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정규직 확대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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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정규직 확대 약속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3.10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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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푸드, 전국 6개 공장 생산직 전부 도급계약
음성민중연대 “투자유치조례, 일자리 기준 명시해야”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불법파견 등 노동법 위반 사실이 적발됐지만 신세계푸드는 여전히 당당했다. 노동부가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한 당일 신세계푸드 본사 홍보실 관계자는 “이번 결과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표명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향후 계획에 대해 “일단은 현행방식(도급계약)으로 운영하되, 정규직 비중을 늘려간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사회에 사회공헌활동을 많이 하겠다”고 답변했다.

음성군 상당수 기업, 불법 고용

하지만 정규직 비중을 늘린다는 신세계푸드 측 답변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하며 대기업 계열 식자재 업체 3사(현대그린푸드·CJ프레시웨이·신세계푸드) 가운데 가장 크게 수익을 개선했지만 전국 6개 공장 어느 곳에서도 직접 채용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진에게 정규직 비용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한 본사 관계자 또한 구체적인 채용 계획을 묻자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음성노동인권센터가 지난해 10월 전수조사를 통해 발표한 ‘음성군 직업소개소 현황과 불법운영 실태’ 자료에 따르면 음성지역 대다수의 직업소개소가 불법적으로 공장 등 생산현장에 노동자를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푸드와 같은 다단계 방식의 인력공급은 물론, 불법파견 등 노동법을 위반하고 있는 생산현장이 신세계푸드 말고도 상당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음성민중연대 등은 질 좋은 일자리 확보를 위해 최소한 음성군이 보조금을 지원하는 투자유치기업만이라도 일자리에 대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김규원 음성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군민의 혈세로 이전기업에 각종 지원을 해준다”며 “그런데 투자규모·고용규모에 대한 기준만 있지, 일자리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조례 조항은 없다.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음성군, 책임 통감해야

음성민중연대와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지난 7일 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에 대한 논평을 내면서도 “군민들의 혈세를 지원하면서 군민에게 안정적 일자리·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하도록 최소한의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며 음성군이 이번 사태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정 음성군의원도 지난달 20일 의회 5분 발언을 통해 “4만여명의 군민 노동자 중에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비정규직일 것”이라며 “한화첨단소재 50억원 현금 지원, 태양금속 70억원 지원, 현대중공업 100억원 지원 등 거액의 기업유치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이들 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생기지 않았다. 음성군 행정은 기업유치만 했지 그 이후 기업과 관련된 군민들의 삶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일갈했다.

신세계푸드 또한 이전 당시 6억원을 보조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음성군은 현금 등 직접적인 지원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음성군 관계자는 “당시 6억원은 원남산단 내 입주기업들에 공급될 도시가스 배관 설치에 쓰였고, 문서상에 입주기업을 대표해 신세계푸드가 명시돼 있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산을 편성한 시기에는 원남산단 전체에 대한 도시가스 공급계획이 없었고, 6억원은 신세계푸드 등 6개 기업만을 대상으로 했다. 또한 6억원의 출처가 보조금 항목이었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현금지원은 아니지만 공장 신설에 따른 지원이라는 사실은 명확했다.

신세계푸드의 불법 고용 논란으로 음성군의회에서는 ‘음성군 기업 및 투자유치 촉진 조례’ 개정 논의가 활발하다. 최근 군의원들과 민중연대 등이 만난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신세계푸드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조례 개정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공급을 제도화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빛났다’ 음성노동인권센터

실태조사 후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 요청, 개선 결실

 

지난 6일 신세계푸드 노동자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음성노동인권센터를 방문했다.

신세계푸드의 불법 고용 실태는 음성노동인권센터의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지난해 9월 직업소개소를 통한 불법 고용 실태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신세계푸드의 비정상적인 고용구조를 알게 됐다. 노동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음성노동인권센터를 방문한 사람 중 여러 명이 신세계푸드에서 근무했던 것이다.

조광복 노무사는 그때부터 자료수집을 시작했다. 지난 수개월간 직업소개소를 통해 신세계푸드에서 일한 사람들을 수소문해 사실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기자회견을 통해 세상에 알렸다.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충주고용노동지청에 특별감독을 요청하며 수집한 자료를 넘겼다. 음성노동인권센터의 요청을 받아들인 충주고용노동지청은 일주일간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고, 17건의 위반사실을 적발했다. 조광복 노무사의 집요함이 없었다면, 더 나아가 음성지역에 노동인권센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게 지역 노동계의 중론이다.

지난 6일 오후, 음성노동인권센터 사무실에 신세계푸드 노동자들이 찾아왔다. 자신의 체불임금이 얼마인지,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 궁금한 게 많다. 노동부가 조치를 취했지만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실제 체불임금을 받아낼 때까지 그들의 손과 발 역할을 한다.

2015년 3월 개소한 음성노동인권센터는 그동안 수많은 지역 노동자들의 문제를 상담하고, 법률지원을 해왔다. 지난해에는 직업소개소 문제로 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노동인권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음성군에 정착한 지 2년, 운영여건이 열악하지만 지역 노동계에 버팀목이 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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