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변통 물 정책, 불안한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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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변통 물 정책, 불안한 주민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3.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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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지구 옆 용박골 주민들, 한겨울 물 안 나와 목욕탕으로
급수차 공급→물탱크 확대→새 관정 개발→광역상수도는 언제?

“주민 여러분, 물이 부족하니 아껴서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산간 오지마을회관에서 나오는 안내방송이 아니다. 청주시내 한복판, 그것도 최대 규모의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 동남지구 옆 용박골(용암동 1통)에서 들리는 안내방송이다. 한 마을주민은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되면서 갑자기 물이 잘 안나왔다”며 동남지구 현장이 원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다른 주민은 “농업용 관정에서 식수를 끌어다 쓴다는데 믿고 마셔도 되는지 꺼림칙하다”고 말했다.

 

지난겨울 급수차비용만 1000만원

하석상대(下石上臺),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괸다는 사자성어다. 물 부족을 호소하는 용박골 주민들을 대하는 청주시의 모양이 딱 그 꼴이다.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용박골은 상습적으로 식수난을 겪는 동네이다. 수시로 5톤 탱크로리차량이 마을 물저장탱크(소규모취수원)를 오간다. 올 겨울만 30여 차례(1차당 30만원), 급수차 비용만 1000만원이다.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명절 때 급수난이 가장 심했다”며 “간이(마을)상수도를 사용하는 마을인데 마을 인구가 늘어나며 상습적으로 물 부족현상이 일어난다. 동남지구 공사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사진설명-청주 최대 택지개발지구와 연접한 용암동 용박골 주민 50세대가 식수난에 허덕이고 있다.

청주지역 280개 마을이 광역상수도가 아닌 간이상수도를 통해 식수를 공급받는다. 간이상수도는 마을에 관정을 파고 여기서 나오는 지하수를 수도관에 연결해 세대별로 공급하는 형태다. 현재 청주지역에서 간이상수도를 사용하는 마을은 대부분 옛 청원군 지역이다. 외딴지역의 경우 수도관 연결에 어려움이 있다. 옛 청주지역은 17개 마을만 간이상수도를 사용하고 있다.

용박골이 이 17개 마을 중 하나다. 위치만 보자면 승용차로 2~3분 거리에 대형마트가 입점해 있고, 광역상수도를 연결하더라도 큰 비용이 드는 지역이 아니지만 아직까지 간이상수도를 이용한다.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원인이다.

청주시는 해마다 광역상수도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용박골보다 더 외진 곳도 대부분 광역상수도가 보급됐다. 하지만 용박골은 2003년 발표된 동남지구 개발 계획으로 예외지역이 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동남지구 택지개발이 이렇게까지 늦어질지 예상하지 못했다. 보상을 한창 진행하던 LH공사는 과도한 부채 문제로 동남지구 개발을 잠정 중단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기존 관로에서 상수도관을 이어 마을까지 가져오려면 관을 묻어야 하는데 택지개발이 추진되면 어차피 진행해야 하는 일이라 개발 이후로 미뤄놨었다”고 설명했다.

 

10년 전 용암2지구에 연결했다면?

이제 와서 생각이지만 마을주민들은 10년 전에 동남지구가 아니라 용암2지구에서 수도관을 연결하는 방법을 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동남지구가 훨씬 가깝지만, 상리 등 광역상수도로 전환된 마을을 살펴보면 용암2지구도 멀지 않은 거리이다. 동남지구에서 연결하는 것보다 비용은 더 들겠지만 오래 전에 식수난을 해결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임시변통에 들어간 비용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에서 분석한 식수난 원인은 복합적이다. 가장 큰 요인은 용박골 인구가 늘어난 것이고, 두 번째 요인은 마을에 식수를 공급하던 물탱크의 누수다. 10여 년 전, 용박골은 20세대 안팎의 작은 마을이었다. 이후로 전원주택단지가 조성되고, 소규모 빌라까지 들어서며 현재는 50가구 가량이 모여 산다.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보통 간이상수도의 경우 1세대 당 1톤을 기준으로 설치한다. 그래서 간이상수도 설치 당시 20톤 짜리 물탱크를 설치했다”고 설명하며 “지금은 50세대가 살고 있어 20톤짜리로는 부족하다. 추경을 통해 6월경 50톤 짜리 물탱크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에 현장 확인 결과 약간의 누수까지 겹쳤다.

청주시의 설명대로 용박골 간이상수도에 과부하가 걸린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하지만 원인을 파악한 후로도 불편함은 해결되지 않았다. 최근 주민 민원이 잇따르자, 그나마 물탱크 교체도 가시화된 것이다. 지난 수년간 부족한 물은 급수차로 해결했다. 한 주민은 “그래도 먹는 물인데 탱크로리에 담아 왔다는 게 아무래도 꺼림칙하다”고 말했다.

심각한 문제는 지금부터다. 지난 겨울부터 급격하게 용수량이 떨어졌다. 한 마을주민은 “물이 안 나와 인근 목욕탕에서 씻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주민은 “예전에도 종종 물이 부족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들 상당수는 땅을 갈아엎고 있는 공사현장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공사주체인 LH공사는 전면 부인했다. 지하수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만한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청주시가 찾아낸 해결책은 이 마을 또 하나의 급수처인 농업용 관정이다. 청주시는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음용수로 적합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지난주에 기존 식수용 관정을 떼어내고, 농업용 관정을 이었다. 일단 물 부족 문제는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임시방편이다. 봄이 되면 또 논밭에 사용할 물을 구해야 하고, 농업용 관정이 필요하다.

 

청주시·LH공사·주민 ‘동상이몽’

용박골 마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관정은 2개다. 하나는 인근 포도과수원 등에 사용하는 농업용 관정으로 1일 200톤 정도가 나온다. 또 하나는 식수용 관정으로 1일 48톤 수준이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용수량이 크게 줄었다.

2개 관정 모두 택지개발지구 내 위치해 있고, LH공사는 청주시와 보상협상을 진행했다. 청주시는 금전보상이 아닌 대체 관정을 요구했고, LH공사도 이에 동의했다.

LH공사 관계자는 “보상협의를 진행할 때에는 공동주택용지에 관정이 있는 것으로 파악해 관정을 옮기기로 했지만, 실제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식수용 관정은 녹지에 있고 농업용 관정은 교육연구시설용지에 있어서 서둘러 옮길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LH공사는 교육연구시설용지에 있는 농업용 관정만 이설을 추진하고 있다. 식수용 관정은 녹지에 위치해 있어 개발 최종단계까지도 철거할 필요가 없다. LH공사 관계자는 “식수용 관정은 이설이 아닌 청주시에 금전 보상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주시와 주민들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봄이 되고 농사를 지으려면 농업용 관정이 필요하다. 일단 전에 사용하던 식수용 관정을 연결해 농업용수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혹시라도 물이 부족하면 농업용 관정을 LH공사에 요구한다는 것이다.

LH공사는 현재까지 청주시로 부터 어떤 제안도 받은 적이 없다. 일주일 전부터 식수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농업용 관정도 LH공사 입장에서는 여전히 농업용일 뿐이다. 이설을 추진하고 있는 관정도 기준은 식수용이 아닌 농업용이다.

한편 주민들의 궁극적인 바람인 광역상수도 설치는 동남지구 내 첫 아파트인 대원칸타빌 준공예정인 2019년 가을에나 가능하다. 용박골 주민들의 물 전쟁은 앞으로도 3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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