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배정, 高 웃고 中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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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배정, 高 웃고 中 울었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3.2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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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서열화‧학력격차 해소…교육수요자도 만족
중학생 학부모 “근거리배정원칙 훼손” 교육청에 항의

2017학년도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됐다. 해마다 희비가 엇갈라는 학교 배정,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2017학년도 학교 배정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까. 고등학교 배정은 대체로 만족스럽고 중학교 배정은 적지 않은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 같은 양상은 배정방식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도교육청은 2017학년도 일반계고교 배정방식을 변경했다. 기존 방식이 특정 학교 쏠림현상과 서열화현상을 일으킨다는 판단에서다. 2016년까지는 청주지역 19개 고등학교 중 7개 학교를 선택하면 추첨을 통해 배정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2017학년도 배정방식은 ‘군별 배정방식’으로 내신성적 상위 10%까지를 1군, 11~50%까지를 2군, 51~90%까지를 3군, 91~100%까지를 4군으로 나눠 군별로 추첨하는 방식이다. 지망학교는 청주권 모든 학교로 남학생은 14지망, 여학생은 13지망까지 지정해야 한다.

2017학년도 학교배정 결과에 대해 도교육청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앞서 설명했듯 도교육청은 변경된 배정방식으로 서열화와 학력 쏠림현상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고, 실제로도 반영된 결과가 나타났다.

해마다 희비가 엇갈리는 학교 배정, 올해 고등학교 배정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반면 중학교는 부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았다. /충청리뷰DB

1‧2지망 배정률, 크게 개선

2016학년도에는 학교 간 학력 격차가 컸다. A고는 평균 입학점수가 272점인 반면, B고는 251점이었다. 평준화시스템에서도 두 학교의 성적 차이는 21점이나 발생했다. 올해 변경된 배정방식은 학교간 학력차가 발생할 수 없는 구조이다. 남녀공학(258점), 남학교(256점), 여학교(262점)에 따른 차이만 있다.

여기까지는 공급자의 관점이다. 교육 수요자도 같은 생각일까? 자녀가 고등학교에 진학한 한 학부모는 "평준화를 시킨 결과가 어떨지는 3년이 지난 뒤에야 알 수 있다. 다 같이 학력이 낮아질 수도, 다 같이 높아질 수도 있다"며 "자녀의 성적에 따라 추후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입학단계에서는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이 학부모가 만족한 이유는 원했던 고등학교에 진학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평가는 수치상으로도 확인된다. 2016학년도에는 1·2지망 배정 비율이 73.9%에 그쳤지만 올해는 87.5%까지 치솟았다. 도교육청은 ‘고교 교육력 제고 사업’에 대한 홍보와 이에 따른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도교육청 중등교육담당 오남진 장학사는 “대입전형이 계속 바뀌고 있다. 수시 비중이 커지고, 생활기록부 반영도 강화되는 추세다. 이에 맞춰 준비하려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특정 학교가 아닌 각자의 선택에 맞는 학교를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하며 “이 같은 내용을 홍보했고, 일선 학교에서는 이에 맞춘 특화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교 교육력 제고사업은 교육부가 수업방식의 혁신적 변화와 학생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다양한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사업이다.

 

학교번호가 희비 갈라

고등학교 배정결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중학교 배정결과는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다. 중학교 배정 직후 청주시 금천동 한 초등학교 졸업생 학부모들은 청주교육지원청에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수년간 배정패턴에서 크게 벗어난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변이 발생한 올해를 제외하면 해당 초등학교 졸업생은 대부분 도로 건너편 A중학교로 진학했다. 중학교 배정방식의 핵심 기준이 근거리 우선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매년 2/3가량이 해당 중학교로 진학했지만 올해는 절반도 진학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력수준을 평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타 학교 배정을 높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등학교와 달리 중학교 진학에 대해서는 학부모들이 근거리를 선호하는데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표면상의 이유는 이렇지만 실제 불만은 다른 데에서 기인한다. 가정의 재력과 학력이 비례하는 사회현상이 원인이다. 구도심 단독주택단지보다는 아파트단지가, 소형아파트보다는 대형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이 높다. 이는 학력 차이로 나타나고, 대형아파트 밀집지역 내 중학교를 선호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즉 그들에게 근거리 중학교는 학력이 높은 학교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주교육지원청은 의도적인 배정이 아니라 학교번호에 따른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중등지원과 김미경 장학사는 “불만을 제기하는 학교들의 공통점은 학교번호가 뒷번호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중학교 배정방식은 각 시군교육지원청이 정하는데 현재 청주지역 중학교 배정방식은 경합학교의 경우 80%는 근거리학교 순위에 따라 배정하고, 20%는 임의 추첨방식을 통해 결정한다. 학교배정을 하기 위해서는 3가지 번호가 필요하다. 학교번호(○○), 시작번호(○○), 간격번호(○○)가 그것이다. 이들을 조합한 6자리수가 개별 학생의 고유번호다. 이 가운데 특히 맨 앞 두자리 수인 학교번호가 중요하다. 학교번호가 빠르면 근거리배정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 장학사는 “지난해 10월 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서 번호추첨이 있었다. 해당 학교는 모두 뒷번호를 뽑았다”고 설명했다.

 

2018학년도 배정 방식 또 바뀐다

중학교는 전면 개편…고등학교는 원거리 배정 보완

 

청주교육지원청은 2013년에 도입한 현행 배정방식을 내년부터 변경할 계획이다. 청주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배정에 대한 교육 수요자들의 불만을 수용해 5년간 진행해온 방식을 전면 수정할 계획”이라며 “현재 변경을 위한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주교육청에 따르면 현행 ‘5학교군 9중학구’체계를 조정하고, 개인에게 번호를 부여하는 현행방식도 바꿀 전망이다.

고등학교 배정방식도 약간의 수정이 이뤄진다. 지난 배정에서 원거리학교 배정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이와 관련해 청주지역 모든 중학교 3학년 학생들과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마쳤고, 23일 열릴 고교입학전형위원회에 이를 반영해 2018년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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