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채납시설, 누구에게 남는 장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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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채납시설, 누구에게 남는 장사인가?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3.3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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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사용 허가기간 동안 투자비 회수…소송 통해 기간연장
대현지하상가, 41년간 무상사용 허가…재투자로 연장 불씨

기부채납, 어떤 이유로 사유재산을 국가나 지자체에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개발지역에서 용도지역 상향 변경 등의 대가로 도로나 공원 등을 기부채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외에는 1994년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제정 이후 지자체의 재정부담을 덜기 위한 방법으로 일부 기부채납을 받았다. 청주시가 관리하는 기부채납 시설은 30개이며, 대현지하상가·명암타워·명암보트장·청주시외버스터미널 등이 대표적인 시설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재정부담없이 공공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시설에 따라서는 특혜 논란이 일기도 한다. 반대로 원금회수를 못했다는 민간투자자와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기부채납시설에 대해 알아보았다.

2028년까지 41년간 무상사용허가를 받은 대현지하상가. 연간 10억원 이상 수입이 발생하지만 청주시에 납부하는 비용은 연간 67만원이 전부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성안길과 중앙로 사이에 위치한 대현지하상가는 충북 최초의 지하상가로 성안길이 청주지역 유일한 상권이던 1990년대 중반까지 각광을 받던 상업시설이었다. 이 대현지하상가가 청주시에서 가장 오래된 기부채납시설이다. 대현프리몰이 1985년 시설투자 인가를 받아 1987년 완공했다. 1987년 문을 연 대현지하상가는 이듬해 곧바로 소송을 제기했다. 청주시가 허가한 무상사용기간이 짧다는 이유에서다.

대현, 2007년 60억원 추가 투입
1987년 개장 당시 청주시가 허가한 무상사용기간은 20년이었다. 청주시에 따르면 지금도 관련법에 따라 최대 20년까지만 무상사용허가를 내주고 있다. 기부재산의 가치에 따라 수년 만에 무상사용기간이 끝나기도 한다.

청주시 관계자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의거해 기부채납된 재산의 가액을 연간사용료(임대료)로 나눈 범위 내에서 무상사용허가기간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00억원 가치의 시설을 기부채납했는데 해당 시설의 사용료가 연간 10억원으로 산출됐다면 최대 10년간 무상사용허가를 해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당시 소송에서 대현프리몰은 승소했고, 청주시는 관내 기부채납시설 중 최장기간인 41년간 무상사용허가를 내줬다. 대현지하상가의 무상사용허가 종료일은 2028년 9월이다.

이 같은 결과를 놓고 당시에도 행정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일었다. 말이 기부채납이지, 실상은 41년간 무상으로 임대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혜택을 받은 셈이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2028년이다. 1988년에 대원프리몰이 승소한 이유는 향후 20년간 예상되는 수입(임대료 등)으로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대원프리몰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상사용기간을 ‘총 투자비를 회수할 때까지’로 명시한 청주시와의 협약서도 문제다. 이 협약서는 당시 판결의 근거가 됐다.

개장 당시 대원프리몰의 투자비는 47억원이었다. 그에 따른 무상사용기간이 41년 1개월이다. 2007년 대원프리몰은 리모델링비용으로 60억원을 투입했다. 같은 논리라면 50년 이상 무상사용기간을 연장시켜줘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되면 청주시는 100년 가까운 세월동안 재산권을 행사를 못하는 처지가 된다.

총 123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대현지하상가의 임대조건은 4000만~6000만원의 보증금에 월 80만~90만원 선에서 임대료가 책정돼 있다. 하지만 대현프리몰이 청주시에 지불하는 비용은 연간 교통유발부담금 67만원이 전부다.

청주시 수익, 연간 67만원이 전부
반면 88억원의 기부가치를 평가받은 청주시외버스터미널은 현재 유상임대로 전환됐다. 지난해 9월 19일자로 17년 6개월간의 무상사용허가기간이 종료된 것이다. 기존사업자인 청주여객터미널이 민간위탁사업자로 선정되고, 지난해 10월부터 월 9000만원의 임대료를 청주시에 지불하고 있다. 청주고속버스터미널은 무상사용허가기간이 끝난 뒤 매각절차를 밟아 지난 1월 343억원에 매각됐다. 무상사용허가기간이 연장된다는 것은 그만큼 청주시의 수입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3년 무상사용허가기간이 종료되는 명암타워. 사업성 부진으로 투자비 회수가 어려울 전망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무상사용허가기간을 연장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민간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유상임대로 전환된 청주시외버스터미널은 물론 청주국제테니스장도 이 같은 과정을 겪었다.

최근 화상경마장을 유치하려다 실패한 명암타워도 20년 무상사용허가를 받은 기부채납시설이다. 건설 당시 화제를 모았던 명암타워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며 실패한 시설로 평가받는다. 결혼식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1층 컨벤션홀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실이다. 인기를 모았던 꼭대기 관망탑도 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폐쇄된 지 오래이다.

무상사용허가기간동안 투자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자 화상경마장 유치로 승부수를 띄웠다.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 100억원 이상을 투자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무상사용허가기간 연장 등 투자금 회수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관계자는 “윈윈하는 사업이 가장 바람직하다. 적절한 무상사용허가 기간에 투자금은 물론 투자에 따른 수익까지 얻어가고, 이후 매각이나 유상임대를 통해 지자체가 재산권을 행사한다면 이상적인 기부채납시설이 될 것”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확한 사업성 검토가 필요하고, 지자체는 기부채납시설로 인한 사회 환원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오옥균 기자 oo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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