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야, 넌 어디 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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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야, 넌 어디 사니?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2.2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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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맞은 자취방, 뚜렷한 양극화…월 15만원부터 50만원까지
오피스텔, 먹이사슬 정점…학교 주변 신축 원룸 선호, 하숙 퇴조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방주인을 구하려는 대학가 원룸임대업자들의 구애가 치열하다. 1인 시위를 연상케 하는 영업활동부터 호객행위에 이르기까지 막판 유치전이 뜨겁다. 이달 말까지 성적이 올 한해 수입을 결정한다. 특징적인 것은 대학가 원룸촌의 양극화가 심해져 1개월에 50만원을 호가하는 대형 오피스텔은 속속 계약이 체결되는 반면, 20년 이상 된 낡은 단독주택 원룸은 월 15만원이라는 낮은 가격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 학기를 앞두고 대학가 원룸촌의 학생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사진은 피켓을 들고 월세 홍보에 나선 집주인.

한겨울, 거리로 나온 집주인들

2월 20일 충청대, 21일 서원대, 22일 청주대가 각각 2017년 입학식을 치렀다. 입학식이 진행되던 날, 학교관계자와 학생만큼이나 분주한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원룸임대업자들이다.

20일 청주대 정문 앞에서는 한 중년남성이 피켓을 들고 서 있어 시선을 끌었다. 언뜻 보면 청주대와 관련 있는 1인 시위자로 보이지만, 그의 정체는 청주대 정문 인근에서 원룸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10여 년 전 부업을 할 요량으로 단독주택형 원룸을 지었다는 그는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 집 밖으로 나왔다.

거리로 나온 주인집 아저씨·아주머니는 이 무렵 대학가 원룸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골목 어귀에는 익숙한 듯 파라솔 테이블을 펴고 중년의 여성들이 둘러 앉아 있다. 아직은 겨울바람이 매섭지만 두꺼운 외투와 모자, 미리 준비해 온 따뜻한 차로 추위를 녹이며 오가는 사람들과 눈빛을 교환한다.

마침 한 청년이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한 아주머니가 “방 구하려고?”라며 말끝을 흐린다. 다른 아주머니들도 둘의 대화에 집중한다. 기대도 잠시, 청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가던 길을 간다.

뒤이어 취재진이 다가갔다. 조금 전과 달리 아주머니들은 취재진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주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벌써 10년 넘게 나와 있는 이들은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방을 구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척하면 안다. 또 저마다 조금씩 상황이 달라 같이 영업활동(?)을 해도 부딪히거나 싸움이 벌어지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학가 원룸촌 풍경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단독주택형 원룸이 주류였다. 2층짜리 건물에 주인세대와 자취생용 단칸방이 둘러싸인 형태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빨간벽돌집’으로 불린다. 방을 세놓아 생활비에 보탤 요량으로 지은 건물이다.

10년 전부터는 자취생을 받을 목적으로 전문화된 원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빌라라고 부르기도 하는 다세대주택이다. 수년전부터는 단독주택으로 분류되는 다가구주택이 원룸촌의 큰 흐름이 됐다. 보통 통원룸이라고 부르는데 다세대 주택은 각 방이 별도의 세대인 반면 다가구 주택은 1인 소유로 1호실·2호실 등으로 분류한다. 숙박업소와 흡사하다. 그리고 최근 등장한 것이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최고가를 자랑하는 청주대 정문 대형 오피스텔

원룸촌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포식자가 바로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청주권에는 청주대 정문 캠퍼스타워(오피스텔)와 충북대 정문 포빌(도시형 생활주택)이 대표적이다. 관련법에 따라 다르게 부르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매한가지다. 100개 이상의 원룸이 모여 있는 집합체로 개별분양 형태다. 임대수입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고, 유학생((遊學生)을 겨냥했다기보다는 1인 가구 등 소규모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단지 대학 인근에 위치했다는 점에서 일부가 자취방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밑으로는 앞서 설명한 원룸의 형태가 역순으로 포진한다. 한마디로 오래된 건물이 가장 싸고, 세를 놓기도 어렵다. 그들이 겨울마다 골목길로 나오는 이유이다.

 

선택조건 1순위 시설, 2순위 거리

얼마에 세를 놓느냐는 질문에 아주머니들은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충북대·청주대·서원대는 30만~40만원선에 거래되고 충청대와 충북보건과학대 등 청주 외곽에 있는 대학가 원룸촌은 그보다 5만원 정도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골목에 나와 있는 아주머니들은 취재진의 설명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내놓은 물건은 다세대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이고, 일명 빨간벽돌집은 그 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은 그 보다도 비싼 50만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한다. 오피스텔은 별도의 관리비를 내기 때문에 실제 비용은 60만원 이상이 되기도 한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충북대 재학생은 “남학생들은 자취방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싼 집을 원하는 것 같다. 반면 여학생들은 세탁기, 에어컨, 냉장고가 갖춰져 있는, 깔끔한 신축건물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룸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한 부동산 관계자는 “충북대는 정문 앞, 청주대는 중문이 그래도 나은 편이다. 복대초등학교 인근에도 원룸촌이 형성돼 있지만 학생들은 정문을 선호한다. 청주대도 정문이나 예술대 인근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다. 수요가 중문에 집중된다”고 분석했다.

급격히 줄어든 또 하나의 주거형태가 하숙이다. 청주대 중문에서 30년째 하숙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A씨는 “하숙을 하는 집도 줄고, 집집마다 하숙생도 줄고 있다”며 “예전에는 집밥을 해먹이고, 하숙집을 통해 자녀들 소식을 챙길 수 있어 선호했다. 지금은 자녀들이 싫다고 하니 부모도 어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대개의 하숙집이 낡은 건물인 빨간벽돌집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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