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원짜리 패팅, 원가는 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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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원짜리 패팅, 원가는 9만원?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1.1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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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추위에 대형 아웃렛 70~80% 할인 행사, 판매 경쟁
중견 등산의류업체 지난해 원가 공개…판매가 20% 수준

강추위가 예상된다던 전망과 달리 1월초까지도 이렇다 할 추위가 없자 의류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추위를 예상해 잔뜩 생산한 겨울의류의 판로가 막막해진 것이다.

최근 반짝 추위가 몰아치면서 업체들은 판매 경쟁에 돌입했다. 겨울을 대표하는 의류인 다운패딩의 경우 신상품도 30~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고, 이월상품의 경우 소비자가격에서 70~80%까지도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제값 주고 사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겨울의류는 소비자가격과 실제 거래가격의 차이가 크다.

겨울의류의 대명사 패딩점퍼의 판매경쟁이 시작됐다. 80%까지 할인판매하는 패딩점퍼의 원가가 궁금하다. 사진은 청주지역 한 대형아웃렛.

생산량 30%만 정상가에 판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류시장에서 정상가에 판매되는 의류는 전체 생산량의 30%를 밑돈다. 특히 단가가 높은 겨울의류의 경우 자금회수때문에 할인 시점이 빠르게 돌아온다. 한 브랜드 등산의류업체 관계자는 “올 겨울 신상품도 지난해 12월부터 세일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정상가에 판매하는 백화점이나 브랜드숍보다 아웃렛과 상설할인매장 등 2차 유통업체 판매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60% 이상이 2차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지난 14일 찾아간 청주지역 한 대형아웃렛매장. 판매대에는 최대 80%까지 판매하는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한 유명 등산브랜드의 롱다운재킷 가격이 9만 9000원, 구스다운 패딩이 17만 9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옷에 붙어 있는 가격표를 보니 정상적인(?) 소비자가격은 30만원대였다. 판매직원은 “50~7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이나 대형아웃렛매장은 대부분 수수료 매장이다. 월정액 임대료를 내는 게 아니라 매출의 몇%를 내는 방식이다. 대개 이런 매장들은 매출의 20~30%를 임대료로 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평균 수수료는 2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70%를 할인한 데다 매출에 따른 수수료와 인건비 등을 제하고 나면 사실상 건지는 게 없다. 남는 장사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남는다.

업계에서는 흔히 소비자가격에 대해 원가와 광고비·유통비, 여기에 밑지고 팔 때 손해비용까지 더해진 가격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소비자가격을 높게 책정한다는 것이다. 정상가 판매율이 저조한 브랜드는 원가대비 판매가를 더욱 높게 책정한다.

또한 통상적으로 중저가 브랜드가 원가대비 3배 정도 가격에 판매되는 반편 고가 브랜드는 원가보다 8~12배까지 높은 가격을 매긴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판매가는 리스크까지 포함된 가격

그렇다면 패딩의 원가는 얼마일까? 지난해 한 브랜드가 패딩원가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칸투칸이라는 중견 아웃도어 의류업체다. 해당 브랜드는 가격 거품을 뺀 아웃도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지난해 초부터 원가를 공해하고 있다. 이 회사가 공개한 주요 품목의 원가를 보면 유명 아웃도어 업체들의 가격 거품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특히 등골브레이커로 불렸던 거위털패딩의 원가는 8만 4125원, 오리털 패딩의 원가는 9만 1904원이었다. 패딩은 충전재 소재와 함량에 따라 원가에서 큰 차이를 나타내는데다 브랜드 가치도 있으니 일률적으로 값을 매길 수는 없다. 하지만 등산 브랜드의 판매가격이 원가에 비해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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