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대가 그렇게 만만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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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대가 그렇게 만만하냐”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4.0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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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논란, 국정교과서 책임자 ‘박성민’ 교원대 사무국장으로
대학 구성원, 임명 철회 요구…연일 집회‧서명운동 이어가

탄핵을 이끌어낸 원동력이자 시민혁명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촛불이 때 아닌 대학가에서 타올랐다.

한국교원대학교 이야기이다. 매주 목요일 저녁 교원대에서는 촛불집회가 열린다. 지난달 17일 교원대 사무국장으로 부임한 박성민 전 역사교육정상화 추진단 부단장에 대한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다. 재학생을 비롯한 대학 구성원들은 촛불집회 뿐만 아니라 매일 아침 박 사무국장 출근저지운동을 벌이고, 점심때에는 대학본부 앞에서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교원대 학생들이 박성민 사무국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이들은 왜 박 국장을 거부하는 것일까. 박 국장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을 맡고 있을 당시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학교 구성원들은 박 국장의 발언이 실언이 아닌 그의 역사인식과 가치관에서 발현된 확신범적 행동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박 발언, 실수 아닌 확신범

논란의 발단은 지난해 12월 2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시작됐다. 새누리당이 주최한 ‘올바른 역사교과서, 학부모들에게 듣는다’라는 주제의 토론회에 박 부단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국정교과서 추진에 대해 설명하던 박 부단장은 “(교사는) 설렁설렁 가르치고, 가르치는 내용도 좌편향으로 가르치고 하니까 아이들이 역사인식이 없는 거고, 북한에 대한 개념도 없는 거고…”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논란의 발언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또 “촛불집회 한다고 하니까 우우우 가 가지고 뭐 막 얘길하고 하는데, 이것도 정말 소중한 민주주의가 이뤄졌으니까 하는 것이지, 아니 중국이나 이런 나라에서 이런 거 할 수 있습니까?”라며 “10여년 전부터 검정교과서 쓴 사람들의 메인은 민족문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이런 역사단체 출신들이며 이들이 검정교과서를 돌려막기로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참여교사들도 대부분 전교조나 전교조 출신의 전국역사교사모임 출신들이라 자꾸 그쪽(좌편향)으로 쓰고 있다”고도 말했다.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박 부단장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박 부단장의 발언은 “민중은 개‧돼지다.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라는 발언으로 온 국민의 지탄을 받은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발언과 함께 회자됐다.

지난 2월 1일 열린 제349회 국회 임시회에서 조승래 의원은 박 부단장의 부적절한 발언을 지적하며 “이 인식이야말로 교육부 관료들의 민낯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의원은 또 “박 부단장의 발언은 나 기획관의 발언보다 더 무겁다. 전체 교사를 매도했고, 특정단체를 좌편향으로 매도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국회에 출석한 박 부단장은 “일부 표현이 조금 과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나 전 기획관은 개·돼지 발언으로 파면을 면치 못했지만 박 부단장에 대한 교육부의 징계는 달랐다. 국회 교문위의 징계 요구에 교육부는 행정상 ‘주의’ 조처를 내렸다. 주의란 국가공무원 복무 및 징계 관련 예규상 처분 뒤 1년 이내의 기간 동안 포상 대상자 추천이나 해외연수 대상자 선발 등 인사관리에 불이익을 부여하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조처는 교육부의 ‘제식구 감싸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역사와 교육에 대해 편향적인 시각을 드러낸 박 부단장의 다음 행선지는 아이러니하게도 교사를 양성하는 교원대였다.

교원대 교수협의회는 즉각 교육부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김종우 교원대 교수협의회장은 “박성민 전 부단장은 역사학계는 물론이고 전 사회적인 지탄을 받아 사실상 폐기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앞장서서 추진해왔던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박 부단장의 발언은 학교 현장에서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교육에 임하고 있는 교사들에 대한 모독이자 아무런 근거도 없이 역사교육 현장을 이데올로기적으로 매도하는 시대착오적 색깔론일 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인 국가 운영에 정당한 비판을 가하는 학생들과 국민들의 인격과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비교육적 작태”라고 비판했다.

 

교무회의 보이콧, 두문불출 박 국장

3월 17일부터 출근한 박 국장은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사무국장실 관계자는 “외부 매체와 인터뷰는 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박 국장이 두문불출하고 있는 사이 학교는 파행 운영되고 있다. 보직교수 상당수가 매주 열리는 교무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 교무회의에 박 국장이 참석하기 때문이다.

교원대 교수 204명 가운데 140명이 임명 철회 요구에 서명했다. 교협은 연구년 중인 교수와 출장 중인 교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교수가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사퇴촉구위원회를 구성했다. 3일 현재 재학생과 교수, 졸업생 등 1100명이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특히 역사교육과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은주(역사교육과 3학년) 사퇴촉구위원장은 “국회가 교육부에 엄중한 징계를 요구했는데도 ‘주의’에 그쳤다. 국회가 반발하자 교육부 장관이 향후 인사 조치하겠다고 밝혔는데, 그게 교원대 사무국장 발령이었다”라며 “교원대가 만만하냐”고 외쳤다. 그는 “임명 철회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무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있는 조한욱(역사교육과) 제2대학장은 “교원대 구성원들은 반교육적인 국정교과서를 반대해왔다”며 “국정교과서는 없애야할 전 정부의 적폐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 학장은 “교육의 역할을 훼손하는 발언을 한 사람을 교육현장의 요직에 보내는 것을 잘못된 인사”라고 말했다.

교원대는 박 국장 임명철회를 위해 구성원들의 뜻을 모으는 한편 인근 대학과 교육관련단체 등에도 협조를 구했다. 오는 7일에는 이들과 함께 교육부 항의 방문도 계획하고 있다.

한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박 전 부단장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확신범’”이라며 “박근혜표 국정교과서를 총괄 주도한 박성민 전 부단장은 조속히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좋은교사운동도 “대한민국 교원 양성의 산실인 교원대를 소규모 대학으로 폄하하고 잘못을 저지른 공무원이 가는 곳으로 만들었다”며 “교육부 장관이 ‘교육’과 ‘교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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