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장기화…원수 된 이웃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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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장기화…원수 된 이웃사촌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3.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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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조합 설립한 사직1구역, 10년째 법정공방
충북경찰청, 위법 정황 포착…조합사무실 압수수색
사직1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비대위가 조합장 해임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충북 경찰이 조합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청주시 사직1구역 재개발사업을 놓고 10년째 조합원간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경찰이 조합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도심 속 우뚝 솟은 두산위브더제니스, 고층아파트 그림자 뒤로 정비구역(재개발)인 사직1구역이 있다. 10년 전인 2007년 2월, 이 지역 주민들은 재개발을 위한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듬해인 2008년 9월 사직1구역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고, 같은 해 12월 조합설립인가도 받았다.

주민들은 이제 3~4년만 기다리면 낡은 개인주택 생활을 청산하고 아파트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현실은 냉엄했다. 국내외 경제 악재가 겹치며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서는 건설사가 없었던 것이다.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했고, 주민(조합원)들 간 반목은 단순한 다툼이 아닌 서로의 법적책임을 묻는 송사로 이어졌다.

이들의 갈등은 2009년부터 본격화됐다.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 운영의 문제점을 제기했고, 조합장을 교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비대위, 조합장 해임 추진 본격화

지난 3월 13일, 일부 조합원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는 미호아파트 1층에 ‘조합장 해임 발의 추진위원회’ 사무실을 개소했다. 이들의 1차 목표는 오는 25일 예정돼 있는 총회를 무산시키는 것이고, 2차 목표는 조합장 해임 발의 요건을 갖춰 임시 총회를 여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현 조합장을 해임시키고,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해 조합을 정상화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이를 위해 본격적인 세 모으기를 시작했고, 이에 따라 조합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사직1구역, 640여세대 주택가 대문에는 서로를 비방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유인물들이 꽂히고, 길거리에서 마주친 양측은 더 이상 이웃사촌이 아니었다. 누가 정비업체로부터 돈을 받아 집을 샀느니, 시공사가 금전적 이익을 약속했느니 하는 흉흉한 소문이 나돈 지도 오래이다.

총회를 6일 앞둔 지난 20일, 사직1구역 주택가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저녁 7시가 넘었지만 양측 사무실 모두 환하게 불을 켜놓았다. 이번 총회는 지난해 7월 30일에 진행했던 총회의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한 청주시의 재의결 지시로 열리는 총회다. 총회에서는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위한 주요사항을 의결에 부친다.

비대위는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조합운영의 문제점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별도로 사무실을 내고,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그동안은 사업이 지지부진해서 조합원들이 피해를 체감할 정도가 아니었다. 당연히 동의를 구하는 게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잘못된 결정이 총회에서 의결되면 엄청난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고, 그 피해가 자신들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시공사 제안, 누굴 위한 걸까?

청주지역 정비구역들은 어디라고 할 것 없이 착공이 요원했다. 사직1구역 또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2015년 시공을 하겠다는 건설사가 나타났다. 아파트 분양시장이 호황이 된 덕분이었다. 조합은 대우건설과 GS건설이 컨소시엄으로 2457세대(시공사 선정 당시) 아파트를 짓는데 합의했다. 이제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분양·착공 등 본격적인 사업진행을 하는 일만 남았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새로운 안이 대두된 것이다. 조합에 따르면 새로운(변경추진) 안을 시공사가 제안했고, 조합은 받아들이지 않은 반면 비대위는 환영했다. 변경추진안의 골자는 세대수를 늘리는 것이다. 인가신청 당시 조합이 청주시에 제시한 세대수는 2338세대다. 시공사 선정 당시보다 세대수가 줄어든 이유는 청주시의 공원·주차장 설치 기준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시공사가 작성했다는 변경추진안 자료에 따르면 이렇게 사업이 확정될 경우 조합원들의 이익금이 감소되는 반면 새로운 추진안인 2582세대 건설로 변경하면 추가로 이익금이 발생한다.

비대위 측은 변경안이 조합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는데 이를 거부하는 조합을 이해할 수 없다. 비대위 관계자는 “조합이 기존안을 총회에서 통과시키려고 한다. 주민들에게 이런 피해 사실을 알려 총회에서 기존안이 의결되는 것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비대위는 조합운영에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변경할 수 없는 말 못할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조합은 전면 부인했다. 조합장은 “조합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도 아니고 대의원회의를 통해 무엇이 조합원에게 이익이 되는지 검토한 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장은 “변경할 경우 사업기간이 길어진다. 그렇게 되면 동남지구 등 대규모 아파트 공급과 맞물려 분양에 어려움을 겪게 되며 사업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합장은 시공사가 변경안을 제시한 것을 두고 추가 이익을 얻으려는 시공사의 꼼수라고 분석했다. 조합장은 “시공사의 입장에서는 세대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공사금액이 늘어나고 이익도 커진다. 하지만 분양을 걱정해야 하는 조합에서는 확정할 수 없는 기대이익만 보고 사업을 변경할 수 없다. 집행부는 빨리 사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기존안 추진을 막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조합장 해임을 선택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해임안 발의를 위한 조합원 동의 요건도 확보했다. 총회를 일주일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중대한 변수가 발생했다. 지난주 경찰이 조합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이다.

비대위로서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비대위는 조합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세몰이를 진행 중이다. 반면 조합은 조합원들의 동요를 막는데 집중하고 있다. 조합장은 “위법한 사실도, 개인적인 이익을 취한 사실도 없다. 당당하기 때문에 경찰의 압수수색 당시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고 말했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회계서류를 압수했다. 총회를 거치지 않은 자금 흐름 정황이 포착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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