 10억원과 도비 10억원 등 20억원을 보태 공동연구소를 설립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시작으로 10년간 2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협약 내용도 재확인했다고도 밝혔다.

또 그때뿐이었다. 그 후로도 투자는 진행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이란의 사정을 알아보고 투자의지 등을 살펴보라며 실무단을 급파했다. 그리고 지난 7일 충북도는 또 다시 이란 투자 진행과정을 발표했다.

이전 발표와 가장 큰 변화는 총 20억달러 투자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과 최초 투자금액이 이 지사 이란 방문 때보다도 줄었다는 점이다.

7일, 김용국 충북경제자유구역청 본부장은 “2조원에 대한 문제는 우리가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현재로서는 불확실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11월 3일 이란이 투자를 약속하는 서한문을 보냈고, 이를 근거로 “이란의 투자의지는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서한문에는 법인 설립자금 2억원과 전통의학공동연구소 설립자금 10억원을 올 연말까지 송금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전통의학공동연구소 설치 주체가 투바에서 국립연구기관인 ‘이란농업바이오기술연구원’과 테헤란대 등 대학 3곳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전환됐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부분이 이전 발표보다 유일하게 진전된 점으로 평가된다. 국립연구기관이 포함돼 사업의 확실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충북의 안이한 대응이 낳은 결과

진행과정에 대해 비난을 받고 있지만 충북도도 어쩔 수 없던 부분이 있다. 바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다. 지난 1월 미국과 이란이 핵협상을 타결하면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풀렸고, 다시금 기대를 모았지만 현실을 달랐다. 제재는 풀렸지만 우리나라는 이란과 외환 거래시 달러화를 거치도록 규제하고 있어, 최근까지도 이란의 직접투자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핵심은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이란이 충북을 파트너로 신뢰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일각에서는 충북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 투자유치 과정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핵협상이 타결되기 전, 전 세계가 예상했던 것이 하나 있다. 금융제재가 풀린 뒤 터져 나올 엄청난 오일머니였다. 충북은 그 이전에 투자협약을 맺었고, 관계를 선점한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고 말하며 “그런데도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입장이 바뀌어 이란이 복수의 투자처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조원 투자는 충북의 경제규모에 비춰볼 때 굉장히 큰 금액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전담팀이라도 구성했어야 했다. 이를 통해 파트너십을 공고히 했다면, 지금처럼 투자의 불확실성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이란(기업)이 충북에 빚을 진 게 아니다. 약속한 날짜에 투자해달라고만 했지, 이란에 어떤 편의를 봐줬나”라고 반문하며 “투바코리아 임대료 문제만 하더라도 직접투자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유연하게 풀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김 본부장은 이란 투자의 불확실성을 밝히면서 “이란이 희망했던 부지 문제도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현재 희망하는 연구소를 유치하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의 발언을 통해 이미 후속투자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전달받고 출구전략을 세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실정이다.

2조원짜리 대형 투자계획이 수십억원대 소형 투자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조차도 이란 측이 약속한 연말까지 기본적인 투자금을 송금해야 가능하다. 김 본부장 또한 “올해 말까지 이란에서 투자 유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 전반에 걸쳐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임대료 부담 ‘투바코리아’ 기업연구관 입주?

 

 

 

올초 오송신약개발지원센터 6층에 입주한 투바코리아는 임대료 부담으로 지난달 사무실을 나왔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계약기간을 지속하지 못한 위약금으로 2000여만원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아직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굳이 비싼 임대료를 내고 오송신약개발지원센터에 입주할 일도 없었다. 센터 측에서 이란 투자를 기다리며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재촉해서 입주한 것인데, 투바코리아로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문제와 관련해 이란 본사에서 양해 요청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투바코리아는 충북산학융합본부 기업연구관 입주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투바코리아가 기업연구관에 입주할 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투바코리아 대표 이봉희 교수가 충북경자청의 판단에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연결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이 교수의 입장은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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