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자체에 장애인복지위가 있다고?”
상태바
“우리 지자체에 장애인복지위가 있다고?”
  • 박명원 기자
  • 승인 2016.11.17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된 법정위원회…조례상으로만 존재
장애인정책 컨트롤타워 역할… 최근 3년간 개최실적 없어
▲ 도내 지자체에 장애인복지위원회가 있으나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 충청리뷰DB

충북 청주에서만 올 한해 ‘축사노예’, ‘타이어노예’, ‘애호박노예’ 등 장애인인권유린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장애인부모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도 발달장애인 처우개선 조례 등 문제해결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이러함에도 충북도 등 도내 지자체에서 조례로 설치·운영하는 ‘장애인복지위원회’가 형식적인 존재로 전락해 문제가 되고 있다. 충북도의 경우 장애인복지위원회 개최 실적이 지난해 1회, 올해 1회에 그쳐 제대로 된 위원회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 1회 회의 또한 장애인복지기금사업 심의 정도의 안건에만 그쳐 장애인복지위원회 사업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장애인복지법 제13조(지방장애인복지위원회)에 따르면 지자체는 ‘장애인복지 관련 사업의 기획·조사·실시 등을 하는 데에 필요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에 지방장애인복지위원회를 둔다’고 명시돼 있다. 지방장애인복지위원회를 조직·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지자체의 조례로 정한다.

회의는 위원장이 필요할 때만?

“그런 위원회가 우리 지자체에 있다고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담당 공무원의 목소리다. 지역 장애인복지정책의 기획·조사·실시 등에 대한 필요사항과 관련 사업에 대한 심의·조정 기능을 담당하는 장애인복지위원회. 지역 내 장애인 복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중요한 기구임에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몇몇 지자체는 해당 위원회가 존재하는 지도 몰라 충격을 더하고 있다.

청주시의 경우 각종 장애인인권유린사건의 ‘진원지’면서도 제대로 된 위원회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 2014년 5월 관련조례가 제정됐지만 2015년이 돼서야 구성이 됐다. 청주시청 담당자는 “2015년에 구성돼 3회 가량 회의를 진행했다. 2016년에는 서면회의 포함 총 2회 진행했다”며 취재진이 회의안건을 묻자 “회의록은 비공개가 원칙이다”고 답했다. 2016년 각종 00노예사건을 탄생시켰음에도 이를 대비하고 대책을 만들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운영되는 지 알 수 없는 것. 문제는 청주시 뿐만이 아니다.

취재진이 자치법규정보시스템(ELIS)을 통해 충북도내 장애인복지위원회 관련 조례를 살펴본 결과 충북도·청주시·단양군·옥천군·제천시·진천군 등 6개 지자체가 관련회의 개최에 있어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라는 조항을 들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위원회의 위원장은 각 지자체장이 맡고 있어 제대로 된 회의 운영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 복지계의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장애인복지 관계자는 “장애인복지를 다루는 중요한 기구임에도 위원장은 해당분야와 관련이 없는 지자체장이 맡고 있다”며 “그런 위원장이 장애인 복지의 어느 부분을 보고 회의필요여부를 판단하는지 당황스럽다”고 지적했다.

행동하는복지연합 양준석 국장도 “축사노예·타이어 노예 등 장애인인권유린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데 지자체의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해당 문제를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할 법정위원회가 있음에도 활용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제천시 관계자는 “장애인 복지는 부분영역이 많아서 위원회를 통해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 분과별로 처리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조례 있으면 뭐하나…무용지물

더욱이 정기회의와 임시회의로 구분해 운영하는 지자체는 충북도와 단양군·보은군이 유일하다. 이외에는 모두 임시 회의로만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확인해 보니 단양군·보은군은 연1회의 정기회의가 조례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지난해와 올해 모두 관련회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단양군 노인장애인과 관계자는 “관련사항과 위원회 구성여부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며 “지난해와 올해 모두 장애인복지위원회를 개최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보은군 또한 개최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단양군과 보은군은 각각 2007년과 2006년에 관련 조례가 제정됐다. 조례상 정기회의 개최를 강제해도 지키지 않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기회의로 회의개최를 규정하지 않은 지자체들도 이와 비슷한 현실이다. 영동군·제천시·진천군 등은 회의가 열리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담당자가 관련 위원회 존재 유무도 알지 못했다. 증평군의 경우 2015년 개최실적이 있지만 이 조차도 장애인복지위원회 위원들의 임기가 만료돼 새로 위촉식을 전달하기 위해 개최됐다. 증평군 관계자는 “2016년에는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2015년은 위원들 임기가 만료돼 위촉식을 진행하고 임명장을 전달하기 위해 개최했다”고 답했다.

이렇듯 임명장을 전달하기 위한 위촉식을 제외하곤 서면 상으로 동의만 받는 방식의 회의도 문제다. 양준석 국장은 “주요한 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해야 하는 위원회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해야하는데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며 “단 한가지의 정책과 방향을 설정하더라도 수차례 모여 회의를 이어가도 모자랄 판국에 종이 한 장으로 결정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자체 위원회 위촉 위원, 27만 명 육박
위원회 수만 2만개…운영경비만 384억원

지난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자치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자지단체 위원회 운영현황’에 따르면 위원회 수만 2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해 운영경비만 384억에 달해 세금낭비라는 지적도 잇달았다.

진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은 미개최 위원회’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2년 4583개, 2013년 4820개, 2014년 5138개 등 전체 위원회 가운데 미개최 위원회가 20% 가량을 차지했다. 관련 운영경비 또한 2012년 285억원, 2013년 439억원, 2014년 384억원으로 3년 평균 370억에 달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위원회수가 2012년 1만8771개에서 2013년 2만150개, 2014년 2만861개로 3년 새 11%나 증가했다.

이에 진선미 의원은 “위원회 수만 많지 회의도 열리지 않고 있다. 이름만 올리지 말고 정부 위원회처럼 정비에 나서야 한다”며 “그동안 정부가 지자체 위원회에 무관심하다가 최근 국감을 앞두고 정비계획을 세운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내실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